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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작 ] 저스티스 맨 - 도선우

Bawoo 2019. 12. 24. 21:25

 

 

 
[소감] 이 작가의 작품은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작 "스파링"은 읽다가 포기했었다. 이유는 이 작품에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문장이 너무 늘어진 때문이었다. 쉼표로 이어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읽어내는데 호흡이 가쁘다 못해 짜증이 나 이 작품 역시 포기할까 하다가 소재가 특이하고 연속되는 살인사건을 어떤 식으로 결말짓는가가 궁금해서 인내하고 읽어냈다. 소감은? 공모작 대상작이라는데, 심사한 작가들은 극찬하는데, 글쎄다 나는 별로다. 피살자가 여고생임에도 "그"라고 표현해서 동성애자인 걸로 착각하게 만들질 않나, 최종적으로 범인은 오물충- 이 역시 육군 중사 출신 여자다-인 걸로 나오는데도 첫 번째 살인사건 때 다들 범인으로 지목했음에도 대상에서 흐지부지 사라지고. 작중 등장인물들이 모두 특정화된 이름이 아닌 직업으로 표현되는 건 우리 모두 그런 범죄인일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된 표현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현실에서 마주할 일이 없다는 익명성에 숨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피해를 주는 행위를 저지르는 인간들. 그게 나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는 걸 전능한(?) 힘을 가지고 살해로 응징하는 인물을 등장시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 세상의 추악한 면을 들어내 보이려고 한 것인가? 모르겠다.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록을 등장시킨 건 세상이 이리 알 수 없는 것들로 뒤얽힌 혼탁한 곳이라는 걸 말하려 함인가?
 
책장을 덮으면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앞으로 이 작가 작품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생각은 안 들 거라는 거. 그러면서도 무슨 소재를 어떻게 써냈을까 궁금해서 책장을 들춰보게 될 거라는 거. 믿고 신뢰해서 읽게 되는 작가군에는 안 들어간다는 거다.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저스티스맨』.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에 이어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신예 작가 도선우.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예리하게 짚어내고, 잘 짜인 스토리의 흡입력과 빼어난 속도감으로 풀어내며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일곱 건의 살인이 일어난다. 피살자들은 모두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상태로 발견된다. 피살자들 간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고 살해 동기도 알 수 없다. 경찰의 수사는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한다.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누리꾼들이 나서고, 그들 중 저스티스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가 등장해 온갖 자료와 논리를 동원해 살인의 인과관계를 밝혀나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소설은 중반 무렵까지 이 일곱 건의 연쇄살인에 얽힌 사연과 저스티스맨의 논평,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과 설전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긴박하게 전개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피살자들이 연루된 사건들과 그들의 범죄적 행위는 인터넷 시대 폭력의 양상을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쇄살인에 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인 가설로 수십만의 회원을 거느린 저스티스맨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논쟁과 설전, 회장과 회원의 관계, 대세에 따른 여론의 변화 등은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으로 인터넷 문화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맹목적인 정의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영웅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씨를 말리고, 소수가 되면 언제든 태도를 바꿔 안전한 다수 속에 포함돼 목청을 높이려는 이들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소동극을 보는 것처럼 신랄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낸다.

 

도선우

도선우

소설가.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소설 '저스티스맨'으로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

 

 

목차

 

구성 Composition
잿빛 무지개 Greyed Rainbow
돈키호테 Don Quixote
고딕 Gothic
열기 속의 눈 Eyes in the Heat
아른아른 빛나는 물질 Shimmering Substance
회색빛으로 물드는 바다 Ocean Greyness
심연 The Deep
자화상 Self-portrait
연보랏빛 안개 Lavender Mist
열쇠 The Key
8번 The Number 8
여덟 안에 일곱이 있었다 There Were Seven in Eight
비밀의 수호자들 Guardians of the Secret
수렴 Convergence
불꽃 The Flame
다섯 길 깊이 Full Fathom Five
부활절과 토템 Easter and the Totem
작가의 말

 

 

목차

 

구성 Composition
잿빛 무지개 Greyed Rainbow
돈키호테 Don Quixote
고딕 Gothic
열기 속의 눈 Eyes in the Heat
아른아른 빛나는 물질 Shimmering Substance
회색빛으로 물드는 바다 Ocean Greyness
심연 The Deep
자화상 Self-portrait
연보랏빛 안개 Lavender Mist
열쇠 The Key
8번 The Number 8
여덟 안에 일곱이 있었다 There Were Seven in Eight
비밀의 수호자들 Guardians of the Secret
수렴 Convergence
불꽃 The Flame
다섯 길 깊이 Full Fathom Five
부활절과 토템 Easter and the Totem
작가의 말

 

 

책 속으로

 

흡사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같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폴록의 작품에서 색채와 상징을 걷어내면 분명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사진의 혈흔과 똑같은 형태의 선과 면이 드러날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 본성에 내재한 악의의 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폴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항상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질서한 방임과 잔혹한 파괴로의 갈망을. 무언가 헝클어뜨리고 망가뜨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 열 오른 자신의 붉은 얼굴을, 폴록은 매일 밤 핏발 선 눈빛으로 바라봐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의 주체할 수 없는 열망을 거대한 캔버스 위에 흩뿌림으로써 자신의 악의를 잠재웠겠지. 예술의 원형이란 언제나 그런 형태로 시작하기 마련이니까. (8~9쪽)

 

총기에 의한 살인. 이마에 남은 탄흔 두 개.
단지 그 이유만으로 동일 인물의 범행이라고 짐작할 뿐, 다른 증거나 자취는 조금도 찾지 못했다. 살해 동기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피살자들 간의 접점이 전혀 없었고 그 어떤 연관 관계도 확인하지 못한 까닭에 경찰의 수사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누군가는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범인의 행적은 물론이고 동기조차 밝혀내지 못하는 경찰을 국민은 더는 신뢰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의 패턴처럼, 피살 대
상이 주로 이십 대 여성이라든가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라든가 부유층 노인이라든가 하는 유사점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피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이 대보름의 둥근달처럼 어둠 한가운데를 덩그러니 밝히고 있었다. 국민의 불안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결국, 누리꾼들이 나섰다. (11~12쪽)

 

커서를 따라 움직이는 그의 시선 끝으로 실시간 검색어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오물충의 만행’이란 제목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밑에 열린 몇 개의 창이 모두 그 제목을 클릭한 결과물들인 것 같았다. 마우스의 주인이 상위에 열린 창을 닫자 그 밑으로 또 무수한 기사와 사진들이 범람했다. 그의 동료는 또 다른 기사를 클릭해서 새로운 창을 열었다.
길거리 화단 옆에 바지를 엉거주춤하게 걸친 채 모로 누워 잠든 사람의 사진이었다. 그의 옆에는 흥건한 변과 점점이 떨어진 토사물들이 있었다. 물론 그의 얼굴과 반쯤 벗겨진 아랫도리와 각종 오물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으나 적어도 그 자신만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본 그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뒤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온 그의 심장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었다. (30~31쪽)

 

시끄럽긴 했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정도의 회원이 갑론을박을 펼쳤던 이전 상황에 비하면, 일곱 번째 피살자가 밝혀진 이후에 늘기 시작한 회원의 수는 거의 기하급수적이었고 오십만을 순식간에 넘어섰으며, 그들 대부분이 저스티스맨에게 그리고 킬러에게 열광하는 자들...이었다.
그간 팽배했던 마땅히 죽었어야 할 놈들이 죽었다는 의견과 어떤 이유로든 폭력이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이제 구 대 일 정도로 패가 갈렸고, 그 바람에 후자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찍소리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찍소리라도 냈다가는 순식간에 피살자들처럼 무뢰배로 취급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갑론을박 중에 단 하나의 사안, 누리꾼들의 마녀 사냥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응징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견에 예외 없이 입을 모았던 그들이었음에도, 흡사 빠가사리라도 되는 양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누리꾼들을 다시 쥐 잡듯이 구석으로 몰아 결국에는 씨를 말려버렸다. (155~156쪽)

 

출판사서평

 

2016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에 이은 또 한 번의 돌풍
빼어난 흡입력과 속도감,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
진실을 보는 눈이 사라진 시대에 정의란 무엇인가?

대형 문학상 연속 수상! 한국문단에 강렬하게 등장한 신예 작가 도선우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스타일』(백영옥),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살고 싶다』(이동원),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김근우) 등 한국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문제작들을 발굴해온 세계문학상, 제13회 대상 수상작인 도선우 장편소설 『저스티스맨』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1월 세계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고 대상 수상자의 이력이 알려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상자가 다름 아닌 지난해 겨울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도선우였기 때문이다. 갓 등단한 신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연거푸 대형 문학상의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가 등단하기까지의 과정도 화제가 되었다. 책이나 글과는 거의 무관한 삶을 살아오다 어느 날 한 권의 소설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 후 문학 작품에 빠져들었고, 읽기는 쓰기의 욕망으로 이어져 8년 동안 40여 차례 문학상에 응모했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그 끈질긴 집념에 응답을 받듯 그는 2회 연속 문학상을 수상하며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한국문단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제 도선우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가장 기대되는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작가이며, 『저스티스맨』은 그의 행보를 더 큰 신뢰감으로 지켜보게 만드는 빼어난 작품이다.
『저스티스맨』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예리하게 짚어낸 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임철우 작가는 “첫 부분 몇 쪽을 읽고 났을 때, 직감적으로 이것이 대상을 받겠구나 하고 확신했다. 그만큼 잘 짜인 스토리의 흡입력과 속도감이 빼어났다. 추리소설 기법을 통해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는 이 소설은 시종일관 강렬하고 생생한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유지해낸다. 그렇지만 이 소설만의 진짜 특별한 매력은 또 다른 쪽에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세계, 그 가공의 세계에 존재하는 익명성의 악, 그리고 그 악의 폭력성과 맹목성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진지한 통찰력이 그것이다.”라며 이 작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기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낸 소설

동일한 방식으로 일곱 건의 살인이 일어난다. 피살자들은 모두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상태로 발견된다. 피살자들 간에는 어떠한 접점도 없고 살해 동기도 알 수 없다. 경찰의 수사는 속수무책이고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극에 달한다. 더 이상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며 누리꾼들이 나서고, 그들 중 저스티스맨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자가 등...장해 온갖 자료와 논리를 동원해 살인의 인과관계를 밝혀나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게시물이 오르는 동안 순식간에 오십만이 넘는 누리꾼이 저스티스맨의 카페에 가입하고, 어느 순간 저스티스맨과 연쇄살인범은 동시에 절대적인 추종자를 거느리게 된다.
소설은 중반 무렵까지 이 일곱 건의 연쇄살인에 얽힌 사연과 저스티스맨의 논평,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과 설전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긴박하게 전개된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피살자들이 연루된 사건들과 그들의 범죄적 행위는 인터넷 시대 폭력의 양상을 소름끼치도록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첫 번째 사건이 바로 ‘오물충’ 사건이다.
한 소심한 20대 직장인이 어느 날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노상에서 구토와 배변을 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 고등학생이 술 취한 어른들의 만행을 고발하여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명감에 취해 관련 사진과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 이 게시물은 ‘오물충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줄줄이 공개되더니 급기야 고등학교 졸업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라온다. 게다가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이를 자극적으로 기사화함으로써 ‘오물충’은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마녀 사냥에 가족마저도 그를 외면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는 끝내 타국으로 도피하고야 만다.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혹은 가학적 쾌락을 위해 저지른 무책임한 행동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 이들은 모두 연쇄살인범의 심판을 받는다. 이어 원조교제를 한 고등학생의 자살 사건에 관계된 인물들, 펜션을 운영하는 모녀의 꿈을 한순간에 짓밟은 이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행위 역시 현실의 유사한 사례들을 떠올리게 하며 참담한 마음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누리꾼의 마녀 사냥과 영웅 만들기
다수가 권력이 되고 권력이 진실이 되는 세상

연쇄살인에 대한 치밀하고 논리적인 가설로 수십만의 회원을 거느린 저스티스맨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논쟁과 설전, 회장과 회원의 관계, 대세에 따른 여론의 변화 등은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으로 인터넷 문화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살인 사건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추론해내는 저스티스맨은 회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그의 의견은 법이고 반박하는 사람은 다수의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는다. 연쇄살인범 또한 그들에게는 마땅히 죽어야 할 놈들을 죽이는 영웅적인 존재로서, 언젠가부터 그들은 연쇄살인범을 킬러라고 부르며 경외심마저 드러낸다. 그런데 일곱 건의 살인 이후 또 다른 세 건의 살인이 현재 시점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면서 누리꾼들은 혼란에 빠진다. 살인자에 대한 세간의 분위기가 바뀌고 자신들이 더는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그들은 삽시간에 킬러의 안티 세력으로 돌변하다. 맹목적인 정의감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영웅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씨를 말리고, 소수가 되면 언제든 태도를 바꿔 안전한 다수 속에 포함돼 목청을 높이려는 이들의 모습을 『저스티스맨』은 마치 한 편의 소동극을 보는 것처럼 신랄하면서도 위트 있게 그린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인터넷에 뜨는 기사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언제 어디서나 조그만 전자기기 화면에 머리를 박고 있느라 더 이상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낯설지 않은 풍속도다. 스스로 판단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리고 휩쓸려 다닐 때 폭력적인 도취와 마녀 사냥이 발생하기 쉬우며, 진실을 보는 눈도 잃게 되지 않겠냐는 이 소설의 물음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어설픈 정의감과 비열한 폭력을 밀어내는 순수한 악, 그 참을 수 없는 매혹!
『저스티스맨』은 추리적 기법을 도입한 소설인 만큼 연쇄살인범이 누구인가를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소설 전체를 다시 복기하게 하는 비장의 무기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이고 이채롭게 만드는 것은 살인자의 철학이다. 이 소설에서 킬러가 말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규정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며 작가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느끼게 한다. 킬러는 자신의 행동을 인간 본성에 내재한 ‘순수한 악의’ 또는 ‘악의 정통성’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태초의 정통성을 지닌 악은 인간을 속박과 굴레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강렬한 힘을 지녔는데, 그 힘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위험하므로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것이 비열하게 뒤틀린 모습으로 세상 곳곳에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비열한 악이 바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폭력일 것이다. 하여 킬러는 비열한 악을 응징하고 진짜 악을 실행하는 순간을 하나의 예술로서 자신의 프레임에 담는다. 마치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처럼.
세계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던 구효서 작가는 이를 두고 “선이 그러하다면 악 또한 인간의 순수한 본질이거나 숭고의 한 측면이라고 말하려는 거야? 모르겠어. 도선우는 만만치가 않아. 하여튼 연민과 동정 혹은 섣부른 정의나 도덕 따위로 처바른 위선이 진짜 선에 의해 척결돼야 할 대상이라면, 악 축에도 못 끼는 비열한 사이비 악독함도 진짜 악에 의해 격멸당해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것 같긴 해. 봐, 줄줄이 죽여버리잖아. 보통의 연쇄살인이 아니야.”라고 인상적으로 평했다.
살인 행위를 법 집행을 대신하는 정의로운 행위로 간주하지 않고 사이비 악에 대응하는 순수한 악으로 보는 시선은 저스티스맨의 태도와 비교된다. 누리꾼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권력화되어 스스로 만든 정의감에 도취된 저스티스맨은 그럴수록 정의로움과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정의를 말하는 이들치고 진실로 정의로운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토록 비열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묻게 된다.

도선우 작가는 세계문학상 수상 직후의 인터뷰에서 “감추어져 있거나 가면을 쓰고 있는 폭력을 폭로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폭력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전작 『스파링』이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비판한 작품이라면, 『저스티스맨』에서는 “그 사회 속에서 무심하게, 그러나 수시로 벌어지는 개인의 폭력”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러한 작가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폭력을 다루는 배경에 무엇보다 “따뜻한 인간애의 갈망”이 담겨 있다는 점이 그의 소설을 더욱 뜨겁고 미덥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