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아 망망대해에 떠 있는 범선의 운명과 같다. 때로는 순조롭게 항해도 하지만 때로는 험한 파도와
거센 역풍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 복원력(復原力)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80년대 제1, 2차 석유위기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7년 이후 미국 및 유럽 금융위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해외 경제의 불안요인들로
인하여 한국호가 침몰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이때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복원력에 힘입어 끈질기게 생존을 지켜왔다. 과거 한국호 선원들에게는 젊음의 힘이 있었고, 선박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화물 과부하도 없었다. 이런 강점 때문에 외부요인으로 배가 엄청 흔들리면서도 강한 복원력을 발휘해 침몰할 거라는 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의 무덤이라고 하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도 빠지지 않고 선진국 경제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호의 복원력을 정밀히 점검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선원들도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었으며, 엔진부문에 해당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해놓지 못해서 추진동력이 고장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대체할 엔진이 없는 상황이어서다. 게다가 항행(航行)을 담당하는 지휘부에 해당하는 정부의 효율성이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외부의 비판적인 평가도 나와 불안감을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 규모로 확산되는 사회계층간 분열 및 갈등구조와 관련해서는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2000년대 이후 고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복지수요 급증으로 인해 과거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부각된 복잡한 원인들로 인해 선박 곳곳에는 무리한 증개축과 과부하 등 한국호의 복원력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적인 외부충격에 노출된다면 과연 한국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금융위기는 이제 겨우 한시름 돌릴 정도로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걱정거리다.
이중에서 우리와 관련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라고 본다.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다름아닌
한국 경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이 바로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내외를 돌파하느냐, 못 하느냐는 추세적인 변곡점에 해당된다. 동시에
단기적으로 보면 그동안 과열된 부동산 거품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중국은 현재 장기적 파동과 단기적
파동의 하향조정이 동시에 겹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확신대로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경우 두 개의 파동이 겹쳐져서 예상 밖에 커다란 충격을 피해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 도쿄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미국 GDP의 60%를 넘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중국 베이징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미국 GDP의 60%를 이미 초과했다. 앞으로 1~3년 내에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거나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올 3월 이후 중국에서도 급증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앞으로 1~3년이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불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국호의 복원력을 점검하고 보완하기에는 그리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시한폭탄의 뇌관을 스스로 제거할 때까지 우리는 낙관하며 앉아서 기도만 하고 있을 여유도 없어 보인다.
< 출처: 머니투데이 /한택수 창조경제 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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