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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연꽃을 피운 돌 - 남지심

Bawoo 2020. 1. 4. 22:18
저자 남지심 | 얘기꾼 | 2014.10.22.

 

 
 
[소감] 전작 "솔바람 물결소리"의 후속작. 전작이 어머니-강기혜-가 죽고 난 뒤에 생존시에 기록해 놓은 것을  읽는 방식으로 쓰여진 데 비해 - 영화 "클래식"이 이런 방식이다- 이 작품은 딸-자운-이 1인칭 화자가 되어 스님 헤강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축으로 하여 집안 일을 해주던 아주머니의 아들-덕이-그리고 음성 나환자 촌- 청솔 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간상으로는 자운이 30 중반인 시점이니 어머니와 마음으로 사랑을 나눴던 자운 스님의 다비식 날로부터 계산해도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이다. 이야기는 1인칭 소설이 갖는 특징 -다른 인물들이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전달되기에 인물의 입체성 부족(?)-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독성이 아주 뛰어나다. 4시간 만에 완독.  화자는 이젠 30 중반인 신문사 문화부 기자이고 스님 혜강은 독일로 유학까지 갔다 와 대학병원 - 아마 서울대일 듯- 의사로 근무하면서 스님 생활을 이어간다. 서로 사랑하지만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기에-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현실에선 당장 환속하지 않을꺼?^^-가슴이 아프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리 절절하지는 않다. 그저 물 흐르듯 담담한 가운데 서로 아끼는 그런 사랑이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혜강이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6년 수도생활로 들어가겠다는 말을 하고 주인공 다운도 암자-홍련암-으로 들어가려는 암시로 끝을 맺는다. 속세인인 나로서는 좀 안타까운 결말.
 [여담] 이 작품은 품은 작가 30 중반- 주인공 다운과 나이가 비슷하다.^^-에 쓴 작품이라니 노년에 접어든 지금-작가는 1944년 생이다- 쓴다면 내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작중 인물들이 하나같이 천사표- 나쁜 인물이래봤자 덕이의 늙은 엄마, 음성 나환자 최 씨의 딸 용희를 배신하는 태식, 혜강을 사랑하는 간호사 양숙, 그리고 자운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윤 교수 정도인데 다 현실에서도 봐줄 만한 인물이지 결코 악인은 아니다- 여서 현실에 실재하는 인물들과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작가의 인생관이 배어있을 내용에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천사표인 사람들을 글로나마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작품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족] 작가는 불심이 매우 깊은 분 같다. 두 작품 모두 불교와 연관되어 있고 이 종교가 아니었으면 이 작품은 탄생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 
 
 

책소개

 

남지심 장편소설 『연꽃을 피운 돌』. 이 소설은 저자 남지심의 초기작품으로 30여년이라는 세월은 한 시대를 뛰어 넘는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조금도 녹슬지 않은 것 같은, 오히려 더 은은한 광채를 내 뿜는 것 같은 이 책은 좋은 친구처럼 독자 한 분 한 분과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가리라 믿는다.

저자남지심

남지심 : 소설가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솔바람 물결소리'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이후 애환 가득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특유의 섬세하고 종교적인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지은 책으로 <연꽃을 피운 돌>, <담무갈>, <욕심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새벽 하늘에 향 하나를 피우고>, <우담바라> 등이 있다.

 

 

목차

 

연꽃을 피운 돌

프롤로그 006
1장 귀국, 재회 009
2장 불안한 설렘 037
3장 거짓과 진실의 차이 061
4장 위태로운 생명 085
5장 잔인한 횡포 121
6장 폐허 속에 남겨진 생명 153
7장 제신들의 언덕 181
8장 무시무종(無始無終) 211
9장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 245
10장 숭고한 회향 295
11장 신념은 정토를 만든다 323
12장 애절한 사랑 361

 

 

책 속으로

 

우리는 살면서 말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다. 그것은 이해받고 싶은 욕망이다. 이해받고 싶다는 것,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절절한 욕망이 있을 수 있을까? 16p

하루하루란 낙엽처럼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아가 버린 하루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어차피 날아가 버린 낙엽에 불과한 것이니까. 모든 것은 오로지 오늘에 머물러 있다. 오늘, 그 오늘만을 직시하면 된다. 그런데 그 오늘은 내가 직시하기 전에 항상 평범한 일상 속으로 녹아 버렸다. 나는 한 번도 오늘을 실감 있게 붙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한번 실감 있게 붙들어 볼 사이도 없이 그냥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빙산(氷山)인지도 모르겠다. 20P

“부처님은 죽음을 험난한 길에 노자가 없는 것과 같고, 갈 길은 먼 데 길동무가 없으며, 밤낮으로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길과 같다고 했어. 또 어두운 길에 등불이 없고, 들어갈 문은 없는데 집만 있고, 아픈 데가 있어도 치료할 수가 없으며, 내 몸에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지.” 32p

침묵, 모든 것은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향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침묵의 심연 속에 나를 가라앉히며 길고 긴 겨울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 겨울 속에 나의 오관을 잠재우려했다. 하지만 내 오관은 그리 쉽게 잠들어 주지 않았다. 때로는 절망과 분노가 또 때로는 슬픔과 외로움이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럴 때면 내 자신이 바다위에 떠 있는 나뭇잎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나뭇잎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349p

온 천지는 완전히 빗속에 잠기는데 혜강스님과 내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은 행복하다. 그것만 생각하자. 지금 스님은 내 곁에 있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작은 공간은 따뜻하고 아늑하다. 순간 속에 영원이 있고, 영원속에 순간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은 나를 위한 영원이 될 수도 있다. 396p

 

 

출판사서평

 

《남지심 작가의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그리워했던 많은 독자들을 위하여, 소장하고 선물할 수 있도록 단아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운 양장으로 정성들여 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선보이는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과 함께 30년만의 감동과 추억을 다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솔바람 물결소리』를 쓸 때 내 나이는 36살, 지금 생각해 보면 풋풋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젊은 나이였는데,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죽음의 문제에 매달려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 강기혜를 그때 내 나이인 30대 후반에 폐암으로 죽게 한 후, 35년의 세월이 흐른 금년 봄, 나도 폐암 수술을 받았다. 폐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 내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솔바람 물결소리』였다. 뿌린 씨를 거두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출판사 서평

[ 편집자 이야기 ]

30년전의 일로 기억된다.
초등학생 시절에 나의 어머니는 한 동안 책 한권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셨다. 어떤 책인지 제목을 어깨 너머로 보고는 이내 흥미를 잃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책을 좋아 하셨다. 언제나 손이 가는 곳에 책이 놓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어머니가 유독 한권의 책을 가슴에 대고 계셨다. 그 책이 ‘솔바람 물결소리’ 였다. 아직도 그 때의 장면과 기억을 어렴풋이 가져 올 수 있는걸 보면 어린 시절 나의 눈에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대학시절, 어머니처럼 작고 낡아버린 서가에서 오래된 책이 눈에 띄였다. 『솔바람 물결소리』 그리고 『연꽃을 피운 돌』 마치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이 두 책이 항상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단아하고 가지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흥미를 끌지 못했던 제목의 책은 10년이 지난 나의 눈에 새롭게 들어왔고 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20년 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남지심 작가의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내가 몸 담고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하였을 때, 책 만드는 내게 숙연(宿緣)이라 할 수 있는 책이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것은 묘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2014년 10월 22일, 이 책이 인쇄소에서 나온 날, 아직 인쇄기계의 온기가 남아 있고 종이 냄새가 거칠게 베어 있는 책을 들고서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낡아질 것이 없는 작은 서가에 표지가 잘 보이도록 두권을 나란히 놓고 나왔다.

 

[ 출판사 이야기 ]

만남은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나침반이다. 좋은 만남은 우리의 삶을 좋은 쪽으로, 나쁜 만남은 우리의 삶을 나쁜 쪽으로 끌고 간다. 그래서 얼마큼 가다보면 만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자연히 알게 된다.
만남은 꼭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도 인생을 밝음... 쪽으로 혹은 어둠 쪽으로 얼마든지 끌고 갈 수 있다. 책은 작가의 사상이 농축된 것임으로 오히려 더 강렬한 힘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남지심 작가의 초기 작품인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을 다시 펴내게 된 것은 좋은 만남을 가져다 줄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30여년이라는 세월은 한 시대를 뛰어 넘는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조금도 녹슬지 않은 것 같은, 오히려 더 은은한 광채를 내 뿜는 것 같은 두 권의 책은 좋은 친구처럼 독자 한 분 한 분과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가리라 믿는다.

이 가을, 국화 꽃 향기 같은 두 권의 책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