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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어제(御製)시 한 수

Bawoo 2014. 2. 14. 19:48

세월 흘러도 푸른 산이 높고 높듯

 (日長山色碧嵯峨-일장산색벽차아)

 

천하에 떨친 바른 기상은 여전히 드높아라

 (鍾得乾坤正氣多-종득건곤정기다)

 

북으로 떠난 이나 남으로 내려간 이나 의로움은 매한가지

 (北去南來同日義-북거남래동일의)

 

금석같이 굳은 절개 가실 줄이 있으랴

 (精金堅石不曾磨-정금견석부증마)

 

*정조가 동계 정온선생(1569~1642)의 충절을 기려 영의정을 추증하고 위 시도

지었다고 하며 거창에 있는 선생 고택 사당 문루에 이 시가 걸려있다고 합니다.

 

동계 정온 선생은 남명 조식 선생의 학풍을 계승한 대표적인 분인데 광해군이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마저 폐출하려고 하는 것에 반대하여 상소를

올렸다가 제주도로 유배되어 10년(1614~1623)간 유배생활을 했는데 

 '절해고도로 위리안치하라'라는책에  언급이 약간 되어 있습니다.

 

광해군 치세에서는 남명 조식선생 문하생인 정인홍,이이첨등 대북파가 득세하여

영창대군 살해,인목대비 폐비를 주도했는데 같은 남명선생 문하이면서 뜻을

달리한 것을 보면 성품이 강직한 분인 것을 알겠습니다.

이를 입증하는 또 한 사례가 있는데 '인조 14년(1636년)에

일어난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을  반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합니다.'

 

이 정온 선생이 지은 시 한편이 있어 옮겨 보았습니다.

 

-  촌망(村望-마을을 바라보며)

 

마을이 청산 아래 자리를 잡으니 (村住靑山下-촌주청산하)

우거진 숲 푸른 물결이어라  (園林祿水邊-원림녹수변)

집집마다 저물녘 베짜는 소리 들리고(家家鳴夕저)

곳곳마다 밥짓는 연기 모락모락 (處處起炊煙-처처기취연)

세금으로 가져가고 남은 것은 얼마나 (官租輸餘幾-관조수여기)

독은 비었을 망정 자연을 즐기노라 (陶盆樂自然-도분요자연)

어찌 알았으랴 전쟁이 쓸고간 곳에 (何知兵火地-하지병화지)

태평스런 세상을 다시 보게 될 줄을 (重見太平天-중견태평천)

                                      <동계집 권 1 중에서>

 

세번재 련 마지막 글자는 '북 저'자인데 木+抒자의 좌변 글자를 뺀 합자입니다.베틀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시의 내용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의 시골 풍경-동계 선생 고향(?)-을 읊은 것 같은데 전쟁과 세금 때문에 더욱 가난해진 시골 마을에 그래도 평화가 찿아 온 풍경을 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해석은 읽는 이에 따라 조금식 다르리라 봅니다.^^

 

*출처:'한국의 고택 기행'이란 책 -'거창 정온 선생 가옥' 편에서 발췌,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