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휴~

Bawoo 2013. 9. 25. 00:35


휴~


드디어 집수리에 이은 집 정리가 오늘로 다 끝났다. 

아직 자질구레한 잔손길이 필요한 일이 몇가지 남았지만 3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이니 수리부터 시작해서 정리까지 장장 3주간의 대작업(?)이 사실상 오늘로 마무리된 것이다.

처음 베란다 창틀을 비롯해 각 방의 창문까지 모두 교체하기로 하고 집수리를 의뢰했을 때 이토록 많은 시간이 소요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샤시, 창틀 교체 작업은 하루 반뿐이 쇼요되지 않았으니 오늘까지의 나머지 기간은 전부 집 정리하는데 들어간 시간이다. 그중에 앞뒤 베란다 도색하고 내 작업실로 쓰는 안방 부분 도배하는데 소요된 기간이 3일이니 나머지는 전부 살림살이 정리하는데 소요된 기간이다. 

 

참! 이틀간의 도색 작업을 끝내고 작업실인 내방 도배를 하려다 너무나 힘이 부쳐 힘이 축적될 때까지 기다리며 쉰 기간은 제외다.  추석 전후 2일 그리고 친구 고전 교육원 개설 축하 모임 참석하고, 모임 후유증으로 반나절 정도 또 쉬었으니 실 정리 기간은 좀 더 줄어들고.

어쨌던 집수리부터 시작해서 정리하느라 붓을 전혀 못잡은 기간이 만 3주나 되고 차를 새로 교체한 8월 중순 이후부터 계산하면 한달이 넘는 기간을 붓을 못잡았으니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붓을 잡을 때에 많이 낯설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예의 끼가 발동하여 뒷베란다 도색하는 중에 벽을 종이삼아 초대형 벽화를 2시간 걸려 그려보기는 했다. 집사람이 시큰둥해 하고 나도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그림이 안 나와 지워버리기는 했지만 집 수리 기간중에 다만 얼마간이라도 붓을 잡았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는다.

 

이번 집안 정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이 방 저 방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집사람과 아들의 옷을 정리 해서 집공간을 넓힌 일이었다. 앞 뒤 베란다 도색하고 내 작업실 겸 침실인 안방 도배하는 일은 힘도 많이 들었지만 덕분에 너무 깨끗해져 볼 때 마다 기분이 상쾌하다. 그래도 안 입으면서 공간만 차지하는 옷가지를 정리하여 집 공간을 가슴이 시원할 정도로 넓혀 놓은 작업에서 얻은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고.

 

집사람은 기왕에 입던 옷을 정리해 버리지는 않고 계속하여 새로 옷을 사는 바람에 장롱 외에 별도 옷방이 있음에도 여기도 모자라 서재로 쓰던 방에다까지 초대형 옷걸이를 사다 놓고 아들 옷과 자기 옷을 잔뜩 걸어 놓았었다. 그래놓고는 이번에  집수리를 하면서 앞베란다에 있는 창고를 개조하여 옷장으로 만들고자 하였고 나는 한사코 반대하여 급기야는 부부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내가 반대한 이유는 어차피 있어야 할 창고를 개조하여 옷장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싫어서였지만 무엇보다도 고작 세식구 사는데 작은 평형도 아닌 39평형 집에 옷만이 가득하여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 상태로 만들어 놓고 또 옷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싶어서였다. 사실 작은 것을 아끼다 큰 것을 손해보는 일을 많이 저지른 전력이 있는 나인지라 웬만하면 집사람 의견에 따르고 사는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 '기왕에 마련되어 있는 정리 공간를 잘 활용하고 아깝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안입을 옷들 정리해서 버리면 굳이 창고를 개조해가면서까지 옷장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이것만은 결토 양보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앞 베란다에 있으면서 별 쓸모없는 물건들만 잔뜩 들어 있는 준 창고 역할을 하는 아들용 옷장만 정리해도 꽤 많은 양의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을 터였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내가 자신의 의사에 반대하면서 집정리를 시작한데 대해 계속 심기가 불편해하던 집사람도 내가 온갖 것들을 마구 섞어놓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찿을 수도 없는 상태인 물건들을 하나씩 둘씩 이리저리 정리해 나가느라 애쓰기 시작하자 많이 미안했던지 급기야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인 자신의 옷가지와 아들의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무려 100kg이나 되는 무게의 옷을 버리기로 하고나니 장롱안이 거의 텅비게 되어 서재로 쓰던 방의 옷가지들도 거의 다 옷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 결과로 집안이 엄청 넓어졌다.

 

이 와중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 아들의 옷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운동복만해도 철철이 대여섯 벌- 그것도 유명 메이커 것으로-은 되는 것 같았고 다른 옷들도 아직 학생인 아들에게 웬 옷을 그리도 많이 사줬는지 내가 학생시절 여름에도 겨울 옷 수준으로 입고 힘들게 학교 다니던 때를 생각하니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올 정도로 많았다.그러나 집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 배 아파 난, 눈에 넣어도 안 아들 그것도 늦동이 아들 하나 뿐이니 '뭘 해준들 아까우랴 '싶었을테니 그런 어린 시절을 못보낸 내 입장에서 그저 아들이 부럽기만  할 뿐 집사람에게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다. 

 

내 옷이라야 은퇴한 이후론 옷 사입을 일도 없고 즐겨하지도 않으니 당연히 직장 다닐 때 입던 옷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일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라 옷장 안에서 그냥 낡아가고 있다가 이번에 몇벌만 남겨 놓고 다 정리해버려 옷장 하나에 내 모든 옷이 다들어가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난 이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집사람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인 일일까?

 

이번에 집안 정리하면서 또 한가지 별스런 일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내 그림중

유일하게 공모전에 출품을 한 50호 짜리 대형 수묵화를 요즘 자주 만나고 있는 동기한테 넘겨준 일이다.

 

발단은 집사람이 집 규모에 비해 그림이 너무 크다고 얘기한데서 비롯됐는데 난 내 방이나 앞 베란다 벽 여유 공간에라도 걸어두고 싶은 생각에  자리를 바꾸면 어떻겠냐고 집사람에게 의사를 물어봤다. 집사람은 그것보다는 누구 원하는 사람있으면 주라는 대답이어서 집사람의 뜻을 거슬러가며까지 집에 둘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그림은  내 입장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모전에 출품해 입선했던 작품이고 아쉬운대로나마 완성도도 꽤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거금을 들여 표구화한 것이라 나름대로 애착을 갖고 있었지만 집사람의 뜻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집에 두자고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다.

 

다행히 그림을 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않을 친구가 있고  언젠간 그림 한 점 선물할 생각-그렇다고 표구된 대작을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을 하고 있던 그 친구가 흔쾌히 가지고 가겠다고 해서 내 첫 표구작의 임자가 바뀌는 일이  이번 집안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3주간의 기간을 들인 집수리, 정리가 마무리되어 내일부터는 보다 넓어지고 개끗해진 공간에서 새로이, 낮에는 그림 그리고, 밤에는 책 읽기와 블로그에 글쓰기 하는 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복한 나날이 시작되려한다.

이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발 건강에 큰 이상이 없이 앞으로 적어도 15년 정도, 그러니까 80세가 될 때 까지는 지금의 생활이 쭈욱 잘 이어졌으면 하는 것인데  바램만이 아닌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그래서 한세상 살고 가면서 뭔가 남겨 놓는 게 있이 떠날 수 있게 되기를......

 

                                2013.9.24 밤 8시 부터 3시간에 걸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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