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에구! 어찌해야 되노?

Bawoo 2013. 11. 18. 20:00


에구! 어찌해야 되노?


한창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후 시간,

갑자기 댄싱퀸 음악이 들린다.

전화가 왔다는 신호다.

보니 모르는 번호, 그래도 받기로 하고

'네에'하는 나의 응답에 저쪽에서 말소리가

'XXXX'차주 되시냐'고 묻는다.

'맞는데 무슨 일이신가요?' 묻는 나의 말에

'죄송하게 후진하다 차를 조금 받았습니다'란다.

 

"헐~차 바꾼지 이제 겨우 3개월인 차를 받아?

그것도 차 통행도 별로 없는 곳을 골라 주차해놨는데'

이해가 안됐지만  차를 보면 알 수 있을테니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날씨는 왜 이리 춥나? 갑자기.

움츠러드는 몸을 끌고 차 세워둔 곳에 가보니

젊은 친구가 죄송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하고 서 있다.

'아니 일부러 차가 잘 안다니는 곳에 세워 놨는데 차를 어떻게 받았어요?'

물어보며 차를 보니 운전석 쪽 뒷바퀴 부분 차체에 조그맣게 흠집이 나있다.

 

상황은 대충 알겠다.

승용차가 아닌 트럭이라 차체가 길어 거리 가늠을 잘못한 것이다.

그나저나 난감했다.

흠집이 워낙 경미해 수리를 하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이제 겨우 3개월 뿐이 안된 새차에 흠집을 낸걸

괜찮다고 그냥 가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내가 지금 내 차종을 접촉 사고를 내봐서 아는데

이 차는 흠집난 부분이 아무리 경미해도 수리비가 최소 50만원이다.

그러니 내가 수리를 원할 경우 사고낸 친구는 50만원 부담은 각오해야 한다.

 

내가 망서리자 사고낸 친구는

'가스회사 일용직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처지니 10만원 쯤 드리는 걸로 봐주시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회사차라 보험 처리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면서...'

내 마음이 여리다는 것을 그새 캐취한 것이다.

심지어 옆에 있던 동료로 보이는 친구는 한술 더떠 '그냥 페인트 묻은 것이란다.'

 

난 이런 인간이 제일 싫다.

자신이 잘못해 놓고도 상대방을 봐가며 기회주의적 처신을 하는 얄팍한 인간.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하자고'하곤 통장 번호를 알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급작스럽게 내가 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마음이 여린 탓에 살아오는 그동안 수도 없이 피해를 본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사고를 낸 친구한데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안되겠으니 내일 보험사 직원을 데려와라.

일단 내가 보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보험회사 직원에게 물어보고 그 뒤에 다시 상의하자'

 

그래놓고 차수리 센터에 가서 알아봤다.

역시 예상대로 50만원은 든단다.

아무리 경미하게 흠집이 생겼어도 흠집난 부분을 통째로 갈아야 된단다.

 

여기서 고민이다.

자그만 흠집 때문에 통째로 교체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현금으로 보상을 받고

수리를 안하고 그냥 타고 다니느냐?

 

그래도 사고낸 친구의 부탁대로 10만원을 받고 합의해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밑지는 기분이다.

상대방이 요구하는대로 해줬거나

아니면 그냥 넘어가 버려 피해를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해야되노?

정말 고민이다.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