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아내의 명예퇴직

Bawoo 2015. 2. 14. 05:16

 

 

아내의 명예퇴직

 

 

 

35년에서 한 달이 모자랐다

아내의 교직 생활

 

20대 중반 꽃답던 나이

어느덧 환갑이다.

 

허울뿐인 남편인 나하고 늦은 나이에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온지도 어느덧 30여년

늦동이로 본 간난쟁이던 외아들이

자기 가정을 꾸려 홀로서기를 시작한 만큼 

세월이 훌쩍 흘러 왔다. 

 

정년까지는 아직 2년이 남았지만

아내는 명퇴를 했다. 그것도 신청 3번만에 겨우,

 

명예퇴직 신청한 교사들이

왜 명퇴예산을 엉뚱한데 써버려

퇴직을 원하는 데 안 받아주냐고

난리법석을 피운 끝에

그래서 이번에는 제법 많이 받아 준 덕에 겨우.

 

우리 부부 유일한 노후 대책인

연금이 확 깍인다는 것도 무섭고,

 

한 아이 무던히도 속 썩였던 지지난 해

선생 노릇 이젠 진절머리 난다고

교직 생활 30년이 넘도록

이런 애는 처음 봤다고

체벌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감당을 해볼텐데

체벌 못하는 것을 약점 삼아

아직 열살도  채 안 된 아이가

나이로도 제 엄마보다 훨씬 많은 담임선생인 아내에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무서워하지 않고 온갖 패악을 부리더니만

지난 해 남자 선생이 담임인 반에 가더니

쥐죽은 듯이 얌전하게 지내더라는

기가 막힌 행태를 보이는 전혀 어린애답지 않은 이 아이

 

 아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고 있는데도

통제할 방법이 없어,

내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차라리 내가 교단을 떠나는게

마음이 편하겠다고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그 때부터 퇴직하기로 마음먹고

명예퇴직 신청을 했는데

 

교육감이 선출제로 바뀐 뒤론

예산을 자기 마음대로 전용해

명예퇴직용 예산까지 엉뚱한 곳으로 써버려

그나마도 못해서 애를 먹게 만들었다.

 

사회생활 시작해야 할 젊은 청춘들

그 중에 교사 발령 나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임용 대기자들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다는데

발령이 나지를 않아서 아르바이트 계약직으로 생활하는

불안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도 있다는데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직에 몸담고 있을 만큼 있었던 교사들

 

아이들 통제가 힘들어 더 이상 선생질 못해 먹겠다는 이유에서건,

퇴직 후 연금으로 노후를 살아 갈 계획을 하고 있는데

나라 살림이 연금제도 때문에 거덜이 나게 생겼다고

그래서 연금제도를 손 봐 연금을 좀 깎아야겠다고

그러고 있는 정부 정책 방향에 심정적으로는 백번 동의는 하지만,

 

목구명이 포도청이라고

연금 제도가 바뀌어 연금이 대폭 깍이면

당장  노후 생계에 지장을 줄지도 몰라

이 참에 교단을 떠나야겠다고 그러는 것이건

 

어쨌던 교단을 떠나겠다는 교사들 명퇴신청 다 받아주면

떠나는 선생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이면

발령 나기만을 기다리며

계약직으로 여기 저기 떠도는 젊은 임용대기자들

서너 명은 발령낼 수 있다는데

그러면 청년 실업문제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텐데

 

표를 의식한 정치꾼들

긴 안목으로 나라 발전을 위한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눈 앞의 표를 쫒아 선심성 일에만 눈을 돌리는 탓에

퇴직을 원하는 교사들에게 줄 돈이 없어

퇴직 신청도 다 못 받아주고 있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인데,

 

그런 와중에 근속년수가 제법 돼

아내가 퇴직 신청 3수 끝에 퇴직이 된 건

그나마도 다행스러운 일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퇴직후 절반으로 확 줄어드는 건

씀씀이를 줄여가며 살아가면 될 일

 

젊은 시절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직장에 다녔지만

아직 한창 돈 들어 갈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 아래서는

60이 넘은 나이에도 자기 눈 높이에 안 맞는 곳에서

말도 안되는 낮은 보수를 받고 일을 해야하는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삶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지게 되는

그런 삶들이 비일비재하니

 

연금제도가 이런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을 막아주는

아주 좋은 제도인 것은 확실한데

지금의 지급 방식으로 계속가면

나라 살림이 펑크가 나서 계속 누적이 되어 결국에는 거덜이 난다고  하니

어떤 식으로던 개선이 되기는 해야 되는데

걱정은 걱정이다.

 

연금에 목매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되고

나라 살림살이도 생각해야 되니

정책을 마련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머리가 아파도 한창 아플 문제

 

한 개인의 삶이 나라 살림과 연계가 안 될 수는 없으나

우선은 나 그리고 가족의 삶이 먼저이니

내 삶이 불안정하고 그런 불안정한 삶들이 많아지면

결국은 사회 그리고 나라의 불안 요인이 되는 법

 

나라 살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연금 수혜 대상자도 만족할만한

그런 묘법이 나오면 참 좋을텐데...

 

그나저나 아내와 나

나라에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아내에게 주는 연금으로

풍족하지는 못하지만 큰 병만 생기지 않는다면

둘이 그럭저럭 노후를 지낼 수는 있는 돈이긴한데,

 

마음이 크게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노후대책이 전혀 안되어 있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되는 것은 또 아닌 그런 상황이니

이걸 어떤 삶이라고 해야하나 

 

대한민국 표준형 사람들의 삶?

이상?

이하?

 

모르겠다. 생각하기도 싫고.

 

그저 아내와 나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남은 삶

큰 병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고

하나 뿐인 아들 그리고 아들의 반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나게 될 손주

무탈하게 사회생활 잘 해나가고 잘 자랐으면 좋겠고

 

전쟁과 같은 한 개인의 힘으론 어찌해볼 도리없는

크나큰 재앙이 없이 나라 살림살이 잘 되어

더욱 잘 사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아내와 나 이 세상에 없는 뒤에도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야 할 사랑하는 내 아들 내외 그리고 손주

또 그 밑의 자자손손 후손들

더욱 풍요로워진 환경에서 안락하게 잘 살수 있는  나라,

천년만년 번영하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세상에서나마

내가 태어나 살다 온 나라 잘 살고 있는 모습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2015. 3. 14 새벽에 아내의 퇴직에 부쳐 이런 저런 생각을 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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