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소회(所懷)

Bawoo 2013. 8. 4. 20:13

1.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지 어느덧

15년을 훌쩍 넘겨 버렸다.

별 탈 없이 다녔다면  7년 정도를 더 다녔을테니

정확히 계산하면 8년인가?

 

2.

그만두는 선배들 사이에 섞여

또래들 아무도 그만두지 않는 시점에

그만두는 나를 보고

왜 그만두냐는 의아심을 품는 주변 사람들은

내가  그동안 힘들어 한 상황을

전혀 몰랐을꺼다

 

3.

하기사 몇몇을 제외한 동료 선후배 대부분이

금융권 취업이나 회사 취업이 목표인

상업고등학교 아니면 상경계 대학 출신들이었으니

그들로선 최선의 직장을 택한 것일테고

그런 그들 입장에선

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4.

머리 속에선 끊임없이

나 혼자만의 나하고만 싸움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20년의 세월이 얼마나

참아내기 힘든 고통의 세월이었었는지를....

 

5.

그러나 그것은 삶의 기본적인 필수 요건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까 생겨난

일종의 사치일수도 있는 생각일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는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어쨌던 이러한 기본 문제를 해결해주고

남들이 괜찮은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곳에서 근무했다는 것에서

만족을 찿을 수도 있는 것일텐데

난 그러지를 못했다.

 

6.

그런데 그로부터 벗어나 흘려보낸

15년 세월은 과연 잘 살아온것일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참 빨리도 흘려보낸 15년 세월,

퇴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5년 세월을 눈깜짝 할 새에 흘려 보냈다.

 

7.

그 사이 40 후반이던  나이는

50대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훌쩍 보내 버리고

어느덧 60 중반에 와 있는데,

 

과연 나는 퇴직후의 삶을 계획대로

잘 살아 왔는가를 되돌아 보면

꼭 그렇치를 못했다.

,

8.

성장기 시절의 삶은 그 삶이 힘들면 

책임을 부양의무가 있는 부모에게 떠밀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 전적으로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삶에서의 실패는

오롯이 자기 혼자서  떠안아야 하는 무거운 짐일 터

평생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 왔다고 하는 자부심도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내 책임 아래서의 삶에서

뼈 아프게 겪어도 봤다. 

 

9.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와

예전 직장 생활할 때 만큼의 물질적 풍족함에는 못 미치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히하며 지낼 수 있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보내고 있는 지금 ,

 

유일하게 바라는게 하나 있다면

건강이 오래오래 잘 유지되어

하루 빨리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10.

그런데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밀어 닥치고 있으니

이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아직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하고픈 일은 산 같이 쌓여 있는데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살아 있으되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그런 상황에 부딛치게 된다면 어찌해야하나...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11.

제일 염려스러운게 눈의 건강이다.

워낙 눈을 쓰는 시간이 그것도

돋보기를 쓰고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눈 건강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눈을 안 쓸수도 없는 일

조심조심 할 수 밖에 별다른 방법도

딱히 없는 것 같다.

 

12.

내게 주어진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80으로 봐줘도

불과 15년 정도 밖에 안남은 삶인데

이 기간 동안 뭔가를 이루어 놓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과연 그리 될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내게 주어진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갈 밖에......

 

 

                                                             2013.8.4 일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