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세상의 모든 비탈 / 황인숙

Bawoo 2015. 3. 30. 11:48

 

 

세상의 모든 비탈
                                                             -황인숙(1959~ )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 밤도 묵묵히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납작한 할머니들.


*KBS 문화스페셜 ‘세상의 모든 라면박스’에서 차용.

황인숙

황인숙 시인
출생:1958년 12월 21일 (만 56세)서울
학력: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
데뷔: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수상:2004 제23회 김수영문학상  외 1건
 
서른 몇 해 전 대한민국이 아름답다고 외치는 노래가 떴다. 군부 독재 시대인데, 그 생뚱맞은 가사라니! 민망해서 혼자 낯을 붉히곤 했다. 그 노래에 희희낙락한 자들은 누구였을까. 그 작태는 엄연한 ‘비탈들’을 애써 가리려는 차폐막이다. 시는 위장과 가면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 현실을 폭로한다. 누에는 다섯 번 잠을 자고 다섯 번 허물을 벗는데, 현실은 탈피나 탈각을 모른다. 지금도 폐지 실은 수레를 끌고 비탈을 힘겹게 오르는 노인들이 많다. 현실이 가파른 비탈이고 삶은 노역(勞役)이라는 증거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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