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반하다 - 벌거벗은 자들이 펼치는 역류의 조선사
[책소개]
분투의 이야기, 그 저항의 기록
· 탈영웅적 저항자들의 양반 세상 뒤엎기
푸줏간 주인, 목수, 품팔이, 화전민, 머슴, 병작농민, 초군, 문지기, 성균관 하인, 노비, 관노, 거기에 무뢰배와 도둑 무리까지. 역사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한 채 조선 사회의 뒤안길을 서성거린 이들이 뛰쳐나와 반항하고 싸우며 양반 세상을 흔들고 지배체제에 균열을 낸다.
· 불온한 자들이 행하는 전복과 반란의 한판 굿
승려와 무당, 몰락 양반과 유랑지식인, 불만과 저항의 비판지식인. 지관이자 술사이며 때로는 훈장이자 의원인 이들은 신분제와 지주제에 기반을 둔 사회체제 모순의 희생양이었다. 지배세력권으로의 진출이 차단된 정치 투쟁의 탈락자였다. 조선 사회의 아웃사이더이자 불온분자인 이들이 마침내 지배세력에 반기를 들었다. 미륵과 진인眞人을 앞세우며 새 세상을 꿈꾼 조선 이단아들의 투쟁의 굿 한판!
· 역류의 반란과 꿈 - 누가 진정한 의병인가?
땀 흘려 생산하고 창 들고 나라 지킨 자들은 비하와 조롱의 언어 아래 주류 담론의 바깥으로 밀린 채 차별받고 무시당한 무명의 백성이었다. 이들이 이제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반항과 항쟁의 역사를 써나간다. 의義와 도道를 행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의와 도를 행하겠다면서 역사의 중심 무대로 전진한다.
목차
책머리에
군자君子의 야만에 저항한 조선 백성 - 낮은 곳에서 만나는 불온한 조선사
1부 일어서는 자 벗어나는 이
·지존의 밑바닥, 왕권에 균열을 내다 | 국왕 질타
국왕 숭배와 모독
궁궐 소란
·불타는 능과 전패 | 국왕 상징물 훼손
능침 방화와 파손
전패작변
·신분질서를 거스르다 | 복수 살인
13년을 기다린 형제의 복수
복수 살인의 시대
누가 의로운 폭력을 행하는가?
·벌거벗은 자들의 생존 전략 | 양반 모독
상전을 벗어나라
폭력 저항
성균관 노비와 푸줏간의 생존법
·관료와 위계에 맞서다 | 관료 능욕
위계질서를 흔들다
힘으로 맞서는 백성들
생존을 위해 관료에게 대항하다
·분노하고 절규하다 | 도시 하층민의 저항
서울 빈민과 하급 관리의 격돌
누가 왜 도시 폭동을 일으키는가?
·작은 도둑 대 큰 도둑 | 일탈
도적이 통치의 도리를 논하다
도적을 만드는 사회
도적과 의적 사이
2부 불온한 자 거스르는 이
·정치권력을 뒤엎어라 | 전쟁 뒤의 변란
백성들, 권력에 도전하다 - 1601년 제주도 역모사건
조선을 고쳐라 - 개국대전 改國大典 역모
·믿음이 세상을 바꾼다 | 민간신앙 반란
미륵의 세상이 오리라 - 1688년 여환의 반란
생불을 찾는 백성들 - 1691년 무당의 반란
·새 세상을 약속하다 | 정감록 모반
1782년 정감록 역모사건
그들은 어떻게 반란을 준비했나?
·풍문 설전 風聞舌戰 | 커뮤니케이션 저항
널리 소문을 전파하라
괘서의 정치사회학
3부 역류 - 풀과 바람과 칼
·북풍 반란 | 1811년 평안도 백성의 봉기
서북인들, 반란의 깃발을 올리다
그들이 봉기한 까닭
전략전술의 명암明暗 - 그들은 왜 왕조 교체에 실패했는가?
·분노의 들녘 | 1862년 백성의 항쟁
타오르는 함성 - 진주 민란
삼남에 부는 항쟁의 바람
·바깥에 선 자들의 반란과 꿈 | 개항 전후 백성의 저항
직업 혁명가의 시대
1882년 서울 하층민의 반란 - 임오년 도시항쟁
·탐학의 왕조 봉기하는 백성 | 1894년 동학농민전쟁
한풀이와 개혁의 시대
내전과 징치, 국제전쟁과 구국의 시기
누가 의로운가?
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모멸의 조선사』가 모두 문체부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될 정도로 양질의 콘텐츠를 인정받은 저자 조윤민은 이번의 『조선에 반反하다』에서 “이탈과 불온, 역류의 이야기를 깊고 넓게 다루고 저항과 항쟁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어가에 돌 던지고, 궁궐에 불 지르고
서울 창의문 밖에 사는 조만준은 떡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평민이었는데, 왕실 사당에 행차하는 어가에 느닷없이 돌을 던진다. 관아에서 잡일을 하는 하인 박중근은 지엄한 궁궐 마당에서 칼을 빼들어 자살을 기도하고 평민 장득선은 아들과 함께 능에 불을 지른다.
절치부심하며 아버지의 복수를 준비해온 이명과 이가음이李加音伊 형제는 13년째 되던 해 마침내 옛 상전을 죽인다. 충주 주민들은 수령을 대신한 인형에 화살을 쏘며 욕설을 퍼붓고, 경희궁을 수리하던 목수들은 포도청에 난입해 관리를 구타한다. 농부와 떠돌이 노동자로 살아온 백성이 의적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부잣집 재물을 취한다.
그 시대에도 불온한 자들이 있었다. 지배세력과 사상이나 신념을 달리한 인물들이다. 임진전쟁을 계기로 집안이 몰락한 길운절과 서얼 출신 소덕유는 제주 주민을 선동해 반란을 기도한다. 승려 여환은 무당, 지관과 함께 북한산에서 대홍수의 날이 오기를 빌며 변란을 도모한다.
『정감록』 예언을 퍼뜨리며 10년 동안 반란을 준비해온 문인방은 유배지에서 역모를 꾀한다. 권력 투쟁에서 밀려 정계 진출이 좌절된 이들과 함께 말이다. 관아 노비인 김재묵은 10만 병사가 난을 일으킬 것이라는 괘서를 성문에 붙이며 민심을 어지럽힌다. 유랑지식인 김치규는 홍경래 무리와 합세해 조선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유언비어로 하층민을 선동한다.
저항의 파편들이 모여 거대한 역류를 이루다
벗어나고 거스르던, 파편과도 같은 이런 저항의 흔적은 결국 지배층에 전면적으로 맞서는 역류의 항쟁으로 거듭난다. 19세기 들어 백성은 평안도와 삼남에서, 마침내 조선 전역에서 대규모 무력 투쟁에 들어간다. 몰락한 양반 가문과 한미한 집안 출신의 지식인이 앞장서고, 안목을 갖춘 개혁 성향의 평민이 의로움을 외친다. 지주의 토지를 빌려 농사짓는 병작농민과 땔나무를 해다 파는 초군이 동참한다. 머슴과 임금노동자가 항쟁 대열에 합류한다. 가구 만드는 장인과 소금 파는 행상도 뛰어든다. 뜨내기와 광대가 창과 총을 들고, 노비도 관리와 토호를 징치하는 관아 마당으로 진군한다.
백성의 이러한 저항 행위는 대부분 대역부도나 역모 등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극히 불충한 소행으로 단정됐다. 도덕과 사회윤리 측면에서도 도道에 어긋나는 짓거리로 매도당했고 말이다. 목숨과 집안의 미래까지 걸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
지배세력은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무력과 폭력을 동원했으며, 제도와 관습의 틀을 공고히 하고, 때로는 사상을 주입하거나 교화정책을 펴며 그 소행과 짓거리를 억누르려 했다. 이는 위력과 사회자산을 모두 동원해 지배체제를 지키려 한 사실상의 총력전이었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내내 그 소행과 짓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대체 왜 그랬던 걸까?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명과 혈육까지 내던질 수 있게 했을까?
모멸감을 느끼는 삶에 대한 성찰과 반추
벗어나고 투쟁한 백성 또한 인력이자 생산자로 조선 사회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하지만 쉽게 무시당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지배층의 눈에는 무지몽매한 자였으며 무뢰배이자 흉포한 잡배였다. 때로는 도적과 화적, 폭도로 불렸고 기껏해야 가르치고 이끌어주어야 할 모자라는 백성이었다. 지배층의 권력 투쟁 와중에 명분을 쌓기 위한 민본의 대상으로 종종 등장하지만 그건 말의 성찬일 뿐, 이들을 위한 정책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배를 가능하게 해주는 자원인 관직과 토지를 갖지 못했으며 신분과 사회 지위도 미미한 편이었다. 지배 계층의 이념이나 사회경제적 영향력 아래 종속돼 차별과 억압을 받는 백성이 대부분이었다. 지배층으로의 진입이 인정되지 않거나 아예 지배세력권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자들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통로를 갖지 못한 채 오랫동안 사회 주변부를 떠돈 이들이다.
그렇지만 이들 또한 무시당하면 모멸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무뢰배와 도적이라 매도하는 모욕에 가슴 아파했다. 울분과 의분을 가진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의義와 도道를 주창하고 자신들만이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한 지배층의 허위가 드러나자 마침내 이 분노한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그토록 당당하게 외친 그 의를 행하라며, 그토록 근엄하게 설파한 그 도를 실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제 자신들이 그 의와 도를 이루겠다며 나선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조선 사회에 의로움을 세우고 시대의 도를 높이는 의병이었다.
이 책은 조선 사회의 주류 흐름과 지배세력에 맞서 이탈하고 전복하고 봉기한 자들에 대한 사연을 담았다. 양반 중심의 신분질서를 흔들고, 통치체제에 균열을 내며, 지배이념을 거스르며 맞서 싸운 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앞서 펴낸 『모멸의 조선사』에서 지배세력의 통치에 대응해 회피하고 반항하는 양상을 보인 백성을 단편적으로 다루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탈과 불온, 역류의 이야기를 깊고 넓게 다루고 저항과 항쟁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펼침으로써 이전 책과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분명한 차별을 꾀했다.
역사의 난장판에 외부자들의 발언 무대를 마련하다
저자는 이들이 외치는 절규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거칠지만 정직한 그 몸짓을 겸허하게 짚어본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이들의 생각과 꿈까지 헤아려볼 것이라고 [책머리에]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부르짖음을 두둔하고 행위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선과 악의 잣대만을 들이대거나 호불호의 구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이것만이 조선 역사의 큰 줄기라 여기지도 않으며 이들만이 변혁의 주체라고 고집하지도 않는다.
다만, 명징과 미혹이 교차하고 진전과 좌절이 함께하는 역사의 난장판에서 제대로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외칠 자리 하나를 마련하려 합니다. 압제의 대상에서 저항의 주체로 거듭난 이들의 몸짓을 헤아리면서 조선 지배층이 구축한 억압과 착취의 사회구조 한 자락이나마, 천리와 윤리의 얼굴 뒤에 숨은 그 속내를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어찌 보면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만날 수 있는 몸짓은 힘없는 자들의 한풀이나 넋두리로 여겨질 수 있다. 이들의 저항이 결국은 좌절되지 않았나 하는 자조의 평가를 내릴 수도 있고 말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역사의 유산에서 실패를 되새길 때 다가올 역사의 도전에 당당히 나설 수 있다고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싶다. 시대의 부조리와 지배의 야만에 맞섰던 조선 백성이 행한 그 역류의 바람이 오늘 이 시대를 질타하는 칼이 되었으면 한다.
1부 “일어서는 자 벗어나는 이”의 핵심 개념은 “반항(혹은 항거)”이며, 드러난 행위 측면에서 보면 “피지배층의 이탈과 일탈”이다. 떡장수, 목수, 떠돌이 노동자, 품팔이, 관노, 사노, 성균관 노비, 농부, 화전민 등 하층민이 주인공이다.
1부에서는 권력 행사의 부당함과 상전의 억압, 관료의 수탈에 대응해 기물파괴와 방화, 복수살인, 상전살해, 폭력 대응, 소요, 난동, 도적질 등으로 맞서나간 행위와 사건을 다룬다. 대체로 개인 단위로 행해진 저항으로, 여기에는 가족과 집안 구성원 규모의 저항도 포함된다. 민란 규모에는 이르지 못한 관아 난동과 도시폭동, 군도 등 소규모 무리의 소요와 일탈 행위까지 다룬다.
2부 “불온한 자 거스르는 이”의 핵심 개념은 “불온”이다. 현실에서는 “정권 탈취를 위해 변란을 기도한 불온한 자들의 모반”으로 드러난다. 몰락 양반, 유랑지식인, 평민지식인, 저항지식인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2부에서는 집권세력의 부당한 통치 행위와 민생정책 실패, 관료의 억압과 수탈 등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을 기치로 일으킨 정치변란 사건을 다룬다. 임진전쟁과 병자전쟁 뒤에 일어난 백성들의 변란, 미륵신앙과 생불신앙에 기반을 둔 민간신앙 성격의 변란, 정감록을 중심으로 한 민간사상에 바탕을 둔 역모사건, 괘서 유포와 같은 유언비어 사건(커뮤니케이션 반란) 등을 살핀다.
이들 정치변란은 전투를 치르거나 지배층과 실제로 맞서는 봉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모의와 기도 단계에서 발각돼 실패했다는 특징을 갖는다.
3부 “역류 - 풀과 바람과 칼”의 핵심 개념은 “대규모 항쟁”이다. 이들 항쟁은 실제로 봉기에 성공한 민란과 변란 성격이 강한 반란 사건이며, 지배체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항쟁을 이끈 몰락양반과 평민지식인 등 저항지식인과 봉기군의 주축을 이룬 기층 민중이 주인공이다.
3부에서는 19세기에 일어난 대규모 민중 항쟁과 기층 민중을 동원해 봉기한 변란 성격의 반란을 다룬다. 먼저, 1811년 평안도에서 일어난 홍경래를 위시한 백성들의 봉기(홍경래의 난), 1862년 삼남에서 일어난 백성들의 항쟁(임술민란)을 살핀다. 이어, 1869년에 광양 읍성을 점령한 광양변란과 1871년에 영해 읍치를 장악했던 이필제의 변란을 알아본다. 하층민의 무력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성과를 이뤄낸 1882년 서울 하층민의 반란 사건(임오군란)도 살핀다. 마지막으로 1894년 동학농민전쟁에 접근한다.[다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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