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나에겐 풀지못한 해 묵은 숙제가 있었다. 무려 44년이나 지나 있는...
71년 대학 1학년 시절, 청계천 6가 헌 책방거리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느라 보낸 적이 있다. 이때 구입한 책 중에 '드리나 강의 다리'가 있었는데 구입한 이유는
노벨상 수상 작품이라는 소개가 있었던 때문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 읽어보지를 못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채로 재작년인가 오래된 책들 고물상에 휴지값으로
넘기며 속 쓰려 할 때까지도.
20중반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 읽으려고 시도는 몇 번 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문학 작품을 제법 읽던 군 복무 시절까지는 읽어야 할 작품들이 주어진 시간에 비해 너무 많아 순위가 뒤로 밀려서였고 제대 후 복학 시절에는 장편 소설 읽는데 할애할 시간이 없어서였다. 눈 앞에 닥친 취업공부가 더 급했기 때문에 취업용 영어, 경제학 공부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생할을 하면서는 독서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직장 일에 시달리다보니 쉴 수 있는 시간이 나면 몸의 피로를 푸는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학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해 30초반 까지는 우리 작가 작품 위주로 조금씩 읽기는 했다. 아마 김원일씨 작품까지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작품명조차 기억이 안 난다. 이후에는 어쩌다 읽는 책도 문학작품보다는 역사, 경제 등 바로바로 필요한 인문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들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며 감동을 느끼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 몸이 받아들이질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작품' 드리나 강의 다리' 는 서가에서 장식용으로만 속절없이 세월을 보내다 결국은 고물상으로.
그래도 이 작품을 읽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한 두번 있기는 했었다. 다 20 중반 이전의 이야기지만 그 시도가 불발로 끝난 이유는 이 작품의 초반 진입부터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소위 세계 명작이라 평가받는 외국 작품을 읽을 때 가장 애를 먹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작품의 배경이나 인물이 우리에겐 너무 낯선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지명, 읽기도 힘든 긴 이름들이 처음부터 애를 먹인다. 이를 참고 끈기 있게 읽어나가야 비로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단계까지가 그리 쉽지가 않다. 이 작품도 그런 까닭으로 읽기를 포기 했던 것이었는데 마음은 늘상 걸렸었다.
그러나 그림 공부를 하겠다고 퇴직을 하여 시간 여유가 많아져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을 빌려다 읽으면서도 문학 작품은 일부러 멀리 해왔다. 습득해야 할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워낙 많기에 작가의 창작 능력 즉 작가의 머리에서 나오는 가상 부분이 있는 것을 받아들이기엔 내 나이가 이제 너무 많지 않느냐는 오만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문학 작품 쪽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요즈음 소설 형식의 글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인데 그 목적이 어떤 형식으로 글을 쓰느냐를 를 알기 위한 것이어서 20대 젊은 시절 책을 읽고 감명받는 그런 차원의 접근은 아니다. 그래도 이왕 읽기로 마음 먹었으니 머리 속에 작가와 작품은 들어 있으나 안 읽은 작품 중에 우선 순위를 정해 읽기로 했다.
1번이 이 소설 '드리나 강의 다리', 2번은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정하고 우선 이 소설을 읽었다.
초반 도입부는 역시나 40여년이 훨씬 전인 20초반 처음 이 책을 구입했던 때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발칸반도에 대한 지식이 좀 생겨 있는 탓에 작품의 배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점이 다르달까?
나머지는 다 똑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박경리 선생의 토지란 작품을 많이 떠올렸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는 서희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든 아야기가 전개되는데 반해 드리나강의 다리는 등장 인물은 딱히 주인공이 없는 구조이다. 굳이 주인공을 들라면 드리나강을 끼고 있는 마을? 이 마을을 중심으로 살dk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개해가는데 그게 부려 400년간에 걸친 이야기라고 해설에선 말하고 있지만 책을 한번 읽어서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만약 내가 글을 쓴다면 박경리 선생의 토지처럼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부침을 400년에 걸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리 뛰어난 작품이라 생rkr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끝까지 인내하며 읽은 이유는 결말은 어떻게 맺었을까가 궁금도 했고 나름대로 책장을 중간에 덮게까지는 하지 않았던 이 작품의 흡인력 때문이었다.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우는 발칸반도. 수도 없이 나라의 주인이 바뀌었고 지금도 불안한 비극의 땅. 그 땅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 작품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평가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라는 작품이 훨씬 좋다는 쪽으로 귀결이 된다. 전문 비평가가 볼 때는 어떤 식으로 평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이 지역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사람 중심으로 쓰고 싶다. 400년이란 시간이면 5대가 태어나고 죽는 이야기가 딜 것이니 특정 집안의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시대 상황에 따른 인간들의 부침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어쨌던 40년 묵은 숙제 하나는 풀었다. 미진하기는 하지만.....
* 이 작품을 소개해 논 글 모음을 참조하려면 <http://blog.daum.net/wwg1950/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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