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어떤 추억

Bawoo 2019. 1. 27. 09:41

 

어떤 추억

 

내 네다섯 살 어릴 적 산골 고향 살던 시절

할아버지 내가 울면

큰 칼 찬 왜놈 순사 온다고 그러시면서

그만 뚝 그치라고 그러셨다

 

난 할아버지의 그 말이 무서워

울던 울음 뚝 그쳤다

단 한 번도 못 본 왜놈 순사가 무서워서

 

할아버지,

일본놈들 패망해 자기 나라로 쫒겨간 뒤

10여 년이 지난 시절이었는데도

왜놈 순사는 아직도 할아버지에겐

손자 울음을 그치게 하는

약이 된다고 생각하셨나보다.

 

왜놈들의 수탈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래서 동네에 나타나는 순사가 얼마나 무섭고 증오스러웠으면

그 왜놈들 구경도 못 해보고 태어난 어린 손자

 울음을 그치게 하는 약으로 쓰셨을까?

 

얼마나 무섭고 증오스러우셨으면...

 

 

2019. 1. 27.

 

할아버지 돌아가신 뒤 50년 여가 되어가는 내 나이 70이 된 1월 아침에

 

'[斷想, 閑談] > <단상, 한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단상  (0) 2022.01.01
음악감상실 "카르페 더 뮤직"이라는 곳을 다녀오다  (0) 2021.09.20
낙관(落款)  (0) 2018.01.27
세월(歲月)  (0) 2017.12.12
행복  (0)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