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주요 선진국 정책당국은 자국 통화가치의 강세 또는 안정화를 목표로 환율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오히려 자국 통화의 약세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2010년 브라질 재무장관 기두 만테가가 주장한 대로 선진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의 마켓셰어를 빼앗으려는 환율전쟁(currency war)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낮아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자국 통화의 강세가 디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겨 실질부채 부담 가중으로 인한 소비위축 등 부채 수준이 높은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이다.
주요 선진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위해 동원하고 있는 수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는 유입되는 외화를 중앙은행이 무제한 매입해 환율을 목표수준에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2011년 9월 스위스가 1유로에 대해 1.2스위스
프랑으로 고정시키는 정책을 시행한 바가 있다.
둘째는 미국·영국·일본 등이 사용하고 있는 양적완화다. 양적완화를 통한 자국 통화 공급 증대는 자국 통화의 가치, 즉 환율을 하락시킨다.
마지막으로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이나 일반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1970년대 말 스위스와
지난 2년간 덴마크가 동원한 수단이다. 지난 6월 11일 유럽중앙은행이 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배경도 유로화의 강세를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에는 수출증가보다
내수부진으로 인한 수입감소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부진의 이면에는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한 소비위축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는 지난 1년간 미 달러화 대비 무려 10% 가까이 절상됐다. 지난 1년간 영국 파운드화가 미 달러화 대비 6% 절상
됐지만 일본 엔화는 5% 정도, 유로화는 6%, 중국 위안화는 1.5% 절하됐다.
지나친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악화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훼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가를 더욱 하락시켜 가계의 실질부채 부담을 가중시킴으로써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원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현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이 효과가 제한적이고 대외 통상마찰을 야기하는 득보다 실이 크다면 환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정책당국이 자본의 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해서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및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를 강화해 투기자본의 유입을 억제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 등 내수부양책을 적극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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