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묘한 작품이다. 읽는 내내 중국 작품 "원청"을 생각했다. 그러나 느낌은 다르다. 원청은 대적이면서 가독성은 뛰어나지지만 황당하다는-전기소설이라서 그런 거란다-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지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키나와를 "마나코"라는 20대 소녀를 통하여 얘기하고자 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키나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태평양 전쟁 시기 최후의 전장이고 일본군의 강요에 의해 오키나와 민간인의 피해가 엄청 컸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이후 오키나와 관련 문학 작품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동안 읽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전통적인 소설적 기법-기승전결- 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등장인물보다는 오키나와 역사에 중점을 두고 쓴 느낌이 들었다. 사라지는 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작품이랄까. 아무튼 묘한 작품인데 잔잔한 느낌을 받게 읽히면서 단번에 읽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아 메모한 내용 일부를 옮겨보자면, 인터넷 매장 활성화에 따른 고정 매장의 사양화, 일본은 더 이상 경제 대국이 아니다, 1년에 몇 번은 꼭 쌍둥이 태풍이 온다, 사탕수수를 주로 재배한 농업국가(섬)였으나 흉작시는 크게 문제가 되었고 게다가 대만에게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또 오키나와에는 토종말이 있어 경마 대회가 있었는데이젠 사라졌다 등. 아무튼 오키나와 전통을 기리려는 목적으로 쓰인 작품인 듯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중 인물을 최소화한 형식으로 쓰인.
책소개
“쉘터엔 나 혼자가 아니야. 가족이나 동료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있어. 혼자나 마찬가지인 셈이지. 혼자라는 생각, 아주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을 해. 외로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슈리의 말』
만날 수 없는 장소에서의 교감!
이 섬의 가능한 한 정보가 언젠가 전 세계의 진실과 연결되기를. 오키나와의 낡은 도서 자료관에 잠들어있는 수많은 기록. 중학생 때부터 자료의 정리를 돕고 있는 미나코는 세계 끝의 사람들을 향해 온라인으로 퀴즈를 출제하는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일’을 한다. 두 개의 태풍 사이에 끼인 날, 환상 속 미야코산 말이 나타난다…. 세계가 빠르게 바뀌는 지금, 끈질긴 기도가 절실하게 가슴에 얹히는 감동.
출판사 서평
‘정보’, ‘지식’ 그리고 ‘기억’
장소와 기억,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는 정보의 기록이나 지도 등은 신구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연결해 가는 것이 저자 다카야마 하네코의 작품에서는 친숙한 테마이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모티프가 묘하게 뒤엉켜 있는 데다 정답 없는 퀴즈마냥 작가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를 쉽게 풀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고독하지 않기를, 오키나와로부터 발신하는 메시지가 고독한 독자들에게 작지만 큰 위로가 되기를.
파괴와 변화,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 풍습을 지닌 독립국가 ‘류큐 왕국’이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막강해진 일본은 류큐를 강제로 병합한다. 이른바 1879년의 ‘류큐처분’이라는 사태. 그렇게 류큐는 일본의 한 현이 되었고, ‘류큐색’을 버리고 ‘일본인’으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일본인’이 되고자 할수록, ‘일본인’으로의 완전한 동화를 욕망할수록 ‘오키나와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지는 역설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다. 오키나와와 일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완전한 일본인’으로의 변화를 도모해 간 오키나와의 역사에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든다. 바로 일본의 패전과 미군의 점령이라는 사태다. 일본은 연합군에 의해 점령되었고 오키나와 제도는 미군정하에 놓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벌어졌던 오키나와전투는 오키나와인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일본인’이면서 ‘일본인이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 가운데 ‘집단자결’이라는 사태는 오키나와전투의 비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후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로부터 분리되어 무려 27년간이나 미점령하에 놓여 있다가 1972년 일본으로 ‘복귀’되었다. 하지만 일본으로의 ‘복귀’는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지 않는다. ‘복귀’와 ‘반복귀’를 둘러싸고도 여러 의견이 나뉘며, 소수이긴 하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소설 『슈리의 말』은 이처럼 여러 번의 귀속변경을 거쳐온 굴곡진 오키나와의 역사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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