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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여수의 눈물:백시종

Bawoo 2023. 9. 23. 11:00
저자:백시종
출간:2020.10.1
 

[소감] 1948년 10월 19일에 발생한 여순사건(여순사건Yeosu-Suncheon Rebellion, 麗順事件)

-나 10대 시절이던 60년대에는 "여순반란사건"으로 교육받았다. 친일파가 주도세력이던 시절 반일, 반공 교육 특히 반공 교육을 중점적으로 받던 시절. 이 교육이 사라진 게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없지만 아마 올림픽이 열린 88년 월북작가 작품이 해금된 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을 배경으로 하여 쓴 작품.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보면 좀 불편할 수 있게 진보적 시각으로 쓰였다. 개인적으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한다. 

작품 내용은 인물 중심이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쓰였고 여순 사건 및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작가 개인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 작품으로 이해했다. 

 

[여담] 이 작품을 쓴 백시종 작가의 신작은 가급적 찾아 읽는 편이다. 스케일 큰 이야기-서사-를 다루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방 후 혼란기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절과 한국전쟁을 유소년기에 겪으면서 자란,  나보다 5년 이상 일찍 태어난 세대에 속하는 분들일 경우 쓸 소재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경우 44년 생이니까 한국전쟁을 6살 때, 이 작품의 소재가 된 여순사건-우리 세대는 여순반란사건으로 교육받고 자랐다-의 경우 4살 후반- 4월 9일 생-에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에서는 내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뭐 나만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무슨 작품인가 검색해 보면 실제로는 당시의 끔찍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좌우익이 대립하던 시절 서로 죽고 죽이던 이야기. 여기에 시류에 따를 수밖에 없는 민중-요즘으로 표현하면 국민-의 희생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당장 지금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법으로 억제되어 있던 인간의 야만성이 법이란 이름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으니까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폭발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1948년에 일어난 여순사건-요즘은 민중항쟁으로 불리지만 , 우리가 교육받던 60년대에는 반란사건으로 불렸다. 뭐 지금도 극보수 성향인 사람들은 지금도 이리 부를 것이다. - 을 통해 당시 민중-민간인-이 겪었던 참상을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이 있지만 인물보단 당시 사건과 실존했던 인물을 등장시켜 해방 후의 혼란상을 조망하려고 한 작품으로 이해했다. 이 작품 전에 읽은 "황금의 섬"에서 느꼈던 느낌. 시각은 당시 미군정의 비호 아래 국가 권력을 쥐고 있던 이승만 휘하 친일파 반공 세력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썼다. 당시의 시대상을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우익 세력을  비판하는 진보적 시각. 특히 이북에서 쫓겨내려 온 친일, 기독교 세력 중 서북 청년단의 악행,여순사건을 민간인 학살로 진압했던 김종원이란 인물, 이승만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최능진이란 분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뭐 그렇다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100% 부정적인 시각으로 쓰고 있지는 않다. 공과 과를 40대 60으로 나눠 한 목사의 입을 통해 옹호(?)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은 70, 과는 30으로 나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순 사건과 당시의 시대상-해방 후 좌우익이 극심하게 대립하지만 결국은 미군정의 비호를 받아 반공을 내세운 이승만 휘하 친일 세력이 승리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을 잘 조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극보수 성향인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시각이다. ^

 

[참고] 이 작품에 대한 아래 책소개 글을 봐도 되지만 더 상세한 해설은 책 뒷쪽에 잘 나와있습니다. 혹 읽을 생각이 드는 분은 415쪽에 있는 작품론을 먼저 볼 것을 추천합니다.

 

책소개

백시종 소설가는 신간 『여수의 눈물』 집필을 끝내고 72년이나 미루던 숙제를 드디어 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랫동안 가슴 먹먹하게 간직하고만 있던, 그러면서도 자꾸 뒤로 미루기만 했던, 너무 커서 만지기조차 두려웠던 ‘여수?순천 사건’의 그 폭력과 공포, 그 잔혹함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야 한다는 오래 묵은 숙제를 마침내 끝낸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백시종 소설가

경남 남해 출생. 196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꽃마음>당선,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나루터> 가작 1석, 전남일보 장편소설 공모 <자라지 않는 나무들> 당선. 1967년 현대문학 소설 1회 추천 <햇빛아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비둘기> 당선.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뚝주변>당선, 현대문학소설로 추천 완료. 한국소설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 류주현문학상·중앙대학문학상·노근리문학상 등 수상, 황순원문학상양평문인상 수상, 2020년 김동리문학상 수상, 2021년 세종문화상 예술부문(대통령 표창) 수상, 계간 『문예바다』 발행인. 2007년 창작집 『주홍빛 갈매기』, 2008년 장편소설 『물』, 2009년 창작집 『그 여름의 풍향계』, 2010년 창작집 『서랍 속의 반란』, 2011년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 2012년 장편소설 『강치』, 2013년 창작집 『돼지 감자 꽃』, 2014년 장편소설 『수목원 가는 길』, 2015년 장편소설 『팽』, 2016년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 2017년 장편소설 『물 위의 나무』, 2018년 장편소설 『호 아저씨를 기다리며』, 2019년 장편소설 『누란의 미녀』, 2020년 장편소설 『여수의 눈물』, 2021년 장편소설 『황무지에서』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작가의 말…오동도와 동백꽃과 ‘좌익과 우익’



제1부 피 묻은 흑백사진

제2부 동백꽃

제3부 위대한 독재자

제4부 백두산 호랑이

제5부 노을 앞에서



작품론…소설가가 역사의 한복판에 왜 뛰어든 것일까? | 이승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백시종 소설가는 신간 『여수의 눈물』 집필을 끝내고 72년이나 미루던 숙제를 드디어 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랫동안 가슴 먹먹하게 간직하고만 있던, 그러면서도 자꾸 뒤로 미루기만 했던, 너무 커서 만지기조차 두려웠던 ‘여수?순천 사건’의 그 폭력과 공포, 그 잔혹함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야 한다는 오래 묵은 숙제를 마침내 끝낸 것이다.
작가는 과거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던 이야기, 인간이길 포기하고 존엄을 파기했던 ‘여수순천 10?19사건’이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의 뇌리에 새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실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역사가 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바로 이런 올바른 역사의식에 입각에 이 작품을 쓴 것이다. 이제는 눈물만 흘리고 있어선 안 된다는 역설적 의미가 『여수의 눈물』이라는 제목에 내포되어 있다.
주인공 ‘나(서병수)’는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을 정년퇴임한 화가이다. 폐교를 구해 작업실로 쓰려던 중 어린 시절 떠나온 고향 여수에 맞춤한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여수는 나의 가족들에게 금기된 말이었다. ‘나’가 어렸을 때 독립운동을 했던 아버지(서상만)가 총에 맞아 죽은 곳이고, 양조장집 외동딸이었던 어머니(김숙경)가 동네사람의 종잣돈을 거둬들여 야반도주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가 여수의 폐교를 방문했을 때 어느 한 교실 뒷벽에 환경미화로 붙어 있는 반공사진-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인 1948년의 ‘여수순천 10?19사건’ 현장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28명의 지리산 빨치산들이 포승줄에 묶여 서고 앉아 있는 사진인데, 처참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눈빛만은 형형했다. 그런데 그 사진 속에 놀랍게도 나의 배다른 형(서병걸)의 어린 모습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여수에서 가져온 사진을 형에게 보이는데, 형은 그 사진 속에 자신의 친어머니와 아버지를 쏜 박상돈(여수 14연대 군인이었다가 공비가 된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하며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낸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여순반란사건 당시의 참상과 그에 관련된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무 오래된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진실을 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달빛처럼 희미해져서 끝내 퇴색해 버린다고 하잖아요? 여순사건도 그렇게 모른 척 오래오래 방관하다가 쓱쓱 지워 없애려는 속셈 아녜요?”
- 『여수의 눈물』 본문 중에서

내가 까맣게 잊고 살았던 여수의 숨겨진 아픔, 결코 들추고 싶지 않은 비열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끌어내어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저주와 회한의 세월을 살았던 사람도, 영문 모르고 부모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죄명 하나로 고개 숙이고 숨죽이며 울먹임과 통한으로 살았던 후손들도, 그런 비극을 비극으로 해석하지 못하고 왜곡된 논리를 그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수많은 관련 시민들에게도 똑같은 분량으로 똑같은 진실과 소통과 화해를 피부가 아닌, 마음 깊숙이 통찰하고 통감할 수 있는 사실의 숲 속에 가려진 진실이란 이름의 불씨를 심어 주고 싶다.
이제 진실을 밝혀야 될 때가 왔다. 모두가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줄을 잘못 선 탓이며, 내가 그들의 자식이기 때문에 받아야 할 업보라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나 자신을 저주하며 비굴하게 살았지만, 이제 양심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 진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가려내야 하는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순천 사람들은 이 아이가 ‘우리’ 모두의 아이였다. 그저 딱했고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약을 사 먹이고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 곶감도 주고 참외도 주고 강냉이도 갖다 주었다. 누룽지도 긁어 주고 삶은 계란도 갖다 주었다. 이 소문을 들은 면서기가 토벌대에 신고하였다. 토벌군 수사대 소대 병력이 순천 낙안면 신전마을로 들이닥쳤다. 대위가 지휘관이었다. 마을 주민들 50명을 이장 집 마당에 집합시킨 뒤 병에서 막 회복한 소년에게 물었다. “너에게 밥을 주고 옷을 준 사람이 이 자리에 있느냐?” “있는디요.” “지금 찾아낼 수 있어?” “네,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그만요.” 이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소년에게 도움을 준 주민을 색출해 낸 대위는 총살 명령을 내리고 집행한다. 스물두 명이 그날 그 자리에서 총살된다. 시체에 휘발유가 뿌려졌고 불이 붙여졌다. 광분한 토벌군은 마을 전체를 불태워 버린다.
어떤 역사서에도 나오지 않은 낙안면 신전마을 학살사건을 소설의 한 대목으로 ‘기록’한 소설가가 바로 백시종이다. 김귀석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삶은 계란을 소년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시내에서 약을 사 왔기에, 어머니는 붕대를 감아 주었기에, “유난히 명료하고 처연한 추석 만월 달빛 아래서” 그날 처형된다. 갓난아이여서 처형을 모면한 김귀석은 교육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방학이면 여의도로 가서 ‘여순반란사건’을 ‘여순항쟁’으로 바로잡으려고 애를 썼고, 그 덕에 민평당의 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전까지 나가게 된 것이다.
백시종은 한국 문단의 아주 드문 귀재라고 할 수 있다. 스물두 살 때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가작을 했고 『현대문학』 초회 추천을 받았다. 또한 그해에 전남일보 지령 5천호 기념 현상 장편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스물세 살 때 동아일보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에 당선되었다. 한 사람이 세운 이 기록은 그 뒤로 깨지지 않고 있다. 옛말에 ‘소년 급제는 독이다’라는 것이 있다. 너무 이른 출세는 방해가 될 뿐 인생에 득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백시종은 달랐다. 이른바 ‘이순’을 넘기고 나서 소설집은 물론이고 장편소설 신작을 해마다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12권에 이른다. 2020년 출간되는 『여수의 눈물』은 소설가 백시종이 노익장을 발휘한 명작이다.
- 이승하(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소설가가 역사의 한복판에 왜 뛰어든 것일까?」 작품론 중에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