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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 - 기형도

Bawoo 2014. 7. 10. 10:08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열무 삼십 단을 이고” 걸어서 읍내 장터까지 가려면 아마 목이 빠질 듯이 아플 테고, 그것을 다 팔아보았자 몇 푼 안 될 것이다. 그나마 팔리지 않아서 귀가하지 못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자식의 마음이 참으로 절실하게 표현되었다. 시가 절대적 고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 작품은 실제 체험의 소산일 수도 있고 허구의 진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유년시절의 우울한 기억과 회상이 담긴 이 짧은 시가 독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할 만큼 생생한 공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기 내포된 진정성에 있다. 서른 살을 못 채우고 요절한 기형도 시인이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기형도(1960~1989) 시인
데뷔: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안개' 당선
학력: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자료 출처: 시-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시인 약력-다음 검색>

 

 

 


홍시-나훈아

 


 

 


 

 

 
                                                       <자료 출처: 시-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약력-다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