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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급변사태, 한·중 시나리오는?

Bawoo 2014. 6. 26. 11:00

 

                             48시간 골든타임 … 중국 개입 못 막으면 '제 2의 분단' 가능성


1989년, 그 누구도 독일 통일이 그렇게 빨리 ‘돼 버릴’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당시 서독의 콜 총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89년 11월 9일 폴란드 출장을 갔다가 급히 귀국했다고 하니, 통일이 얼마나 예고 없이 닥쳤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반도는 어떨까요. 북한의 급변사태가 벌어질 경우 국경을 맞댄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통일대박’을 이룰 수 있을지 짚어봤습니다.



# 2015년, ○월 ○일 새벽 2시○○분.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 어둠을 뚫고 긴급 전화벨이 울린다.

 

▶미국 백악관=“각하, 지금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내 대학살로 최소 300만 명의 탈북 행렬이 중국 국경과 동·서해상, 휴전선으로 밀려들어

 

현재 중국군이 국경선 부근으로 이동해 군사개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백악관=“미국은 중국에 군사개입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입니다. 한국의 최종 결정은 무엇인지, 미국이 지원할 사항은 무엇인지 당장 말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아니 언제든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통일을 이야기할 때 북한의 ‘급변사태(sudden change)’란 말에 주목한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거부하다가 내부적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2013년 12월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 갑작스러운 최룡해의 좌천, 4차 핵실험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적인 발언 등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이 보여온 행보를 보면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행동으로 나올 것인지는 세계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과 우리 국방부가 보완 중인 ‘작전계획 5029’에 따르면 북한의 급변사태는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의 유출 ▶정권교체 ▶쿠데타 등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 사태 ▶대규모 자연재해 등 6가지 중 한 가지 유형으로 인해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의 급변사태가 곧바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주변국들, 즉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우려할 상황은 <중국군의 개입>이라고 본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통일을 하지 못하면 북한은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통치하는 변방 속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단언한다. 심지어 그는

“그럴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한국도 결국은 중국의 변방 속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북한의 긴급사태에 중국은 어떻게 움직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란 질문이 중요하다.

한반도 운명을 결정할 ‘48시간’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때 중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과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준 한반도안보연구소장은 “중국은 48시간 안에 군사적 개입을 위한 진입로를 확보하는 단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48시간 안에 내려지는 청와대의 결정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북한 국경지대에 배치된 중국군 선양군구는 올해 1월10일부터 17일까지 백두산과 헤이룽(黑龍)강 사이 지역에서 약 10만 명의 대규모 병력과 탱크 등 수천 대의

대형 군장비를 동원해 종합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혹한기 기동력과 지휘·통제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지만, 북한 급변사태 시 즉각적인 개입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분석이 많았다.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최근 “북한에 극도의 혼란상황이 발생해 대량 난민이 밀려와 중국의 안전이 위협당하거나 외세가 북한에 개입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이상 중국은 북한의 내부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의 안전과 안보’를 빌미로

중국이 한반도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조영기 교수는 “군사안보 및 지정학적으로 북한은 베이징과 톈진을 포함한 중국의 수도권 안보를 확보하는 완충지대이면서 동북 3성의 물류를 동해로 운송하는 유통로”라며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은 군사 개입을 통해 북한에 친(親)중국 정부를 수립하거나 중국에 북한 망명정부의 수립을 지원하고 한·미 연합세력이 북한을 장악하는 일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은 뭐라고 하면서 군사를 움직일까

전문가들이 보는 중국의 군사적 개입 명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북한 내 중국인과 중국 재산 보호다.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인은 약 1만 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은 북한에

경제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다. 나진항 제3부두와 제4부두를 사용할 수 있는 50년 독점권도 확보했다. 김 소장은 “중국 화교와 중국민 안전조치를 내세워 북한에 들어온 뒤, 경제적 이권이 걸려 있는 나진·선봉지구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둘째.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회수다. 유엔헌장 51조에 의해,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져 대량살상무기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관리한다는 명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10개 정도의 핵무기와 4000t 이상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북한 난민을 관리하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다. 유엔헌장 제7장 42조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 학살, 기아, 내전이 발생할 경우 유엔의 평화유지활동 또는 개별국가의

개입이 가능하다. 조 소장은 “북한에 긴급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으로만 최소 100만 명의 난민이 밀려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에 인접한 북한 지역에 대한 신속한

통제와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개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어떤 시나리오로 북한에 입성할까

과거 기록과 현재 상황을 근거로 예상해 볼 수 있는 중국 측 군사 움직임은 크게 5단계다. ①상황 관찰 ②수색정찰 및 난민 차단 ③진입로 및 거점 확보 ④대량살상무기

시설 접수 ⑤지휘부와 평양 접수다. 2단계까지 치안 수준이지만 3단계부터는 적극적인 군사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 국경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된 선양군구다.

선양군구는 3개 집단군과 러시아와 북한 국경지역에 총 13개의 국경 경비연대를 보유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들이 48시간 안에 북한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 등 진입통로를 확보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군사력이 실제로 북한 국경 안으로 들어오는 데는 1주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선양군구의 2개 집단군(제16, 제39)과 기타 지역에서 2개 집단군(베이징군구의 제38, 지난군구의 제26) 등 중국군 4개 집단군의 10개 사단병력이 동원되어

북한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이들은 국경에서 최소 200㎞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선양군구는 1주일, 나머지는 1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병력이 실제로 북한 영토로 들어오기 전의 이 1주일을 한국에 주어진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본다. 평양 이북에는 북한의 주요 군사력이 배치돼 있지 않아 중국군이 일단 국경을 넘으면 평양까지 진격은 빠르게 진행될 거라는 계산 때문이다. 평양 이북을 제압하면 중국은 영변에 위치한 핵원자로와 노동미사일 3개 기지, 그리고 3개 무수단 미사일 기지 중 2개를 확보하게 된다. 또 나진·선봉지구도 확보해 경제적 이권도 챙길 수 있다.

김 소장은 “이 골든타임 동안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며 “일단 중국군이 먼저 북한지역을 점령한 이후에는 우리 군이 다시 중국군을 제압하고 탈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 주도의 통일을 위해 골든타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먼저 물리적 대응을 통해 중국의 군사 개입을 억제하고 지연시키는 작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일단 개성공단으로 진입이 필수다. 공단 내 한국인 근로자의 생명과 한국 측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개성과 평양까지는 170㎞ 길이의 ‘평양개성고속도로’가 연결돼 있다. 김 소장도 “지상군 5~7개(해병대와 특전사 포함) 사단을 이용해 개성 방향과 동부해안을 축으로 북진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특히 해병대는 남포와 원산 등에 기습 상륙해 평양 진입을 주도하는 전초부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 등 핵심지역을 먼저 접수하는 편이 유리한데, 일단 먼저 접수하면 현상을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 관리가 필요한 것이 바로 북한군의 역할이다. 중국군이 남하하기 시작하면 대치국면을 최대한 길게 끌면서 도로나 철로 등을 파괴하거나 보급로를

차단하는 방해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북한군과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평소 ‘중국 개입 시에 한국군에 협조해 준다면 이런저런 보상을 하겠다”는 보상 정책을 마련해 북한 측에 언제라도 제시할 준비를 해 놔야 한다.

외교적인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김 소장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 정책을 역으로 적극 이용해 중국이 ‘하나의 한국’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명분과 논리를 중시한다는 점, 그래서 G2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명분 없는 행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노린 외교전술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미국 랜드연구소의 베넷 박사는 “중국군이 개입해 북한 내 관할구역이나 완충지대를 세울 경우 제2의 한반도 분단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이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 출처: 중앙일보- 뉴스클립/이소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