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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폴드왕의 유령

Bawoo 2013. 8. 8. 07:59

* 책 재목을 클릭하면 목ㅊ차, 출판사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책은 절판됐군요. 

 

[소감]

2003년 9월에 출간되어 출간된지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책.

동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무심히 지나친지가 수 년은 된 것 같은데 이번에 결국 빌려서 읽고야 말았다. 그동안 읽기를 망설인 이유는 특정 역사에 대하여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는 책은 일부러 기피하는 내 독서 성향 탓인데 도서관에 갈 때 마다 계속 눈에 밟혀 읽다 중간에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읽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빌려 오게 되었다.결과는 잘 빌려왔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저자는 '아담 호크쉴드'라는 외국인인데 이력에 대한 내용이 책 표지에 있었는지 국적,경력 모두 알 수가 없으나 레오폴드2세의 콩고 착취에 대한 기록을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하여 잘 정리해 놓았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책 제목에 나오는 "레오폴드-정확히는 2세-"란 벨기에 왕이 아프리카 콩고 지역을 개인 식민지화 하여 착취하는 과정에서 무려 1천만 명에 달하는 콩고인들을 학살했다는 기사를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그 학살 과정과 이후 까지의 이야기를 망라하여 깊이있게 기록하고 있다. 읽는 내내 절대 권력을 가진 인간들이 그 권력을 마구 쓸 경우에 그 때문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비참한가를 새삼 가슴 아프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인 "레오폴드 2세"란 인물은 서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의 왕자로 1835년에 태어나 30세 되던 해인 1865년 부왕 레오폴드 1세에 이어 왕위에 올라 1909년 74세로 사망할 때 까지 왕위에 있으면서 콩고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하여  왕위에 오른지 11년 되던 해인 1876년 '국제 콩고 협회'를 설립하고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잘 알고 있는 탐험가 리빙스턴을 찾은 '스탠리'란 탐험가-초등학교 교과서에 어느 과목에 실려 있었던 게 기억 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 이런 추악한 인물의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렸었는지 이해가 안가게 되었다-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콩고 개발을 추진한다. 이러한 시도를 한지 9년 만인 1885년, 본인 나이 50이 되던 해에 드디어  벨기에보다 80배나 큰 콩고국을 개인 식민지로 만드는데 성공하게 되고 이후 상아와 야생 고무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콩고인들에게 비인간적인 학대를 하게 만들어 콩고 인구의 절반인 1천만 명이 희생되는 비극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 비극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렇게 콩고 원주민들을 학살하면서 축적한 부를  레오폴드가 65세일 당시 반한 손녀뻘인 캐롤린이란 이름의 16세 콜걸에게 죽을 때 까지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다. 

원주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해가며 축적한 부를 고작 일개 창녀에 지나지 않는 소녀에게 쏟아 부었다는 책의 내용을 보게 되면 절대 권력을 가진 인간들의 탐욕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것인지 울분을 토해 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면서 나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결국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일개인에 지나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되어 아무런 외부위험 없이 자신의 능력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지금 우리나라 여건이 참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더불어 과거 우리나라가 겪었던 수많은 외침 특히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를 식민 통치한 기간에 저지른 만행이 서유럽 백인 놈들이 세계 각국-특히 아프리카 지역-에서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한 것이 아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되었고....

 

아무튼 나라의 힘이 약해 다른 나라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력을 키워야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그냥 일개인에 지나지 않는 나로선 생각만 할 뿐이고 실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수 있는  나라를 이끌어 가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잘 해주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이렇게 개인적 욕심으로 콩고인을  천만 명이나 죽게 만든 만행을 저지른 레오폴드 2세  본인은 살아 있을 당시나 죽었을 때도 별로 국민의 인기를 못 받았다고 하나 지금은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고 하니  무참히 죽어나간 콩고 원주민들의 비극과는 관계없이 벨기에 역사에서는 기릴 만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격에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합병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정작 자신의 나라 일본에서는 국부 대접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이. 

 

이 책은 주로 레오폴드의 콩고 착취 과정과 그 착취에 반대하는 백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잠깐 언급되는 내용 중 주목되는 부분은 식민지 쟁탈에 열을 올린 서유럽 다른 나라들도 벨기에 못지 않게 만행을 저질러 원주민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예가 다반사로 일어 났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식민지가 적었던 독일의 경우 지금의 나미비아인  독일령 남서아프리카에서 1904년 반란을 일으킨 헤레로 부족 8만 명 중 6만여 명을 학살했다고 하며 -학살 주도 인물로 '트로타' 중장이란 이름이 나온다- 미국은 필리핀에서, 영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이 쓰일 수 있었던 것은 레오폴드의 콩코 통치에 대한 저항 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졌기 때문에 많은 기록이 존재하게 되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저항 운동의 주요 인물로는 '에드먼드 모렐', '로저 케이스먼트', '조지 워싱턴 윌리암스','윌리암 셰퍼드', '헤제키아 앤드루 샤누'등이 나오는데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에드먼드 모렐'과'로저 케이스먼트'이다.

 

피해국인 콩고는 원주민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로 열강들로 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던 레오폴드 2세가 1908년 벨기에 정부에 양도하는 것으로 개인 식민지에서 국가 식민지로 전환되었으나 정작 독립이 된 것은 1960년이다. 그러나 국가를 경영할 인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정치적 독립만을 얻었을 뿐 경제적으로는 계속 식민지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이 당시의 지도자 '루뭄바'는 이러한 서방 경제 식민지 탈피를 위하여 소련과 접촉하려고 했다가 서방 국가들에게 미움을 사   결국 미 CIA의 사주에 따른 '모부투' 주도 세력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미국의 지원 아래 1965년 쿠테타를 일으킨 '모부투'는 1997년 실각할 때 까지 32년간 독재 권력을 휘둘렀으며 그가 국민을 위해 한 일은 1971년 국명을 '자이레'로 바꾼 것 뿐, 국가 지도자의 자리에 앉아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일했다고 한다. 그는 세계 최고 부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재산은 최대 40억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백인 식민 통치 아래에선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독립이 된 이후에도 비참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그 밑바닥엔 비록 정치적인 독립은 이루었으나 강대국 자본에 예속된 경제 식민지인 때문이다. 여기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지도자가 나타나면  '루뭄바'처럼 강대국 공작에 의해 축출당하고 대신 서방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인물이 지도자로 나서 자신과 측근들만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려는 통치가 계속되는 없는 비참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착취 방식만 달라졌을 뿐 강대국에 의한 착취는 게속되고 있는 것이다.*추가:

 

책 내용 중에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로 더 잘 알려진 '어둠의 심연'이란 소설의 저자 '조셉 콘라드'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자는 콩고 지역을 오가는 배에서 선원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커츠'란 인물의 모델은 콩고 원주민을 대상으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 실존 두 인물이라고 하며 두 인물의 사진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그토록 만행을 저지를 것 같지 않은 아주 멋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절대 권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최일선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 군상들의 전범이랄 수 있는 인물들인데 사진 속 모습은 그냥 멋지게 생긴 모습이다. 그토록 잔악한 행동을 절대 했을 것 같지 않은....[2013. 8. 8/ 2022. 01. 1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