幽居漫興4-권필(權鞸)
當日溪流深尺餘(당일계류심척여) : 당일 개울물 한 자 남짓 깊었는데
兩岸狹窄纔容車(양안협착재용거) : 양쪽 언덕이 좁아 수레 겨우 지나간다
今朝化作滄浪水(금조화작창랑수) : 오늘 아침에 창랑수 맑은 물 되니
已有水禽來捕魚(이유수금래포어) : 이미 물새들이 날아와 물고기 잡는구나
임처사창랑정(林處士滄浪亭)-권필(權鞸)
蒲團岑寂篆香殘(포단잠적전향잔) : 부들 자리 적막하고 피어오르는 향기 스러지는데
獨抱仙經靜裏看(독포선경정리간) : 홀로 신선의 경전을 끼고 조용한 곳에서 읽는구나
江閣夜深松月白(강각야심송월백) : 강가의 누각에 밤 깊고 소나무 사이로 달빛은 흰데
渚禽飛上竹闌干(저금비상죽란간) : 물가의 새들이 대나무 난간으로 날아오르는구나
僧舍晝眠(승사주면)-權適(권적)
天靜無氛麗景遲(천정무분려경지) : 고요하고 맑은날 봄날은 길어
僧家良與睡相宜(승가량여수상의) : 절집은 정말로 잠자기 적합해
無人喚起華胥夢(무인환기화서몽) : 꿈 깨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盡日疎簾寂寞垂(진일소렴적막수) : 종일토록 성긴 발만 드리워있네
人品誰如花淡蕩 文心可比藕玲瓏
露筋祠外好風景 只有漁洋詩最工
(인품수여화담탕 문심가비우영롱
노근사외호풍경 지유어양시최공)
인품은 누가 꽃처럼 맑고 화사하며
문심은 영롱한 연뿌리에 견줄만 한지
힘살을 사당 밖으로 드러내니 풍광이 그만인데
다만 왕사정이 있어 시사에서 정종으로 꼽혔네
☞ 장대천(張大千), <용탕하번도(溶蕩荷番圖)> (1944年作) 제관(題款)
- 淡蕩: 맑고 넓음. 맑고 화창함.
- 文心: 글쓰기 과정에 개입하는 마음의 작용. 동양 문학에서 문장을 짓는 원리.
예술구상의 단계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개념이다.
- 藕: 연뿌리(蓮根).
- 漁洋: 청나라 때 문인 왕사정(王士禎). 그의 호(號)가 어양산인(漁洋山人)이어서 왕어양(王漁洋)으로 불렸다.
시론(詩論)에서 신운설(神韻說)을 제창했으며, 시사(詩詞)의 정종(正宗)으로 일컬어졌다.
城山過具容故宅)-권필(權鞸)
城山南是君家(성산남반시군가) : 성산 남쪽 두둑은 곧 그대의 집
小巷依依一逕斜(소항의의일경사) : 아른아른 작은 골목 길 하나 굽어있다
浮世十年人事變(부세십년인사변) : 덧없는 인생 십년에 일도 많이 변하여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 : 봄에 산에 가득한 꽃을 부질없이 피웠구나
幽居漫興-權鞸
老去扶吾有短筇(노거부오유단공) : 늙어가니 부축하는 작은 지팡이 있고
林居無日不從容(임거무일불종용) : 숲에 사니 한가하지 않은 날이 없구나
淸晨步到澗邊石(청신보도간변석) : 맑은 새벽 걸어서 골짜기 바위에 이르러
落日坐看波底峯(낙일좌간파저봉) : 저녁 해에 물에 비친 산봉우리 앉아 바라본다
유거만흥2(幽居漫興2)-권필(權鞸)
池岸纔容人往還(지안재용인왕환) : 뚝길은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는데
兩池分蘸一邊山(양지분잠일변산) : 두 못에 한 쪽씩 산을 나누어 담고있구나
靑荷葉小不掩水(청하엽소불엄수) : 파란 연은 그 잎이 작아 물을 가리지 못하니
時見魚兒蒲葦間(시견어아포위간) : 물풀 새로 이따금씩 물고기가 보이네.
幽居漫興3)-권필(權鞸)
引水作潭聊自娛(인수작담료자오) : 물을 끌어 못 만들어 즐기려니
平地波濤遽如許(평지파도거여허) : 평평한 곳에 물결이 갑자기 이는구나
飛湍落石風雨喧(비단낙석풍우훤) : 여울물이 날아 돌에 떨어져 비바람 요란하니
隔岸人家不聞語(격안인가불문어) : 언덕 저편 마을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구나
秋日-權遇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 : 푸른 대 그림자 흔들흔들 책상에 어리고
菊送淸香滿客衣(국송청향만객의) : 국화 맑은 향기, 옷깃에 가득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 : 낙엽마저 싱그럽고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 : 뜨락에 부는 비바람에 스스로 휘날린다
촉석루(矗石樓)-권응인(權應仁)
漏雲微月照平波(누운미월조평파) : 구름 사이로 새어드는 흐릿한 달빛 잔잔한 물결을 비추고
宿鷺低飛下岸沙(숙로저비하안사) : 잠에 드는 해오라기 언덕 아래 모랫벌로 날아든다
江閣掩簾人倚住(강각엄렴인의주) : 강가 누각에 주렴 드리우고 사람들 기대어 있는데
渡頭鳴櫓夜聞多(도두명로야문다) : 나룻터의 노 젓는 소리 밤이라 더욱 크게 들린다
觀日出-權尙夏
銀海誰藏赤玉盤(은해수장적옥반) : 은빛 바다에 누가 붉은 옥쟁반 감췄나
六龍擎出火雲端(륙용경출화운단) : 육룡이 불 구름 위로 받들어 올리는구나.
須臾忽闢乾坤暗(수유홀벽건곤암) : 순식간에 천지의 어둠을 열어젖히니
黃道高懸萬國看(황도고현만국간) : 황도 위에 높이 솟아 온 나라들 바라본다.
귀홍(歸鴻)-권엄權?
南方天氣早暄暉(남방천기조훤휘) : 남방에 날씨 일찍 따뜻해지니
臘月賓鴻已北飛(납월빈홍이북비) : 섣달의 기러기 손님 이미 북으로 날아간다
尙記秋來隨我後(상기추래수아후) : 가을에 내 뒤를 따라온 것 기억하고 있는데
可堪今日爾先歸(가감금일이선귀) : 오늘은 네가 먼저 떠나는 것을 내가 어찌 할꺼나
춘강즉사(卽事)-권상하(權尙夏)
春雨濛濛掩客蓑(춘우몽몽엄객사) : 부슬부슬 봄비에 도롱이 입은 나그네
暮江煙浪沒平沙(모강연랑몰평사) : 해저문 강에 뿌연 안개 모래톱을 가린다.
急敎舟子停歸棹(급교주자정귀도) : 사공에게 돌아가는 배, 급히 멋게 하고
隔岸柴扉問酒家(격안시비문주가) : 언덕 건너 사립문에 주막집을 물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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