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 위 경제사 : 저자 이두걸 | 루아크 | 2023.1.10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그 동행의 역사]
[소감]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경제 흐름과 클래식, 대중음악을 접목하여 쓴 양서. 두 분야 모두 전공한 건 아니지만 전공자 못지않은 식견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저작이 가능한 것으로 읽혔다. 다만 600여 쪽이나 되는 꽤 두툼한 내용이 담긴 저작임에도 워낙 다뤄야 할 내용이 많은 소재여서 - 특히 클래식 부분이 그렇다 - 내용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차라리 경제사와 서양 음악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쓰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경제사와 서양음악 -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같이 묶었다 - 의 흐름을 같이 볼 수 있는 노작인데 클래식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초심자에게 길라잡이가 되기엔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 나오는 음악가가 너무 적다 - 나 정도로 클래식의 흐름을 알고 있는 수준이라면 약간의 참고만 되는 내용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팝송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것도 아쉽다. 내 10대 후반, 20대 초인 6, 70년 대는 팝송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이후 음악은 먹고살기 위한 직장 생활에 바빠 관심조차 가질 겨를이 없이 세월이 흘러버렸는데. 저자가 50년 생인 나보다 한참 어린 -81년에 초등학교 입학이면 73년 생인가? 그렇다면 나는 군대에서 뺑뺑이 돌고 있을 시절이었다. 꽃다운 20대 초반 청춘을 군대에서 썩을 수밖에 없었던. ㅠㅠ. - 나이여서 팝송을 잘 모르는 세대인 측면도 있겠다. 아무튼 내 소견으로는 저자가 너무 욕심을 부린 저작이 아닌가 싶다
두 분야 모두 교양 수준으로 읽을 수 있는 뛰어난 저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데 묶어 낸 데 따른.
☆여담☆
참고 서적 목록에 "클래식 법정"이란 책이 보이던데 헌법학 전공학자가 쓴 클래식 관련 양서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도 이런 식으로 쓰면 어땠을까 싶다. 세 분야- 경제사, 클래식, 대중음악-로 나누어서.
책소개
이 책 《음표 위 경제사》는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지은이 이두걸 작가는 ‘대중음악이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지은이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세계대전과 대공황, 냉전, 석유파동,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하게 들려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추천의 글ㆍ들어가는 말
1장 산업자본주의, 부르주아와 ‘베토벤들’을 낳다
-영국, 제국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모차르트는 실패하고 베토벤은 성공한 까닭
-산업혁명의 양 날개 ‘나는 북’과 ‘증기기관’
-미네르바의 부엉이 베토벤, 날개를 펴다
2장 세계를 통합한 부르주아, 낭만을 노래하다
-미국, 19세기의 기린아로 우뚝 서다
-비더마이어시대를 위로한 낭만주의
-교통과 통신으로 하나되는 세계
-‘낭만의 시대’ 꽃피운 음악가들
3장 자본주의에 드리운 유령, 불황
-파국의 전조 드리운 자본주의
-민족주의 음악의 발흥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고전음악사의 라이벌 바그너와 브람스
-웰컴 투 모던타임즈
-세기말의 이방인, 구스타프 말러
4장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본격화된 미국의 시대 그리고 대공황
-과학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대중음악 그리고 재즈의 탄생
-뉴딜과 케인즈주의, 어떻게 세계 자본주의를 구원했나
-조성과 형식, 리듬의 혁신 이끈 현대음악
-‘신 공화국’ 독일과 소련의 성공과 좌절
-20세기의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5장 호황에 들뜬 세계, 로큰롤에 홀리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중산층, 황금시대를 열다
-청춘의 음악 로큰롤의 탄생
-패전 딛고 일어서는 독일과 일본
-세상을 바꾼 ‘딱정벌레들’
6장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석유파동으로 멈춰 선 세계경제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세계화의 물결, 전 세계를 덮치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나가는 말ㆍ주ㆍ참고자료ㆍ찾아보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경제와 음악은 서로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경제는 ‘아폴론’, 음악은 ‘디오니소스’의 영역에 머무른 것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음악 등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다만 경제는 다른 요인과 더불어 예술을 포함한 상부구조에 개입하거나, 중간 단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음악 등 예술은 생산양식상의 근본 모순을 봉쇄하면서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프레드릭 제임슨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까닭이다. 최초의 ‘자유 음악가’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굶어 죽지 않은 건 1차 산업혁명에 따라 부르주아계급이 대거 양산된 덕분이다. 음악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던 축음기와 라디오는 2차 산업혁명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이례적’ 호황이 1970년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면 기성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였던 펑크록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
#8쪽_들어가는 말
결과적으로 대분기 이후 산업화에 따른 공업화가 진전되었던 1880년에는 전 세계 지역별 공산품 생산능력 중 아시아 지역의 비중은 20% 정도로 축소된다. 대신 영국과 유럽대륙 그리고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미국을 합친 비중이 60%를 상회한다. 이 추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까지 이어진다. 대분기의 결과는 지역 간 1인당 GDP의 격차 확대였다. 앞서 소개한 ‘메디슨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820년 3대 1을 기록했던 지역 간 격차는 1870년 5대 1로 벌어졌고, 이후 1950년 15대 1, 1998년 19대 1로 그 간격이 더욱 커졌다.
영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맹아가 움트기 시작한다는 경제적 토대의 변화는 정치, 사회, 법률, 예술 등 상부구조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 책에서 경제사와 함께 주목할 음악 역시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바로크음악이라는 중세의 잔재를 벗고, 우리가 현재접하는 ‘고전주의 음악’의 원형이 제시된 건 이 변화의 결과다.
#41~42쪽_1장 산업자본주의, 부르주아와 ‘베토벤들’을 낳다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이중혁명을 거친 서구 사회는 그 이전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었다. 당시 사회의 주인공은 기존의 귀족이 아닌 부르주아계층이었다.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경제적 주도권을 대토지 소유자였던 귀족이 아닌 도시의 공장주와 대상인, 금융·법률 전문가 같은 부르주아계층이 확보한 것이다. 프랑스대혁명을 겪은 당대인들은 국가는 왕국과 따로 존재하고, 백성들은 지배자와 독립해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음악 문화의 헤게모니도 귀족에서 시민사회, 곧 부르주아계층으로 넘어갔다. “음악은 시민계급의 독점적 소유물”이 되었다. 음악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소수 귀족의 후원 대신 다수의 도시 중산층인 부르주아계층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공연주회나 출판 등 음악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야 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일반 청중들은 귀족계급에 비해 음악적 소양이 떨어졌고, 무도회 같은 목적이 아닌 음악 자체만을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성공하려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투쟁’이 필요했다. 그 결과 표현 강도를 끊임없이 높이는 19세기의 과장된 양식이 탄생했다.
#126쪽_2장 세계를 통합한 부르주아, 낭만을 노래하다
19세기 후반을 풍미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제국주의와 더불어 민족주의를 꼽을 수 있다. ‘민족은 한 사회 내부에서 먼 과거로부터 자연스럽게 생성돼 민족적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건 민족주의가 낳은 일종의 신화다. 이런 민족의 고유성에 대한 민족주의적 신화는 다른 민족과의 비교를 전제로 하고, 곧 ‘국제적’이라는 전제 아래 민족주의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서구의 기준으로는 주권과 영토를 지닌 근대적 주권 국가의 탄생을 알린 1648년 베스트팔렌 국제조약 이후 민족주의가 등장했고, 이는 국제정치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민족의 본질에는 혈연·언어·풍습 등 문화적 공통성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기반의 동질성이 전제되는데, 이는 곧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사회적 생산력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구성원을 동질화·단일화할 효과적 수단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민족주의가 대두되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민족주의는 당시 고전음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그때까지의 음악 선진국 외의 다른 지역에서 국민음악파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180~181쪽_3장 자본주의에 드리운 유령, 불황
스윙재즈는 1950년대 로큰롤과 비밥 혁명이 도래하기 전까지 재즈만이 아니라 대중음악계 전체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1935~1945년 사이에 100만 장 이상 판매한 음반 중 절반은 스윙재즈 음반이었다. 1930년대 팔린 앨범 중 85%가 스윙재즈 음반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여기에 담배부터 여성 의류까지 거의 모든 상품의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유사 이래 가장 대규모의 음악 비즈니스’로 손꼽혔다. … 다만 스윙재즈가 돈이 되자 베니 굿맨 같은 백인 뮤지션들이 등장해 업계를 장악한다. 그러나 스윙의 시대는 2차 세계대전 종결과 함께 막을 내린다. 여러 이유가 있다. 빅밴드는 큰 조직으로 움직이다 보니 애초 비용이 많이 들었다. 여기에 밴드 대신 가수와 노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중음악산업이 발전하면서 빅밴드가 설 공간이 좁아졌다. 라디오는 빅밴드의 실황 연주 대신 음반 음악을 전파에 실었다. 이에 더해 스윙재즈는 구닥다리 음악으로 여겨졌다. 재즈씬에서도 새로운 변혁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훗날 ‘비밥 혁명’이 시작됐다.
#303~304쪽_4장 ‘야만’의 시대, 그 속에서 울려 퍼진 재즈와 모더니즘음악
지갑이 두둑해진 이들은 자연스럽게 광범위한 소비 대중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내구 소비재와 여행, 보건 등 소득이 늘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품목들의 매출이 급성장했다. 많은 미국인은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11장 제목처럼 “쉐보레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미국을 둘러”봤다. 100가구당 차량 등록 대수는 1930년 89.2대에서 1950년 112.9대, 1970년 171.0대로 뛰어올랐다. 1970년대에는 차량을 두 대 이상 보유한 가구가 흔해졌다는 뜻이다. … 이는 투자의 증가를 유도하고, 다시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냈다. 미국만이 아니라 서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슈퍼마켓이 확산되면서 식품을 저장할 냉장고 보급률은 1970년대에 80%를 웃돌았다. 선진국 시장만 놓고 보면 ‘고도 대중소비 단계’가 열린 셈이다. 이런 고도 대중소비 문화의 중심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큰롤이 자리하고 있다.
#389~390쪽_5장 호황에 들뜬 세계, 로큰롤에 홀리다
흔히 ‘명작’(마스터피스)이라는 호칭은 시대를 선도한 작품에 붙는다. 새롭고도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새 사조를 개척한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기에 명작이 많다는 것은 당시 뮤지션들이 왕성한 창작 욕구를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대중음악은 철저히 자본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많이 팔릴 만한 작품에 돈이 몰리고, 이를 바탕으로 뮤지션들은 앨범을 제작한다. 흔히 경기가 좋을 때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곤 한다. 자본 수익률이 높은 덕분에 음반사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작품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전후 세계 자본주의의 호황이 극에 달했던 1960년대 중후반에 록과 하드록(Hard Rock), 헤비메탈(Heavy Metal), 프로그레시브록(Progressive Rock), 포크록(Fork Rock)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록 장르 대부분이 개척되었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 중심에는 비틀스가 있다.
#419쪽_5장 호황에 들뜬 세계, 로큰롤에 홀리다
다만 힙합이 대중문화계에서 영토를 넓혀갈수록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었다. 미 의회는 랩음악의 위험성 조사에 착수했다. 1980년대 정치권의 압박으로 미국 레코드산업협회의 자체 검열제도가 도입되고, 이에 힙합 앨범 중 열의 아홉은 검은 고딕체의 “PARENTAL ADVISORY/EXPLICIT CONTENT”(부모의 주의 요망/노골적 내용)라는 딱지를 달게 된다. 정치·경제적 분노가 한데 녹아든 ‘소리의 폭동’이었던 힙합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변화는 힙합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힙합씬의 ‘행동주의’ 흐름은 퇴색하고, 대신 ‘갱스터 랩’이 주류로 올라섰다. 라임은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돈, 자동차 등을 자랑하는 자기과시 위주로 변질되었다. 물론 갱스터 랩 시대에도 투팍이나 쿨리오 같은 뮤지션이 소외된 흑인 사회의 모습을 여전히 랩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힙합씬에서 정치적 의사 표명을 통해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믿음은 점차 사라지고, 분노는 절망으로 퇴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86쪽_6장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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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대중음악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떻게 화답했는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문화 관련 지출을 줄인다. 이른바 출판이나 음악 산업, 연극이나 영화 산업 등은 따라서 경제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흐름을 재빨리 감지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생존법이다. 때로 그 돌파구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 되기도 하고, 모험적 투자에 거리를 둔 과거로의 회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복고 열풍이 몰아치는 건 저성장 기조에서 이들 산업이 찾은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로서 경력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몸담으며 한편으론 음악을 ‘취미 이상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두걸 작가는 이런 일련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문화산업, 그중에서도 대중음악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곧 이 책은 18세기 후반 자본주의 경제가 움트기 시작한 때부터 신자유주의가 본격 대두되었던 20세기 후반까지의 경제사와 음악사를 톺아보며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책 도입부에서 지은이는 “경제는 다른 요인과 더불어 예술을 포함한 상부구조에 개입하거나, 중간 단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최초의 ‘자유 음악가’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굶어 죽지 않은 건 1차 산업혁명에 따라 부르주아계급이 대거 양산된 덕분이다. 음악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던 축음기와 라디오는 2차 산업혁명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이례적’ 호황이 1970년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면 기성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였던 펑크록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라고 부연한다. 지은이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양차 대전과 대공황, 냉전과 석유파동,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에서 자세하게 풀어낸다. 이른바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다.
200여 년 역사에 각인된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동행의 흔적들
이 책은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처음 태동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둘째 장은 프랑스대혁명이 종식되고 산업혁명이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으로 확산된 19세기 초중반까지를 다룬다. 세계 자본주의와 인류 역사는 진보와 이성이라는 굳건한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시기다. 궁중과 교회에서 벗어난 음악 역시 대공연장과 부르주아계급의 거실로 확산되면서 인류 최초로 대중음악이 출현한 때다. 베토벤이라는 거인이 지배한 기간이기도 하다.
셋째 장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처음 뒤흔들었던 1873년 대불황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를 이야기한다. 이 기간은 ‘아름다운 시대(The Belle Epoque)’이자 ‘세기말(Fin de Siècle)’의 정조가 혼재된 때였다. 바그너의 확신과 브람스의 머뭇거림, 차이코프스키의 흐느낌 그리고 말러의 탄식이 한데 어우러진 시기이기도 하다. 넷째 장은 양차 대전과 대공황을 대상으로 한다. 첨단 무기와 기술로 수천만 명의 목숨이 사라진 대재앙의 시대이자, 수억 명의 인류가 대공황의 충격에 휩싸인 야만의 시대였다. 다만 축음기와 라디오가 출현하면서 더 많은 인류가 더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팝음악인 재즈가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모더니즘음악가들과 쇼스타코비치 등도 각각의 방식으로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다섯째 장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 1972년 1차 석유파동 직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당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공산권 국가들까지 호황을 누리는 세계 자본주의의 극성기였다. 대거 등장한 중산층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에 열광했다. 여섯째 장은 1972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를 조명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자본주의의 번영이 끝나고 ‘장기침체’로 접어든 때다. 보수화 흐름에 맞춰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세계화가 진전된 시기이기도 하다. MTV와 마이클 잭슨 그리고 너바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책을 마무리하며 지은이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다루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21세기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강력한 흐름인 K팝도 마찬가지다. 객관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의 오래된 명제를 거쳐 더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현상의 이면을 탐색하고 그것으로부터 더 나은 방향을 도출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의무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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