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차를 바꾸다

Bawoo 2013. 8. 9. 07:49

1.

어제 새로 구입한 차가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우리 가족의 

손과 발이 되어 주던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94년식 소나타2는 폐차장으로 갔다.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나와

기념 사진 한장으로 모습을 남기고...

 

2.

차는 아직 쓸 수가 있는 상태였다.

보름전에 10만원 들여 부품 하나를 갈고

이번에 또 30만원 정도 드는 부품을

가는 것이 좋겠다는 정비사의 말이 있었지만

장거리 운행만 아니라면 아직 괜찮다는 단서가 붙은

실제로도 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그런 상태였다.

 

3.

그러나 아내는 이번에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한번은 바꿔야 되는 것이니

이번에 아예 바꾸기로.

 

4.

아내는 현대의 G랜저를 벌써부터

눈독을 들여 왔었나 보다.

그것도 배기량이 제일 큰 놈으로...

나는 ' 몇년후면 당신도 은퇴인데

유지비가 덜 드는 경차가 어떠냐'고 말해 봤지만

아내는 나이가 들수록 차가 고급이어야

남들이 얕보지 않는다며 굳이 고급차를

사겠다고 했다.

 

5.

나는 '그러면 배기량이라도 낮추는게 어떠냐'고

아내에게 말해봤지만

'당신은 작은 것만 좋아하다 잘 된 일이 뭐 있느냐"

핀잔만 잔뜩들었다.

그래도 '어디 많이 다닐 것도 아닌데 굳이 배기량이 높은 차를 사야겠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한 등급 낮은 것으로 바꾸는데 성공했으니

이것만도 아내가 많이 양보해준 것이다.

 

6.

94년 아직 현직에 있을 때 구입했던 소나타 2는

그 당시 월급쟁이들한테는 가장 고급차였다.

요즘 많이 흔해진 G랜저는 월급쟁이들은  엄두도 못냈었다.

맞벌이여서 외벌이인 동료들 보다

상대적으로 풍족했던도  나도 마찬가지였고.

 

7.

소나타 2.0이 그 당시 고급에 속한 차였던 증거는

당시 상사이던  본부장용 관용차가

대우 프린스 1.8이었던 것으로도 증명이 된다.

내 차를 이용하여  과장급 이상이 단체로 점심 식사하러 갈 때

본부장은 '과장이 본부장보다 좋은 차를 탄다'는 악의없는 비아냥으로

내차 소나타2의 가치를 인정해 준 적도 있다.

 

8.

그러던 것이 퇴직후 세월이 흐르면서

차는 서서히 빛이 바래가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나이를 먹으며 노년을 향해 가는 나와 함께,

청년 실업,부의 편중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로 본 우리나라는

갈수록 잘사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나타보다 상위급 차들이 에사롭게 눈에 뜨이고

외제차도 흔한 세상이 되어 있음에 반비례하여....

 

9.

아내가 차를 바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엄청 부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 친한 동료 교사들이

"돈도 많으면서 왜 차를 안바꾸냐'는 소리가 지겨워서 였는데

그러나 그때마다 '멀쩡한 차를 왜 바꾸냐'는 나의 강한 반대에 부딛쳐 

실행에 못 옮긴건데 이번에는  나도 어쩔수 없이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10.

부품을 계속 갈아 쓴다고 쳐도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차이다 보니

무엇보다도 외관이 너무 볼쌍 사나워졌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외모부터 눈에 뜨이게 추해지듯이

도색이 너무 탈색이 되어

누가봐도 낡은 차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11.

그래서 아아디어를 낸 것이

차 전체 도장을 새로 하는 것이었는데

아내는 물론 차 수리 센터 직원도

'어차피 한번은 바꾸셔야 되지 않냐'는 말로

반대 의견을 냈었다.

 

12.

새 차를 받아 놓고 이제는 폐차장으로 가게될 운명에 놓인

그러나 아직도 멀쩡히 잘 굴러갈 수 있는

근 20여년간을 함께 했던 낡은 소나타와

기념사진을 찍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새 차와 비교해 보니 너무도 낡은 모습에

'그동안 참 많이도 낡은 차를 타고 다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많은 세월을 함께 한 차를

내 스스로 차의 무덤인 폐차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이 안 좋았다.

 

부품만 갈면 아직도 한참 운행을 할 수 있어서

'누구 마땅한 임자가 없겠냐'고

딜러나 차 수리센터 직원에게 물어 봤지만

'페차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13.

새 차와의 인연을

폐차되는 소나타 2 만큼 오래

같이 할 수 없다는 것도

마음이 안 좋은 부분이다.

 

내 나이  이미 60중반이어서  안전하게 운전을

앞으로 20년을 할 수는 분명 없을 터

그렇기에 새 차를 산 기쁨이

폐차되는 소나타2를 살 때 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새차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소나타2 보다 더 고급 차이기도 하니.....^*^

 

 

                                                       2013.8.9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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