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 모음♣ /경제, 사회

<세계 경제> 옐런 "금리 올리면 경제 전체 해 입는다"

Bawoo 2014. 7. 4. 09:38

초저금리 유지 밝힌 미 연준의장 "물가 못 잡고 실업자 늘 우려"
통화정책보다 감독 강화로 금융시장 거품 제거 나설 듯.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 세미나에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선 금리 인상이 아니라 레버리지 제한과 같은 ‘거시 건전성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본색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금융시장에 낀 버블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카드를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세미나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제 전체가 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또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현재로선 금융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통화 정책의 초점을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으로부터 옮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옐런은 특히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 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접근(macroprudential approach)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거시건전성 접근이란 감독기관 규제, 은행 자본과 유동성 감시 강화, 그리고 부실채권 충격 흡수 장치 보완 등을 의미한다. 옐런이 말한 금융 불안은 시장에 잔뜩 끼어 있는 버블이다. 사실 버블의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바닥이었던 2009년 7월부터 지금까지 S&P500지수는 225%나 올랐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거품 때문에 위기를 맞았던 2007년의 정점을 넘어서고 있다.

 버블 해소를 위해 돈줄을 죌 것인가, 금융감독을 강화할 것인가는 경제정책의 해묵은 논쟁거리였다. 정책당국이 전자를 지지하면 통화량이 축소되지만, 후자를 선호하면 통화 완화가 계속된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통화량 축소 진영의 대표주자라면 그 반대편에는 위기에 몰린 나라를 상대로 구제금융을 집행하는 IMF가 있다. IMF는 줄기차게 각국 정부에 경기부양을 계속하라고 주문해 왔다.

 최근 논쟁은 BIS가 촉발했다. 지난달 29일 연례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미 Fed 의장이 IMF 진영에 가세한 것이다. 미국이 2008년 이후 유지해온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를 계속 끌어가겠다는 의미다. 옐런은 이날 버블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카드의 위험성을 엄중하게 경고했다. 물가도 못 잡으면서 실업자만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옐런은 “만약 통화정책이 미국의 주택 거품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더라면 엄청난 경제 손실을 일으킨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이 타산지석으로 삼는 전례도 있다. 일본이다. 1990년대 초 일본 중앙은행은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다가 경기를 죽이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까지 30년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BIS의 경고도 마냥 흘려 들을 상황이 아니다. 경제가 실제 회복되지는 않는데도 시중에 풀린 돈 때문에 자산가격만 튀겨지면 시장 전반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BIS는 2003년에도 금융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며 각국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했지만 대부분이 듣지 않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토양이 됐다. 이번에도 위험성이 농후한 차입이 크게 늘었다. 저신용 채권을 묶어서, 이를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이미 금융위기 직전을 넘어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CLO 판매규모가 1010억 달러로 2007년의 820억 달러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옐런은 이날 “고수익 차입시장에서 시스템 위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엔 여러 차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대형은행들의 대응력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이날 옐런 강연은 다우지수가 1만7000포인트에 24포인트 못 미치고, S&P500지수가 2000포인트에서 26포인트를 남겨둔 가운데 나왔다. 시장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다우지수 1만7000, S&P500지수 2000 시대’를 열게 될지 주목된다.

 
                                                                          <출처: 중앙일보 /뉴욕=이상렬 특파원, 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