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알렉산드르 푸슈킨 | | 새움 | 2017.7.17
[소감] 지금부터 50년 전인 내 나이 22살 때이던 1971년에 읽었거나 아니면 저자, 제목만 기억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 아무튼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번에 "줌 인 러시아"란 책을 읽으면서 기억을 소환하여 다시 읽어보았다. 읽어가면서 읽은 기억은 나기는 했지만 느낌은 당시 기억이 없기는 마찬가지. 반세기가 지나 새삼 다시 읽어본 소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歲寒圖]를 본 느낌. 남들은 명작이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튼 덕분에 50년 전 대학 1학년 시절을 추억하는 계기가 되었다.[2021. 8.9]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대위의 딸』은 19세기 초에 나온 소설이지만, 요즘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시대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언어감각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푸시킨이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쓰고 말하는 언어를 작품 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푸시킨은 고전주의 규범에 따라 미사여구의 문어로 창작되곤 하던 작풍을 탈피해 실제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구어를 작품 속에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낭만주의 문학을 벗어나 당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옮겨내는 리얼리즘 문학을 러시아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두고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모두 푸시킨을 위대한 작가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저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1799~1837)
러시아의 가장 사랑받는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로, 국내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과 결투를 벌이고 총상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38년의 짧은 생애 동안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펼쳤으며, 당시까지 서유럽의 발전된 모든 문학 장르를 접한 뒤 러시아에 도입시켰다. 특히 푸시킨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개척자로,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역자: 이영의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모스크바 교육대학교에서 「마리나 츠베타예바 민담 장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했으며 번역서로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작은 악마』,『암 병동』 등이 있다.
목차
제1장. 근위 중사
제2장. 길 안내인
제3장. 요새
제4장. 결투
제5장. 사랑
제6장. 푸가초프의 반란
제7장. 습격
제8장. 불청객
제9장. 이별
제10장. 도시의 포위
제11장. 폭도들의 소굴
제12장. 고아
제13장. 체포
제14장. 심판
역자노트
작가 연보
책 속으로
“거짓말 마, 이 비열한 놈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소리를 질렀다. “그런 파렴치한 거짓말을 하다니!”
시바브린의 안색이 일시에 변했다. “아니,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군.” 그가 내 손목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당장 자네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네.”
- 65쪽
젊은이들이여! 만일 나의 수기가 그대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시라. 가장 확고한 최선의 개혁은 온갖 강제된 변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풍속의 개선에서 온다는 사실을.
- 107쪽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잘 가요, 나의 천사! 잘 가요, 귀여운 내 사랑! 내가 무슨 일을 당한다면 내 마지막 생각과 기도는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주세요!” 마샤는 내 가슴에 기대어 한없이 흐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뜨겁게 입 맞추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 110쪽
“그건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오. 당신을 대적하라고 명령하면 해야지, 별수 없소. 당신 역시 지금 부하를 거느리고 있고, 부하들이 당신의 명령에 따르기를 요구하고 있지 않소? 내가 임무 중에 명령을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오. 지금 내 목숨은 당신 손안에 있소. 나를 놓아준다면 감사한 일이고, 나를 사형시킨다면 그때는 신이 당신을 심판하겠지요. 나는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할 뿐이오.”
- 141쪽
“독수리와 까마귀는 하늘을 날다가 죽어 넘어진 말을 발견하고 날아 내려와 그 위에 앉았다네. 까마귀는 맛있게 쪼아 먹기 시작했지만, 독수리는 한두 번 쪼아 보고는 날개를 치며 까마귀에게 말했다네. ‘까마귀야, 역시 나는 안 되겠어. 삼백 년간 썩은 고기를 먹느니 단 한 번이라도 생피를 실컷 먹는 것이 낫겠어.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말이야!’ 했다네. 이 칼미크족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재미있네요.” 내가 그에게 대꾸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살인이나 강도로 살아가는 것은 송장을 쪼아 먹고 사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푸가초프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생각에 잠겨 잠자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190쪽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운 폭군이며 악당인 무시무시한 사내와 이별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이 어떠했는지 여기서 상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진심을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순간 그에게 강한 동정심을 느꼈다. 때가 늦기 전에 그가 이끌고 있는 폭도들 속에서 그를 구하고, 그의 목숨을 건져 주고 싶었다. 그러나 시바브린과 군중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어서 내 마음속의 말은 끝내 꺼내지 못했다.
- 204쪽
가는 곳마다 행정은 마비되어 있었고, 지주들은 숲속으로 도망쳐 버리고 없었다. 비적 떼가 도처에서 출몰해 악행을 일삼았고, 정부의 지휘관들은 지휘관들대로 사람을 멋대로 처형하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는 둥 엉망이었다. 전쟁의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광대한 지역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신이시여, 다시는 이처럼 어리석고 무자비한 폭동이 러시아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 217쪽
출판사서평
푸시킨의 역사적 통찰과 낙관이 빚어낸
혁명과 사랑의 유쾌한 변주!
유쾌한 고전 『대위의 딸』
『대위의 딸』(1836)은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문호 푸시킨(1799~1837)이 쓴 역사소설이다. ‘대문호’, ‘위대한’, ‘고전’ 등 푸시킨과 『대위의 딸』에 붙는 수식만 보았을 때는 얼핏 어려운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다. 어리숙했던 주인공의 성장, 비범한 인물과의 기이한 인연, 아름답고도 애틋한 사랑, 동료였지만 원수가 된 라이벌, 정의와 불의의 싸움,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인 대사와 장면 등등 읽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유쾌한 이 작품이 왜 러시아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걸까? 『대위의 딸』을 둘러싼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작가 푸시킨의 문학과 삶을 알고 나면, 이 작품의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러시아 산문의 시작을 알리다
러시아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 푸시킨
푸시킨은 혹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를 쓴 시인 아닌가 생각했다면 맞다. 『대위의 딸』은 바로 그 시인이 쓴 소설이다. 푸시킨은 어린 시절 러시아 왕립 리체이 귀족학교에서부터 당대 최고의 시인 가브릴라 데르자빈에게 격찬을 받았을 만큼 타고난 시인이었다. 러시아 시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시인 푸시킨은 오히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에 운문 형식의 한계를 느끼고 당시까지 러시아에서 일반화되지 않았던 장르인 산문을 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결지은 단 하나의 장편소설인 『대위의 딸』은 이후 일어난 위대한 러시아 리얼리즘 산문 전통의 효시가 되었다.
『대위의 딸』은 19세기 초에 나온 소설이지만, 요즘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시대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언어감각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푸시킨이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쓰고 말하는 언어를 작품 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푸시킨은 고전주의 규범에 따라 미사여구의 문어로 창작되곤 하던 작풍을 탈피해 실제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구어를 작품 속에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낭만주의 문학을 벗어나 당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옮겨내는 리얼리즘 문학을 러시아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두고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모두 푸시킨을 위대한 작가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왜 지금 다시 『대위의 딸』인가?
가장 위험한 시인의 가장 위험한 정치소설
푸시킨은 러시아의 전제정치와 농노제를 격정적으로 공격하며 자유를 찬미했던 시가 발각되면서 제정 러시아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푸시킨의 시와 사상에 공감한 청년 장교들이 데카브리스트 혁명(1825)을 일으킨 이후에는 당시 차르였던 니콜라이 1세가 직접 그의 모든 작품을 검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황제와 비밀경찰의 가장 집요한 검열과 감시 속에서도 이 대담한 작가는 교묘한 방식으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대위의 딸』은 겉으로 보기에는 신임 청년 장교의 성장과 모험, 사랑과 그 결실이라는 큰 줄기를 따르고 있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요소들을 비교해보면 (지배권력의 입장에서는) 불온하기 그지없다. 허세와 비리에 물든 러시아 귀족사회를 그려내는가 하면, 능력 없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장성들과 허술한 군 체계를 꼬집기도 하고, 급기야는 민중봉기의 수장 푸가초프의 인격과 카리스마를 여제 예카테리나 2세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에 놓기도 한다. 유쾌한 서술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 속에 부패한 러시아를 공격하는 날선 비판을 숨겨 놓은 푸시킨의 솜씨는 억압적인 독재 권력하에서 작가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저항의 방식을 엿보이게 한다.권력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절대 권력을 지향한다. 대한민국도 얼마 전 큰 내홍을 앓았다. 문화계에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라는 검열과 감시가 횡행했던 21세기의 대한민국. 부패한 정치와 무능한 지배세력이 절대 권력을 노릴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200년 전의 작가 푸시킨은 이미 보여주고 있다.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대위의 딸』의 제사(題詞)는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라는 격언이다. 본문을 구성하는 14개의 장마다 그 장의 내용을 함축하는 제사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 푸시킨은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저 문구를 골랐다고 짐작할 수 있다. 미상불 『대위의 딸』은 단적으로 말해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그리뇨프의 성장담이며, 그리뇨프의 성장은 명예를 지키는 것을 동기이자 과정으로 삼는다. 그리뇨프는 모욕당한 연인 마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시바브린과 결투를 하고, 교수대를 눈앞에 두고서도 황가에 충성을 맹세한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푸가초프에게 투항하지 않는다. 이후 그리뇨프는 시바브린에게 감금된 마샤를 구해내기 위해 황제군을 벗어나 홀로 적의 영토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봉기가 가져온 러시아 전역의 황폐화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도하며 푸가초프의 방식은 틀렸다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진다.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의 인연 속에서, 그리고 러시아를 휩쓴 민중봉기라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아가고 지켜나가는 그리뇨프의 모습은 과연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다’는 말이 어울린다. 무엇보다도 푸시킨이 이야기하는 명예의 본질이 ‘고통받는 인간을 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푸시킨의 휴머니즘을, 그리고 『대위의 딸』이 왜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대위의 딸』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시킨은 자신과 아내를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이때 입은 총상으로 인해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대위의 딸』의 제사가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임을 다시금 떠올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푸시킨의 삶이 그의 문학과 얼마나 합치되는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유려한 번역과 역자노트로 만나는 새로운 『대위의 딸』『대위의 딸』에는 18세기 후반 부패한 제정 러시아와 그로 인해 도탄에 빠진 민초들의 삶, 그리고 꿈틀거리던 혁명의 기운이 청년 장교 그리뇨프의 흥미진진한 사랑과 모험 이야기 속에 간결한 문체로 담겨 있다. 그 자체로도 물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러시아 문학사적인 의미에서도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위대한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이번에 새움에서 출간되는 『대위의 딸』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 교육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교과서에도 실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암 병동』 등을 옮긴 역자 이영의가 번역을 맡았다. 러시아 아카데미에서 출간한 푸시킨 전집을 저본으로 삼아 원문을 충실하게 옮기면서도 잘 읽히는 우리말 문장으로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리고 『대위의 딸』이 갖는 문학사적인 의미와 역사적인 배경을 비롯해 작가 푸시킨의 문학과 삶을 해설한 ‘역자노트’를 붙였으므로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국경 요새로 파견된 신임 청년 장교 그리뇨프는 임지로 가는 길에 한 부랑자를 만나 선의로 ‘토끼가죽 외투’를 선물한다. 부임한 그리뇨프는 허름한 요새에 낙심하지만 곧 사령관 미로노프 대위의 딸 마리야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동료이자 연적인 시바브린과 결투를 벌이다 상처를 입는다. 얼마 뒤 카자크 하층민들의 봉기인 ‘푸가초프의 반란’이 일어나 요새는 점령당하고 대부분의 장교들은 사형을 당한다. 그런데 반란군의 수장 푸가초프는 그리뇨프가 부임길에 만났던 바로 그 부랑자였고, 그 인연 덕분에 그리뇨프는 사형을 면하게 된다. 살아남은 그리뇨프는 귀족의 서약에 따라 푸가초프에게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이를 용인한 푸가초프의 호의로 요새를 벗어나 황제군에 합류한다. 그리뇨프와는 반대로 반란군에 투항하여 새로이 요새의 사령관이 된 시바브린은 마리야를 감금한 뒤 자신과 결혼할 것을 종용한다. 소식을 들은 그리뇨프는 마리야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요새로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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