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음악감상실 "카르페 더 뮤직"이라는 곳을 다녀오다

Bawoo 2021. 9. 20. 12:15

얼마 전에 친한 대학동기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양평에 기가 막히게 좋은 음악감상실이 있다고 또 다른 동기가 추천하니 날 잡아

뜻 맞는 동기들 모두 모여 한번 같이 가자고.'

 

'헐~ 음악 감상이라니 그것도 멀리 양평까지 가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감상실 가 본 기억이라곤 본격적인 직장 생활하기 전인 20대 중반에 명동에 있는 '필하모니'에

토요일 오후에 가끔 가서 몇 시간씩 죽치고 있어 본 것이 전부이고 직장에 들어간 이후론 피로에 지쳐 음악 감상을 하기보다는 그냥 쉬는 것이 더 좋은 몸 상태가 되어 자연스럽게 멀리해 왔는데 60 중반인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음악 감상실이라니.

더군다나 멀리 양평까지 가야 하고 목요일은 정기 테니스 모임도 있는 날인데.....

그렇지만 나를 생각하는 이 동기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알기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러지 뭐'라고 명쾌하게 오케는 못하고 얼버무리는 예스를 했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동기가 아니라면 100% 노했을 것이다.

클래식을 한창 즐겨 듣던 20초 중반 시절 오디오가 없는 내가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듣는 곡 선택권이 없는 라디오를 통한 일방적인 듣기 강요를 따른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심도 있게 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20대 후반, 직장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 웬만한 음악가의 대중화된 곡들은 거의 다 한 번씩은 들어 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 곡도 이미 정해져 있으며 추가로 음악가 누구, 무슨 곡이 좋아질 가능성은 100%(?)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음악 감상을 그것도 일부러 멀리 찾아서까지 한다는 것은 같이 갈 사람들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대인관계를 싫어하는 편인 내 성격으론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오늘 결행을 했다.

내가 예상했던 나를 포함한 4명이란 숫자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은 인원으로...

 

 모임을 주도한 동기는 올해 모 유명 외국어고교에서 정년 퇴임했는데 학창 시절엔 우리 동기 중 가장 촉망받던 예비 시인이었다. 71년 1학년 때 보아온 그의 품성으로 보아 군에서 전역한 후 사회 진출을 교육계를 택하여 자리잡고 평생을 보낸 것도 예견되었었고 클래식 음악을 전문가 수준으로 좋아하는 것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여 줄만 했다. 다만 그가 가진 시적 재능을 등단을 통해 세상에 안 알리고 무명으로 남아 있는 것이 뜻밖이긴 하지만 그의 올곧은 성품으로 보아 있을 법한 일이라고 나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모임을 주도한 내게 전화를 한 또 다른 동기는 대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탓에 아직도 한창 현역이다.

고전문학 전공이기에 한문에 조ㅇ에가 깊은 이 동기가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있을 줄은 전혀 뜻밖이었는데 본인 말로는 고등학교 시절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같은 방을 쓰던 삼촌 몰래 듣느라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들었었다고 하니까 투병생활을 하던 20 초에 팝송-세미-전곡 듣기 과정을 거친 나에 비하면 한참 선배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언젠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622번 ["https://www.youtube.com/embed/xdVo0MsJMOc"]을 자랑스럽게 '설마 네가 이런 곡을 알겠냐'고 으스대며 얘기한 적이 있는,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기 짝이 없어 낯을 들기  뜨거운 짓거리를 한 적이 있다.에그!

 

또 다른 한 친구는 여자 동기인데 우리 과 공주님으로 불렸었다.

70년 초반 아직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잘 살게 되리라곤 누구도 예측은 할 수 없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로 사회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고 나라 살림 살이는 가난하던 시절, 그녀의 부친은 우리가 다니던 학교에 교수로 재직하고  계셨으니 가난한 시골 농촌 출신 부모를 둔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로얄 훼밀리에 속하는 부러운 집안의 딸이었다.

이제는 60이 넘은 나이라 무심한 세월 탓에 20대의 아리따운 외모는 사라지고 없으나 그래도 내 눈에는 40여 년 전 20 초반의 아름다웠던 모습이 주름진 그녀의 얼굴 너머로 문득문득 보인다.

 

그녀는 부친이 클래식 애호가였던 덕분에 사춘기 소녀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 거의 전문가 수준의 음악 지식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하면 나는 거의 아마추어 수준의 지식뿐이 없는데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난 20 중반에 들었던 수준에 머물고 말았지만 그것은 내가 더 이상의 깊이를 원하지 않아서였지 능력이 안 되어서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랄까?^^

 

 어쨌든 우리 4명은 양평에 있다는 음악감상실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을 했다.

나와 여자 동기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모임을 주도한 동기와 망우역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아직 현역인 다른 동기는 원주에서 곧장 양평으로 오기로 하고...

예정보다 30여 분 늦어진 11시 반쯤 우리 셋은 망우역에서 승용차로 출발했다.

 

네비양의 안내에 따라 진입한 고속도로 입구에서 체증에 걸려 약간 지체는 되었지만 그곳을 벗어나니 차는 막힘없이 잘 달렸다. 다시 경춘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얼마간 달리다가 서종 인터체인지로 나가 네비양의 안내에 따라 가평 쪽으로 차를 달리는데 시간은 어느덧 12시 반, 아침을 간단히 먹은 탓인지 몹시도 배가 고프다. 운전을 하는 동기도 시장기를 느끼는 듯하여 원주에서 따로 출발한 동기에게 전화했다.그런데 이 동기는 이미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고 '자기는 오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으니 셋이 알아서 해결하고 오란다.'

 

그런데' 아뿔사 '통화를 하는 중에 차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던 거리를 지나쳐버렸다.

차를 되돌리긴 싫고 '설마 가는 도중에 밥 먹을 곳 없으랴' 생각하고 목적지를 향하여 그냥 달려 가는데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고 눈에 들어오는 경치를 즐기며 가는데 이게 웬걸 음식점이 도통 눈에 뜨이지 않는다. 중간에 길 반대편 쪽에 슈퍼가 하나 있길래 차를세우고 확인해보니 문이 닫혀 있다. 손님이 뜸한 탓에 영업을 상주하며 하지는 않고 전화로 연락을 하면 그때 와서 원하는 물건을 파는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는 집이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허기를 해결할 욕심에 차를 세웠다가 자칫하면 차에 받치는 대형 사고를 당할 뻔 했단다 내가.

차를 길 건너 편에 댄 탓에 조수석에 있던 나는 문을 열면 도로 쪽으로 몸이 나가게 되어 있었는데 '이때 차가 한대 지나갔다'는 것이다. 운전을 하던 동기의 말이.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별일 없었으니 천만다행이지만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었다고 하니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을 요즘 자주 받는데 이번에도 그랬던 것 아닌가 싶어 '참! 무심히도 흐르는 세월이 사람을 이리도 무력하게 만드는가' 싶어 마음이 씁쓸했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도착하기 전 도중에 음식점이 없을 수도 있을 만약을 생각해서 차안에서 허기를 해결할 이런저런 방안을 궁리하는데 음악감상실에서의 '라면 끓여 달래기는 불가'라고 했고 간식용으로 가져온 초콜릿이 있다는 정도.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체념하고 서종 인터체인지에서 대략 20여 분 정도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달려온 곳 길 마즌편 산자락 중턱에 2~3층 정도로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불원천리 멀다 않고 찾아온 차와 음악감상실이 있는 집 '카르페 더 뮤직"

 

 

 

깔끔한 외양을 한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미리 와 있던 동기와 합류하여 일단 건물 밖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한숨 돌리기로 했다.1시간 이상을 쉴새 없이 운전해 온 동기 숨도 돌리게 하고 난 블로그에 올릴 사진도 찍을 겸 해서...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곳을 소개하고 운전까지 해서 데려온 동기가 간식용으로 찹쌀떡하고 커피를 준비해왔는데 본인도 깜빡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옳타꾸나 되었다 우선 급한 대로 허기는 면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자니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나서 웃음이 나왔다.^^

따사로운 햇볕도 쬐고 사진 찍을거리가 없나 해서 밖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그만 안으로 들어가 차 한잔 마시고 음악 듣자는 동기들의 말에 건물 내부로 들어 섰는데 헐 ~우리를 맞이하는 여쥔장이 눈에 뜨이게 날씬한 미인형 모습을 하고 있다. 나이는 정확히 가늠은 안 되나 결혼하고 출산한 4~50대의 여성들이 대부분 비만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반해 이 여주인장은 아가씨 시절 체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양해를 구하고 몇장 찰칵. 그리고 나서 우리 넷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 좀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전속 사진사인 내가 동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우리 아닌 남에게 부탁할 때 외엔 없기에... 

 

*[아래 사진:여주인장 모습]차와 음악을 제공하는 댓가로 찿아온 손님에게  일인당 1만 냥을 요구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 감상실의 실질적인 주인. 빼어나게 미인형은 아닌데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쁩니다^^

 

 

 

 

 

 *우리들 모습: 71년 1학년 때  동기로 만난 우리들 중 난 그해 말 군대에 갔고 나머지 세 동기는 4년을 쭈욱 같이 다녔으나 4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에 와서야  비로서 이렇게 편하게 뭉치게 되었다.^^ 

 

 [아래 사진] 남 쥔장. 50대 초반이라는데 하고 싶은 일을 여유롭게 하며 지내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몹시 부러웠다. 음악 전공은 아니고 음악을 좋아해서 일찍 은퇴하고 이곳에 와 이리 지낸다는 이야기를 동기한테 전해 들었는데 사실 여부를 본인한테 확인은 못했다. 궂이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고. 아무튼 무지 부러웠디. 만약에 내가 이 건물 주인장이라면 2층에 화실을 차려 놓고 감상실 운영은 전문 DJ를 써서 하고 싶다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했다. ^^.  LP판은 약 만오천 장 정도 된다고 했으니 라이선스판 78년 기준 2천 원으로 쳐도 물경 3억 원 어치. 에구! 놀래라. 근데 애호가들은 원판을 선호하니 이 판 대부분을 원판이라고 본다면 가격산정 불가능. 내가 원판을 안 사봐서리 ㅠㅠ

 

 

 

*감상실 내부 모습: 전문 감상실이라기보다는 나들이 나왔다가 가볍게 들으러 온 사람들이 주류인 분위기. 아무튼 깊이있게 듣기에는 좀 무리. 실제로 조금 클래식한 곡이긴  하지만 대중가요도 틀어주었음. 내가 기억나는건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난 안듣고 사진 찍으러 밖으로 나왔음. 밑의 경치 사진들. 맨 앞의 두 여인은 아직 40대 정도뿐이 안 돼 보였는데 평일 낮에 나들이 나온 걸 보면 아무래도 능력있는 남성을 남편으로 둔 전업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아이들이 이젠 엄마의 손길이 필요치 않을 만큼 다 자란 탓에 집안일에서 많이 여유로워진 시간을 이런 방식으로 보내는 것 아닐까 하는 내 멋대로의 생각. 가사에서 해방되어 남는 시간을 친구를 만나 이렇게  건전하게 보내는 부인을 둔 남편은 '내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 버는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

 

 *감상실내 오디오 시스템:수억은 호가한다고 하는데 블로그에 올리려고 목록을 쥔장한테 받긴 했으나 여기다 일일이 적기는 무리. 전문가들이나 알 필요가 있을까 굳이 뭐.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될 듯. 궁금한 분은 남쥔장한테 문의하세요^^

 

 

 

*차도에서 올려다 본 카르페디엠 전경

 

 

 

*건물 옥상에서 찍은 경치들-내 그림 소재로 쓰일 가능성을 생각해서리...^^

 

 

 

*다녀온 소감 총평: 내가 워낙 몸 움직거리길 싫어하는 성격이라 마음이 통하는 동기들끼리가 아니면 절대 안 올 곳이긴 하지만 이렇게 경치좋고 호젓한 곳에 음악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되었다. 기회가 되면 집사람과 같이 와보고 싶기도 하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아 보였다. 다만 음악을 깊이 있게 듣기에는 좀 부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주 이유는 이곳을 오는 사람들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으러 온다기보다는 맑은 공기 마시는 나들이 겸 온 것일 터여서 시간이 많이 안 걸리는 가벼운 음악을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신청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https://www.youtube.com/embed/LYUrPqaG11Y"]  gyroscope; 의 경우 총 연주 시간이 경우 4~50분은 족히 걸리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이 시간을 다 들여 듣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면에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https://www.youtube.com/embed/BxMmBvdYdXY" ]나 슈베르트 송어 4악장["https://www.youtube.com/embed/LFGfw66v4Bo" ] 같은 연주시간이 짧은 음악이 차라리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이 좋아서 그런지 성악곡의 경우 가수의 목소리가 실제로는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계의 힘이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기악곡의 경우는 시스템이 좋다는 생각을 크게 못했는데 아마 내 청력 장애 문제도 관계가 있었을 듯하다.

 

* 좋은 이와 함께 드라이브,정담, 가벼운 음악 듣기엔 최적인 곳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 읽고 혹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시는 분은 다음 카페에 'carpethemusic'라고 검색해 보세요.^^

 

[2013. 11. 9 쓴 글-2013.11.9(토) 새벽 1시에 목요일에 다녀온 곳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하다.-을 2021. 9. 20. 추석 하루 전에 어느 방문자분 덕(?)에 1시간 30분여 걸려 수정했다. 눈 상태가 안 좋아 글 쓰는 걸 포기한 지 오래인지라 엄청 힘든 일. ㅠㅠ. 64세이던 이때 사진 모습을 보니 아주 정정했다. 8년이 지나 72세가 된 지금 몸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좋아하던 테니스는 벌써 몇 년 전에 그만뒀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림 그리기도 작년 한 해 쉬고 올해 겨우 그리다 말다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젠 이나마도 감사한 마음이니 흐르는 세월이 새삼 무섭다. ㅠㅠ.]

 

* 수정했는데도 띄어 쓰기, 맞춤법 틀린 낱말이 또 보이네요. 눈이 시원찮아 또 수정하긴 힘들어 포기하니 양해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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