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비탈
-황인숙(1959~ )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 밤도 묵묵히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납작한 할머니들.
*KBS 문화스페셜 ‘세상의 모든 라면박스’에서 차용.
- 출생:1958년 12월 21일 (만 56세), 서울
- 학력: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
- 데뷔: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 수상:2004 제23회 김수영문학상 외 1건
- 서른 몇 해 전 대한민국이 아름답다고 외치는 노래가 떴다. 군부 독재 시대인데, 그 생뚱맞은 가사라니! 민망해서 혼자 낯을 붉히곤 했다. 그 노래에 희희낙락한 자들은 누구였을까. 그 작태는 엄연한 ‘비탈들’을 애써 가리려는 차폐막이다. 시는 위장과 가면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 현실을 폭로한다. 누에는 다섯 번 잠을 자고 다섯 번 허물을 벗는데, 현실은 탈피나 탈각을 모른다. 지금도 폐지 실은 수레를 끌고 비탈을 힘겹게 오르는 노인들이 많다. 현실이 가파른 비탈이고 삶은 노역(勞役)이라는 증거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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