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중앙시조백일장] 3월 당선작

Bawoo 2015. 3. 30. 20:33

시름마저 꽃이 된 수선집
긍정적 시선·감각 돋보여



이달의 심사평

본격적인 시조 창작의 계절이 시작되었다는 듯 이번 달에는 응모 편수가 평소보다 많았다. 응모 편수가 많으면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새로운 화법, 남다른 상상력, 형식 운영의 신선함 등 뭔가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시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가슴이 설렌다.

 시조는 아무래도 종장의 처리 수준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초장과 중장에서 펼쳐온 시상을 종장에서 나름대로 전환의 미학을 창출해야 맛이 깊어지고 감동의 파장도 커진다. 그런데 많은 작품들은 시조 종장을 자유시처럼 펼쳐 놓아 시조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독자의 눈길도 끌지 못한다.

 3월의 장원은 정옥자의 ‘사랑을 수선하다’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먼지’가 ‘밥’인 수선집의 독특한 분위기와 사랑의 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둘째 수와 셋째 수의 종장이 거느린 질감으로 전체적으로 선명한 그림이 그려지면서 수선의 대상이 왜 사랑인지를 수긍하게 한다. ‘밥’이던 ‘먼지’가 어느새 ‘노래’가 되고 ‘피’가 되며 시름마저도 꽃으로 피어 ‘창 없는 방’에 ‘창이 되’어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과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차상은 김진숙의 ‘양파’에 돌아갔다. 장원 작품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을 정도로 둘째 수의 종장 ‘오히려/ 당신이 왜 울어/ 원망 한마디 못하게’는 잘 뽑아 올린 명구다. 자유자재의 화법으로 술술 읽히는 맛이 일품이다.

 차하 작품은 이수자의 ‘저녁 벌교’다. 벌교의 꼬막이 소재인데, 뻘배에 한 짐 가득 싣고 돌아가는 저녁이면 경계에 나섰던 방게도 안심하고 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종장에서 생의 아릿한 안도감을 맛보게 한다.

 이들 작품 외에도 시조로서 일정 수준에 오른 작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난해의 늪에 빠진 작품들이었다. 자연 감동도 떨어졌다. 다음 달에는 더욱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권갑하·박권숙(대표집필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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