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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솔바람 물결소리 - 남지심

Bawoo 2019. 12. 30. 22:32
솔바람 물결소리: 남지심 | 얘기꾼 | 2014.10.22.
 

솔바람 물결소리(양장본 HardCover)

솔바람 물결소리
 
[소감] 이 작품을 안 지는 꽤 오래된다. 자료를 보니 1982년에 나왔으니까 나 33살 때이다. 물경
37년 전. 당시에는 지금처럼 홍보 수단이 많지 않고 오로지 신문뿐이 없었기에 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홍보가 많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군다나 유명 여성잡지 공모 당선작이어서 유명세까지 많이 탔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 읽어보지 못한 이유는 직장 생활의 피로 때문이라는 핑계뿐이 댈 게 없다. 실제로 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쉬기 바빴으니까.  
이번 작품은 2014년에 재출간된 것이다. 고마운 일. 과거에 인기리에 읽혔던 많은 작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안 보이는 게 무척 아쉬운데 이 작품처럼 재출간 되면 좋겠다.
작품 내용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딸 하나와 살고 있던 고등학교 국어선생인 주인공-강기혜-이 30 후반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사망하면서 그동안 겪은 이야기를 죽기 전에 기록하여 여동생에게 남겨준 것을 주인공과 인연이 있던 다솔 스님의 다비식 때 스님의 양자 혜강- 역시 스님이다-과 주인공의 딸-자운-이 같이 읽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불교를 밑바탕으로 깔고 쓰였는데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일부 인물을 빼곤 다 착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잔잔하면서도  따뜻하다.  가독성도 좋아 5시간 정도 걸려 다 읽어냈다.
[사족] 이 작품은 축을 이루는 주인공과 다솔 스님의 죽음으로 끝이 났지만, 어린 세 주인공 - 다운, 혜강, 덕이-의 뒷얘기가 당연히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20초, 중반 나이이기에. 다운은 대학 1년생, 자세한 이야기는 안 나오지만 혜강은 의대를 다니는 스님.  더구나 세 살 차이뿐이 안 난다. 집에서 일 봐주는 여인의 아들인 덕이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데 - 다운이 6학년일 때 군에 갔다왔으니 10살 정도 차이 나지 않을까?- 고등학교를 스스로 그만두고 화훼 일을 배우는 것으로 나오는데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연꽃을 피운 돌"이란 후속 작품으로 썼나 보다. 셋의 인연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남지심 장편소설 『솔바람 물결소리』. 이 소설은 저자 남지심의 초기작품으로 30여년이라는 세월은 한 시대를 뛰어 넘는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조금도 녹슬지 않은 것 같은, 오히려 더 은은한 광채를 내 뿜는 것 같은 이 책은 좋은 친구처럼 독자 한 분 한 분과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가리라 믿는다.

 

 

 

저자

 

남지심
남지심 소설가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솔바람 물결소리'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애환 가득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특유의 섬세하고 종교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지은 책으로 <연꽃을 피운 돌>, <담무갈>, <욕심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새벽 하늘에 향 하나를 피우고>, <우담바라> 등이 있다.

 

 

목차

 

솔바람 물결소리

프롤로그 006
다비식 009
1장 3월 023
2장 4월 059
3장 5월 091
4장 6월 119
5장 7월 157
6장 8월 187
7장 9월 225
8장 10월277
9장 11월 313
10장 12월 349
11장 1월 375
다비식 401

 

 

책 속으로

 

죽음은 영원한 이별, 한순간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영원한 이별, 생명은 끝없이 윤회한다 하나 전생의 만남을 모르니 내생의 만남도 알지 못한다. 생(生)과 사(死)가 하나라지만 그건 요원한 비밀, 지금 우리에게는 육신의 이별만이 안타까운 것이다. 12p

바보라는 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바보가 되면 편한데 사람들은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지 못하는 건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255p

나는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솔스님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다솔스님은 너무 먼 곳에 계셨다. 이 무서운 절망의 순간에도 내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계셨다. 아득한 그 거리, 그건 바로 잿빛 승복이었다. 364p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서 내 소유로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나에게 가장 마지막으로 남아 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음일까? 하지만 마음은 형체가 없다. 형체가 없을 뿐 아니라 끝없이 유전(流轉)한다. 그 마음을 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막연하다. 결국 내가 살아 온 삶 자체가 어떤 환영(幻影)처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368p

나는 이제 다시 돌아오는 봄을 볼 수가 없다. 여름 바다도 가을 들판도 역시 볼 수가 없다. 죽음이라는 절대의 힘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병원에도 다니지 않고 진통제로 버텼다. 심할 때는 손끝까지 쑤셔왔지만 죽을 수밖에 없는 육신을 이끌고 병원 문을 드나든다는 것이 어쩐지 희롱당하는 것 같아 치료받는 일을 포기했다. 377p

 

 

출판사서평

 

《남지심 작가의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그리워했던 많은 독자들을 위하여, 소장하고 선물할 수 있도록 단아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양장으로 정성들여 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선보이는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과 함께 30년만의 감동과 추억을 다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솔바람 물결소리』를 쓸 때 내 나이는 36살, 지금 생각해 보면 풋풋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젊은 나이였는데,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죽음의 문제에 매달려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강기혜를 그때 내 나이인 30대 후반에 폐암으로 죽게 한 후, 35년의 세월이 흐른 금년 봄, 나도 폐암 수술을 받았다. 폐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솔바람 물결소리』였다. 뿌린 씨를 거두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출판사 서평

[ 편집자 이야기 ]

30년전의 일로 기억된다.
초등학생 시절에 나의 어머니는 한 동안 책 한권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셨다. 어떤 책인지 제목을 어깨 너머로 보고는 이내 흥미를 잃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책을 좋아 하셨다. 언제나 손이 가는 곳에 책이 놓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어머니가 유독 한권의 책을 가슴에 대고 계셨다. 그 책이 ‘솔바람 물결소리’ 였다. 아직도 그 때의 장면과 기억을 어렴풋이 가져 올 수 있는걸 보면 어린 시절 나의 눈에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대학시절, 어머니처럼 작고 낡아버린 서가에서 오래된 책이 눈에 띄였다. 『솔바람 물결소리』 그리고 『연꽃을 피운 돌』 마치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이 두 책이 항상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단아하고 가지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흥미를 끌지 못했던 제목의 책은 10년이 지난 나의 눈에 새롭게 들어왔고 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20년 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남지심 작가의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내가 몸 담고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였을 때, 책 만드는 내게 숙연(宿緣)이라 할 수 있는 책이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것은 묘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2014년 10월 22일, 이 책이 인쇄소에서 나온 날, 아직 인쇄기계의 온기가 남아 있고 종이 냄새가 거칠게 베어 있는 책을 들고서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낡아질 것이 없는 작은 서가에 표지가 잘 보이도록 두권을 나란히 놓고 나왔다.

 

[ 출판사 이야기 ]

만남은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나침반이다. 좋은 만남은 우리의 삶을 좋은 쪽으로, 나쁜 만남은 우리의 삶을 나쁜 쪽으로 끌고 간다. 그래서 얼마큼 가다 보면 만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자연히 알게 된다.
만남은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도 인생을 밝...음 쪽으로 혹은 어둠 쪽으로 얼마든지 끌고 갈 수 있다. 책은 작가의 사상이 농축된 것임으로 오히려 더 강렬한 힘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남지심 작가의 초기 작품인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다시 펴내게 된 것은 좋은 만남을 가져다 줄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30여년이라는 세월은 한 시대를 뛰어 넘는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조금도 녹슬지 않은 것 같은, 오히려 더 은은한 광채를 내 뿜는 것 같은 두 권의 책은 좋은 친구처럼 독자 한 분 한 분과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가리라 믿는다.

이 가을, 국화 꽃 향기 같은 두 권의 책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추천사]

30년만에 밀려오는 감동
- 남지심 작 <솔바람 물결소리>를 다시 읽고

남지심 작 소설 『솔바람 물결소리』가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반갑고 기쁜 일이다. 198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이었으니 3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 새 모습으로 부활한 셈이 아닌가? 감격스러운 일이다.

내가 새로 나온 이 소설을 이처럼 반기는 것은 내가 이 소설과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30여 년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나오는 어느 교포 신문에 연재되었다. 불교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이 그 당시 캐나다 대학에서 불교를 가르치고 있던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에 은은히 배어 나오는 불교 정신은 내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설명해주는 불교 내용보다 더욱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불교에 관심이 있는 서양 학생들이나 한국인 2세들이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간 신문이라 한 주일에 한 꼭지씩 연재되어 나오는 것을 영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신문이 배달되어 올 때 마다 그때그때 번역하다가 어느 새 책 전체를 다 번역하게 되었다. 완성된 원고를 내가 가르치던 몇몇 학생들, 친구들, 내 아들에게 읽어보게 했다.

1986년 가을 교수들이 6년 가르치고 1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안식년을 맞아 서울에서 가르치기로 하고 귀국했다.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한국일보』 자매지 The Korea Times 지를 보는데, ‘한국현대문학번역’ 응모에 관한 광고가 나왔다. 그 때 5.25 인치 커다랗고 얇은 프로피 디스크에 넣어온 번역물을 프린트해서 코리아 타임즈사로 보냈다. 그해 11월 초 제17회 현대문학 영문번역 장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되었다는 통고를 받았다.

지금도 그 때 줄 한 줄 번역하면서, 그리고 번역된 것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느낀 감동과 여운을 잊을 수 없다. 강 선생님이 혜강이에 대해 가졌던 마음 씀씀이, 강 선생님과 다솔 스님과 혜강이가 홍련암에서 3일간 기도하던 일, 강 선생님과 다솔 스님이 음성나환자 촌인 청솔 마을을 찾아 가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청솔 마을을 찾아 갔다가 돌아오면서 다리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을 솔가지로 쓸어내리는 다솔 스님의 모습, 눈을 피해 들어간 폐가에서의 마지막 장면, 혜강이가 조상하다가 완성하지 못하던 관세음 보살상을 강 선생님이 숨을 거둔 모습을 보고 난 후 완성한 것, 다솔 스님의 다비식 등, 이 모두가 30년 전 내 마음 속에 그려진 그 장면들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새로 나온 책을 펴 보았다. 전보다 아름다운 표지와 시원시원한 행간이 읽기에 더욱 편해졌다. 내 머리에 아직 남아 있는 대사 몇 구절을 찾아보았다.

주인공 강 선생님이 어린 딸 자운이를 남기고 먼저 떠나야 할 심정을 그리는 대목이다. “나는 자운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너를 남겨두고 가야 하는 엄마는 죄인이다. 나는 자운의 조그만 두 발을 가슴에 꼭 껴안았다. 그리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울었다.”(374쪽)

강 선생님이 죽기 전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뒷일을 모두 챙기고 하는 말이다. “정이란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역시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이 비록 번뇌망상의 원천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정을 느낄 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짙은 애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나의 마지막 길은 더욱 쓸쓸했을 것이다.”(389쪽)

지금 읽어도 역시 감동이다. 아니 30년이 지나고 읽으니 이런 대목이 더욱 숙연하게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만이 아니라 전에 읽었던 독자들이나 새롭게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주는 잔잔한 감동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