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언제일꺼냐?

Bawoo 2013. 11. 4. 22:13

모처럼 지하철을 탈 일이 있어 지하철 계단을 걸어 내려 가노라니

넘어질까 걱정되어 저절로 조심조심 걷게 된다.

발을 헛디뎌 앞으로 넘어져

얼굴이 엉망이 되고 이까지 부러지지 않을까

저절로 걱정이 된다.

년초까진까진 그래도  난간을 붙잡을 생각은 안했었는데

이젠  난간을 붙잡고 내려갈까도 생각을 하게 된다.

 

조심조심 걸어 내려가는 나를 앞지르며

한창 젊은 학생들이 거침없이 달려가듯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고 속으로 저절로 뇌이게 된다.

'부럽다.'

나는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어내려 가는 계단을

뛰어 가듯 거침없이 내려 갈 수 있는 그 젊음이...

 

그렇다고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으냐고 누가 묻는다면

선뜻 그러고 싶다고 대답은 못하겠다.

 

젊다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무수히  남아 있다는 뜻이니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뇌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일텐데

내 지나온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한치의 숨돌릴 여유도 없는 그런 절박한 나날들이었으니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냥 젊음이  부러운 것일 뿐...

 

또 모르지.

태어 날 때 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춰줄 수 있는 그런 부모를 만나는

행운를 갖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 보게 될지도...

그게 아니라면,

다시 되돌려 받는 젊음

절대 사양하고 싶다.

 

전철안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이

완연히 노년기에 접어든 노인의 모습으로 비추어 보이는데

난 그래도 아직은 완강하게 경로석에 가지 않는다.

그러나 경로석을 쳐다 보기도 하고

가서 앉을까 하는 유혹도 느끼게 돠는 것이

지난 해와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오늘도 경로석에 빈 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도

난 그냥 서서 목적지까지 갔다.

가려는 곳이 그리 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직은 경로석이 싫다.

그러나 경로석이 아닌 일반석에 앉는 나를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때가 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경로석으로 가야 된다는 것을

오늘 새삼 느꼈다.

 

지금 내가

경로석에 앉아 있는 이들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게 싫어 경로석을 피하듯이

일반석에 앉아 있는 나를

왜 경로석으로 안가느냐는 표정을 옆 앞 사람들이 하며 외면한다면

어쩔 수 없이 경로석으로 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때가 머지 않았음을 자꾸만 피부로 느낀다.

차창에 비치는 내 모습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에서

그리고 내려가는 계단이 점점 조심스러워 지는

내 나도 모르게 늙어가는 내 육신의 모습에서 

 

어쩔 것인가

받아들여야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의 길인 것을...

 

다만 바라는게 있다면

너무 추한 모습이지 않게

크게 아프지 않게

그렇게 서서히 늙어 가면서

때가 되었을 때는

잠자듯 편안하게

그리 삶의 마지막 끝자락을

노을 수 있었으면...

 

 

                                 2013.11.4 모처럼 지하철을 타게 되면서 느낀 생각을 적어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