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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옐런은 '돈 워리'..우린 '원화 강세 워리'

Bawoo 2014. 6. 25. 21:57

     

"옐런 의장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don't worry, be happy(걱정하지 말고 행복해지세요)'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뉴욕증시가 20일까지 사상 최고 랠리를 이어간 데

 대해 월가의 한 전문가(폴 놀테 킹스뷰 에셋매니지먼트 부대표)가 한 말이다.

월가가 '땡큐 옐런'을 외칠 정도로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장 기대보다 더 비둘기파(온건파)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경제를

낙관하면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 금리

인상을 하겠지만 출구전략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옐런은 나아가 증시가 버블(거품)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잇따라 사상 최고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조차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이 쯤 되면 "연준이 경기 부양에 계속 나설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뉴욕증시에 투자하라"는

월가의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옐런과 연준이 미국 경기 낙관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신흥국가들은 앞으로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을 운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원화 강세가 수출 주도의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23일만 해도 미국의 제조업 지표와 주택 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약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등락은 있겠지만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과 함께 달러 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원화 강세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달러 환율 900원대 아니 800원대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을 전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기자가 이처럼 빠른 속도의 원화 강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경제와 관련한 미국의 불관용'과 '우리 국민들의 환율 관련 인식 변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정책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나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기업들과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대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한 게 단적인 예다.

연준이 세계의 중앙은행이 아니라고 천명하고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미 재무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상수지 흑자국인 한국과 중국 등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절상'을 반기는 우리 국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앞으로 환율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입장에서 원화가치가 오르면 구매력이 좋아져 소득이 오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장기 불황이 오기 전까지는 상당수의 국민들이 '엔화 강세'를 반겼다고 한다.

원화 강세가 앞으로 더 빨라진다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도 더 빨리 올 것이다. 그런데 걱정인 것은 1990년대 초 일본이 3만달러 돌파 후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한 것처럼 우리도 '허울뿐인 3만달러 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1

 

980년대 말~90년대 초 일본이 겪은 '엔화 강세'→'인위적 경기 부양'→'불꽃같은 자산 버블'→'잃어버린 20년'이라는 전철을 우리가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출처 : 머니투데이 - 채원배 뉴욕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