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매미에게"

Bawoo 2014. 7. 23. 10:42

 

매미에게

 

나는 매미.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녀석 차암 잘 생겼구나

 

작고 아담한  몸을

기인 날개로 보일 듯 말 듯 하게 감췄구나.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치마 폭에 숨겨진채 들어나는

곡선미에서 나오는건데

네 모습은 여인네들의

그런 모습을

연상시키는구나

 

소리도 차암 마음에 든다

여름이 다 지난 즈음에

지이지이 울어대는

가을이 왔다고 알리는 녀석만 빼면

쓰름 쓰름 소리도 듣기 좋고

매암매암 소리도 참 듣기 좋단다

 

어떤 인간들은

 너희들이 합창하듯 울어대는소리가

시끄럽다고 잠 못자겠다고

농약까지 쳐대며 잡는다고 난리라던데

인간들은 원래 그렇단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헐뜯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나중에는 서로 죽이기까지 한단다

한마디로 몹쓸 짐승들이지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 인간들

그리 서로 물어뜯고 아웅대면서도

옆에 다른 인간이 없으면

그걸 또 못견뎌 한단다

한마디로 이상한 짐승들이지

 

그렇지만 인간들이 다 그런건 아니야

대부분은 선량한 사람들인데

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그런데 매미야

듣자니 너희들은 한 평생 삶이 그리도 불쌍하다며?

3년에서 7년을 땅 속에서만 살다가

땅 밖에 나와서 사는 기간은 고작 한달이라며?

그래서 그것이 서러워

그리도 울어댄다며?

그것을 인간들은 시끄럽다고

참지 못하고 난리법석이고

 

그래도 매미야

인간들 중에는 나처럼

너의 모습을 예뻐하고

네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단다.

 

인간 모두가

남을 헐뜯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아니듯이 

너의 모습을 예뻐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단다.

 

그러니 매미야

너를 싫어하는 인간들 개의치 말고

너희들 울고 싶을 때

목청껏 소리내어 울렴

 

땅 속에서의 그 인고의 세월이 서러워

짝이라도 구하고 삶을 마치려고

그리도 울어대는

너의 속깊은 사정을 굳이 몰라도

그냥 너의 모습이 예쁘고

너의 소리를 아름다워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2014. 7. 23 아침에

 

<참고>

 

옛날의 유학자들은 매미가 이른바 오덕(五德)(…)을 갖추고 있다고 하여 꽤 숭상했는데, 머리에 홈처럼 파인 줄을 갓끈과 비슷하게 보아 지혜가 있을 듯하여 첫째 덕목을 문(文)으로 보았고, 나무의 수액만을 먹고 자라므로 잡것이 섞이지 않고 맑아 청(淸)이 그 둘째 덕목이며, 다른 곡식을 축내지 않으므로 염치가 있으니 셋째 덕목이 염(廉)이고, 살 집을 따로 짓지 않으니 검소하다고 보아 검(儉)이 그 넷째 덕목, 계절에 맞춰 오고 가니 믿음이 있기에 신(信)이 다섯째 덕목이라고 보았다. 익선관의 솟은 뿔과 오사모의 양쪽 뿔도 매미의 날개를 본따 만든 것이다.[10]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던 건지 이를 제대로 까는 내용이 이옥이 쓴 《지주부》에 나온다 <출처:엔하위키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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