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발톱

Bawoo 2013. 12. 8. 04:57

1.

한밤중 자고 있는데 발가락에 통증이 밀려왔다.

심한 통증은 아니다.

'또 때가 되었구나.'

부시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때 마침 방광도 부풀어 있다.

 

2.

칼을 찿는다.

연필을 깍는 용도인 작지만 예리한 칼

녹이 벌겋게 쓸어있다.

화장지로 스윽 닦아내곤

가스 레인지로 가지고 간다.

불에 뻘겋게 달굴꺼다.

소독을 하는거다

 

3.

발톱은 늘상 그렇듯이 살을 파고 들어가 있다.

다행스러운것은 ,

살을 깊이 파고 들지를 않아

통증이 올 때 까지 기다렸다가 깊이 잘라주면

발톱이 다시 자랄 때 까지 한동안은 

아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점이다.

 

4.

다른 쪽 발톱은 이게 안될 정도로

깊이 살을 파고 들어서

결국은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을 했었다.

의사는 부은 내발을 보고 수술을 해주면서

대형병원에 가면 발톱 자체를 뽑아버린다면서

엄청 생색을 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도 알고 있다.

 

5.

처조카도 나와 똑같은 증세가 있었는데

발톱을 뽑아버리는 수술을 받았다고

집사람한테 들은 적이 있으니

의사의 말이 허풍은 절대 아니다.

 

6.

그러니 무조건 대형병원을 갈 일은 결코 아니다.

동네병원에서 간단하게 큰돈 안들이고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을

많은 시간 뺏기고 돈도 더 들이면서

굳이 뭐하러 가는가

동네 작은 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수술이 필요할 때나 찿을 일이지...

 

7.

발톱은 역시 길게 자라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

이번엔 꽤 많이 자란 것으로 보아

의외로 오랜 시간을 견뎌 낸 것 같다.

 

8.

자란 발톱의 처리 방법은 간단하다.

발톱과 살 사이로 칼날을  집어넣어

최대한 깊이 발톱을 잘라내는거다.

그러면 발톱이 자라 다시 살을 파고 들 때 까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9.

발톱이 이 정도로만 살을 파고 들어

집에서 스스로 처치가 가능한 것에 대해

무지무지 감사하고 다행스런 마음이다.

집에서 처치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깊어지면

결국은 병원을 갈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좀 불편한 일인가?

이런 일은 최대한 덜 일어나면서

살 수 있는게 가장 큰 복이다.

 

10.

살을 조금만 파고 들어

나 스스로 처치가 가능하도록 해준

발톱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이런 행운들이 늘 함께해서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덜 힘든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발톱아 고맙다."

 

                                                      2013.12.8 새벽 5시 조금 못미쳐  마치다

'[斷想, 閑談] > <단상, 한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문제냐?  (0) 2013.12.21
도서관 가는 길  (0) 2013.12.14
아들 이야기  (0) 2013.11.24
에구! 어찌해야 되노?  (0) 2013.11.18
언제일꺼냐?  (0) 201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