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간송 미술관에 다녀오다.

Bawoo 2013. 10. 19. 00:12

1.

간송 미술관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게 정확히 언제 부터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한건 신문 지상을 통해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간송 미술관에 대해 홍보성 기사가 나온 것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 적어도 수삼년은  훨씬  전이니 생각도  이때 부터라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2.

이번에도 내가 구독하고 있는 일간지 문화면 한면을 다 할애하여 무료 전시회를 한다는 홍보성 기사가 어김없이 실려 있었고  때마침 요즈음 옛그림에 관한 책을 기회가 되는대로 빌려다 읽고 있는 참이라 이번에는 꼭 가서 봐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책을 통해서 사진으로만 본 그림들이 실제 어떤 모습인가를 이번만큼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3.

간송 미술관행을  그동안 쉽사리 결행을 못한건 전적으로 내 몸의 체력을 내가 못 맏는 일종의 체력 컴플렉스  때문인데 이 못 말릴 컴플렉스는 지금 살고 있는 인천에서 간송 미술관이 있는 곳 까지 발품을 팔아  작품을 보러 가기엔  너무 멀다는 생각을 늘상 하게 해왔었다. 이 컴플렉스의 원인을 굳이 들자면 청년기 시절 큰 병을 앓은 탓도 있지만 실제로 너무 쉽게 감기가 걸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 등 다른 건강한 사람들보다 몸이 허약한 증세를  많이  나타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4.

암튼 이번에는 이러한  핸디캡을 다 무시하고 꼭 가보리라 작심하고 가는 날 까지 구체적으로 정했다.

혹 같이 가기를 원할지 모르는 학교 동기에게 갈 수 있는 날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서...

 

5.

그리하여 며칠전, 미술관에 가기로 한 날짜는 10월 18일 금요일 오늘로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아뿔사 어제 신문에 '하루 관람객이 5천명'이나 되어 관람 대기 시간만 아무리 짧게 잡아도 한시간은 걸린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림에 대한 해설 하나없이 단지 보고만 나오는데만.에구.

 

6.

같이 가기로 한 동기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그러면 가지 말자'고 해서 '난 혼자라도 간다.어차피 혼자 가려고 계획을 했던 거니'라고 통보를 하고 간송 미술관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봤다.

'신문에 난 관람 대기 시간이 사실이냐고'

'그렇단다'그러면서 '개장 시간이 오전 10시인데  그 전에 오셔도 최하 30분 이상은 기다리리셔야 된다고'

 

7.

'차라리 입장료를 받지 그러냐? 신문에 무료 개방이라고 대서 특필을 해노니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그런 것 아니냐?'

전화받는 아가씨가 결정권없는 일개 직원인걸 알면서도 관람을 위해 기다려야 할 시간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여 해 본 소리지만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다.

입장료를 다만 얼마라도 받는다면 그리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지 싶었다.

 

8.

의견 개진은 개진일뿐 그렇다고  이미 매스컴을 통해 무료 개방이라고 공표된 사실이  변경될 리는 없는 것이니 최대한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기다리다 관람을 할 밖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9.

같이 가겠다고 한 동기는 오늘 아침 '모친을 모시고 급하게 병원을 가야돼서 못간다"고 문자 연락이 왔다.

어차피 혼자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던 일이기에 마음에 아무런 동요없이 간송 미술관을 향하여 고고.

 

10.

간송 미술관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1호선을 타고 가다 동대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2정거장 지나 한성대 입구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4정거장 정도 가서 내려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 골목으로 접어드니 미술관 안내판이 보였다.

오전 9시경 부천역에서 출발해서 미술관까지 10시 안돼 도착했으니 내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엄청 빠르게

도착한거였다.난 최소 시간반은 걸리리라 생각했는데...

 

11.

미술관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앞사람의 뒤를 이어 줄을 선 곳은 미술관 정문이 10여 미터 이상은 멀리 보이는 곳이었는데 내 앞의 사람들이 앞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이에도 내 뒤로는 줄을 서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불어나서 대중교통 수단이 다니는 큰 길까지 20여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거리인데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2

관람 온 사람들이 만들어 논 줄은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하게 조금씩 앞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미술관 정문에서 미술관이 있는 곳 까진 길이 기역자로 되어 있었는데 채 20메터도 안되어 보임직한 그 길을 사람들은  자기가  입장할 차레가 오기만을 끈기있게 기다리면서 같이 온 일행들 끼리 삼삼오오 모여 서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13.

미술관이 내 시야에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아마 줄을 서기 시작한 시간부터 게산하면 30여분은 족히 지났음직 해보이는 시간이 흐른 뒤일께다.그러니까 정문에서 10여미터 전시장을 향하여 이동을 하여 기역자로 길을 꺽어 접어들면서였는데 그때 처음  형체를 들어낸 미술관의 모습엔 우선 실망부터 하지 않을 수 없었다.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더니...

 

14.

간송 미술관하면 고 전형필선생이 사재를 털어 우리 엣 그림들을 비롯한 문화재를 수집해 놓은 곳으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텐데 그런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건물이 낡은 것은 차치하고 우리 옛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니 당연히 한옥 건물이거니 했는데 이게 웬일, 내 부족한 식견으로 봐선 일제 시대에 지어진 느낌이 드는 서양식 건물이었다.그리고 많이 낡아 보였다.

 

15.

미술관의 외양에 실망한 것과 관계없이 처음 줄을 선 시간부터 계산하여 1시간여가 지나면서 드디어 미술관 전시장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장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1층 전시장은 줄을 서자 않고 원하는 곳 부터 관람을 할 수 있게 했으나  2층 전시장은 한줄로 길게 줄을 지어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며 관람을 하게 하고 있었다.

 

16.

전시 작품은 우리가 책 같은 곳을 통하여 본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

처음 보는 이름의 화가도 있었으나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홍도,신윤복 두분의 이름이 걸린 작품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17.

특징적인 것은 그림 대부분이 소품이란 것이었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혜원 신윤복님의 풍속화- 예를 들면 '월하정인'이라든가하는 작품이 아주 자그마한 화첩 크기의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보면 이 정도 규격의 그림이라면 시간 단위로 계산할 경우 24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싶은데 나보다 화력이 오래된 분들이 이글을 봤을 경우에 이의를 제기할지는 잘 모르겠다.

 

18.

우리 옛그림의 경우 먹을 주 재료로 하여 선 위주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도 약간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상당한 경지의 필력을 갖춘 분이라면 빠른 시간에 쉽게 그리지 않았을 까 싶을 정도로 그림의 크기가 다 작다.

 

19.

여기서 내 멋대로 생각을 해봤는데 고 '전형필'님께서 우리 옛 문화재 특히 그림을 수집할 때에 큰 그림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놈들이 자기 나라로 다 가져가고 또 해방후  6.25 전쟁때 많이  소실되어 수집이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라고.

소품이야 보관,이동도 용이하고 특히 일본놈들 눈에 안뜨이게 감추기가 용이했을테니 많이 보존할 수 있었을테고 이의 가치를 알아본 전형필님 눈에 뜨인 것 아닐까'라고.

 

20.

한가지 또 눈에 뜨인 점은 그림에 붙여진 제목들인데 이는 그림을 그린 분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고 후세 사람들이 그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의 근거는 그림 원본에 아무런 화제가 없는 그림-특히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인데도 불구하고 화제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런데 이 분야에 채 정리되지 않은 책 몇권의 독서 경력뿐이 없는 입장에서 어설피 이야기하여 무식을 들어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 아닌지 잘 모르겠다.

 

21.

그리고 김홍도님의 그림에는 화제가 대부분 쓰여 있는데 한문 실력도 짧고 눈도 아프고 하여 이 분에 글이무슨 뜻인가 보는 척 하다 포기하고 이분 작품에에 관한  연구서는 기왕에 나와 있는 것이 있으니 꼭 읽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게기가 된 것을 만족하게  생각하는 선에서 그림 감상을 마쳤다.

 

22.

한 시간여 옛그림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느낀 소감을 위에 적어 놓은 것으로 다 표현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옛그림에 대한 지식이 짧아 깊이 있게 보지는못하고 그린 기법이라든가 그린 시간을 추정해 보는 정도 수준의 감상을 하는 선에 그쳤는데  옛그림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을 담아 놓은 책은 의외로 꽤 되는 편이라 이런 책들을 좀더 읽어 옛그림에 대한 좀더 확실한 지식을 키워야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번 간송미술관 전시회를 다녀온  소득중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된다.

덤으로 이젠 간송미술관을 못가본 한(?)도 풀었고....^^

 

 

*뒷 얘기

미술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기전 복도에서는 직원임직한 20대 젊은 청년들이 옛그림에 관한 자료집을 팔고 있었는데 책의 내용-주로 해설-을 잠깐 훑어보니 기왕에 나와있는 책들보다 딱히 나아 보이지를 않았다.내 기준으로 보아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드는 책을 2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받고 판매하느니 차라리 입장료를 받아 입장객들을 좀 걸러내는 운영  방식은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다.

관람을 끝낸 12시쯤  차를 타려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관람을 하려고 늘어선 시람들이 미술관 가는 골목길을 다 채우고 차들이 다나는 큰 길을 꺽어 내려가 버스 정류장까지 쭉 늘어서 있었다. 이정도 줄이라면 아마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이 가능할 것 같았는데 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20여년전 대전 엑스포 구경갔다가 뭐 대단한 관람꺼리도 아닌데 똬약볓에서 두세시간씩 기다리던 악몽이 생각났다.

다행이 나는 일찍 움직인 덕에 1시간 정도 기다린 정도에서 관람을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하며 내리막길이라 더욱 가벼운 발걸음으로로 '쯧쯧 고생들 하겠군'하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려 왔다.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2013.10.18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소감을 쓰다.

 

*미술관 정문

미술관 정문 

관람 대기 행렬-내 뒷 사람들 ㅎㅎ 

미술관 모습-측면 

 미술관 모습-측면:정면은 못 찍었음-찍을 공간 부족

 *고 전형필 선생 흉상

 

*전시장 안은 촬영 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