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감상실 ♣/ 영화 이야기

중국영화 1942

Bawoo 2013. 3. 3. 18:56

 

[소감]

일본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중국 하남성(허난성)에서 일어난 대기근과 일본군의 공격을 피해 성민 3천만 명중 천만 명이 인근 섬서성으로 피난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지주였던 주인공과 가족을 중심으로 하여 보여주는 아주 잘 만들어진 -well made 라고들 하죠?^^-영화. 1944년까지 이어진 이 기근 기간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이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에 휘말렸 평범한 중국인들의 비참한 삶을, 지주인 주인공 가족이 피난 과정에 서서히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보여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절절히 가슴 아프게 느끼게 해준다. (부인, 며느리, 손주 다 죽고 딸과 하인 부인은 팔려 가고...)

 

엔딩이 혼자 남은 주인공이 "죽더라도 고향으로 돌아가 죽겠다"며 하남성 쪽으로 다시 돌아가다 고아가 된 여자아이를 데려가는 장면인 데 해설자-작자-가 이 여자아이가 15년 뒤에 낳은 아들이다. 요건 문학적 기교가 들어간 것 같은 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사족*

-중국이란 나라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아서 그런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어떻게 몇백만 명이 예사로 죽나. 참! 구호에 무관심했던  부패한 장개석 국민당 정부놈들과  일본놈들 공격도 한몫 하긴 했겠지만 말이다.

 

영화 장면 중 일본군 지휘관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에서 피난민을 따라 공격하는 것에 대해 힐난하는 장면-요건 일본군 중에도 인도적인 인간이 있는 걸 보여 주기 위한 건지, 대화 상대인 다른 지휘관을 통해 일본군의 잔악함을 보여 주기 위한 건지, 아님 둘 다 보여 주기 위한 건지, 판단은 관객의 몫-이 나오는 데 답변이 "중국놈들인 데"다. 청, 러시아와의 전쟁에 이기면서 당시 일본인들에게 팽배했던 우월감- 아시아인 중 일본인만 우월하다는 생각-을 나타낸 좋은 장면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조센진"이라고 부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놈들 지금이라고 그런 생각 없을까? 하기사 대대로 중국의 조공국가인 우리나라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게 자력이 아닌 일본의 식민지배로 넘어가서인 데 요즘 중국보다 먼저 좀 잘살게 되니까 중국에 가서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있다는 걸 신문에서 보니 상전이 벽해다. ^^

우리가 언제부터 중국에 우월감을 ...ㅎㅎ. 대대로 중국놈들한테 당하고 살아 온 건데.... 앞으로라고 달라지겠나? 일본에 당하고 중국에 치이는 게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의 운명이다. 광개토대왕과 같은 걸출한 지도자들이 대를 이어 나와서 일본, 중국놈들 절절매게 하는 시대는 안 오나? 제길!

암튼 좀 살게 됐다고 중국에 가서 우월감 표시는 좀 오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과거 어느 시절에 그래 본 적이 있던가? 좀 오버스럽긴 해도 당하고만 살았던 조상님들이 대리만족이라도 하시지 않았을까?^^ 

 

  - 이 당시 일본군과  장개석 중국군과의 사이에 벌어진 하남성 내 전투에서 일본군 6만 명한테 중국군  30만 명이 죽었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놈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국력을 키워 중일전쟁 때 단독으로 미, 영, 소, 중과 맞장 떴으니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알고도 남는다. 그래봤자 당시를 살아 전장으로 내몰린 평범한 일본인들의 삶은 고되고 비참했을 뿐이겠지만...(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내가 읽은 책 이야기 중 "동아시아를 만든 열 가지 사건"의 중일전쟁 편을 참고하세요^^). 조금 못 살아도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전쟁 안 겪고 한세상 살다 가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다. 나라가 부강해져 잘살게 되는 대열에 끼어 살다 가면  금상첨화이고....^^  

 

 

- 주인공의  하인었던 남자1이 죽고 혼자 된 부인이 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하인 2-꽤 비중 있게 나옴-에게 하루만 결혼하자고 해 하고 다음날  팔려 가는 데, 졸지에 두 아이를 떠 맡은 하인은-아마도 계속 두 아이를 보며 지냈기 때문에 정도 많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이  섬서성으로 가다가 피난 열차에서 두 아이를 잃고 열차에서 뛰어 내려 두 아이를 찾다가 일본군에게 잡히는 데, 이때 호두로 만든 아이 노리개를 일본군에게 안 뺏기려고 일본군이 주는 빵도 마다하고 노리개를 달라고 하다가 칼에 입이 관통되어 죽는 장면이 나오는 데, 가족애를 보여 주려고 한 것 같지만  좀 과장된 것 같다. 식량 때문에 자식도 파는 상황에서 친자식도 아닌 아이의 노리개 때문에 빵도 마다하다가 칼에 찔려 허무하게 죽는다는 건 좀 비현실적이다. 그래도 마음엔 절절히 와 닿아 가슴이 아프다.

 

-하나 더: 부인,며느리가 먼저 죽고 끝까지 살아남은  갓난 손주가 나중에 주인공의 실수로 질식해 죽는 데 이것도 좀 오버이긴 한데, 조상의 신주를 끝까지 챙기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대를 끊기면 안 된다는 유교적 인습에 젖어 있던 당대의 민중들의 삶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암튼 이성적으론 비현실적이다. 어떻게 제대로 먹지 못해 어른들도 굶어 죽는 상황에서 갓난 아이가 성인들 보다 생명력이 질길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이 영화 잘 만들어졌다.

-원작이 "온고 1942 "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인데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엔 아직 출간되지 않았네요. 잘 만들어진 영화라 흥행에 성공할 것도 같은 데 모르지요. 관객의 마음이니까.^^. 암튼 그 때는 나오겠지요? 소설은 잘 안 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한번 보고 싶습니다. 역사책에 안 나오는 평범한 민중들이 기근에 시달리고, 전쟁에 휘말리고, 그 와중에도 민중을 위해야 할 정부 관리들은 제 배나 불리는 험난한 세상을 힘들게  살아낸 가슴 아픈 이야기니까요. 참고로 온고"는 온고지신 할 때의 그 온고입니다.옛 것을 되돌아본다는 뜻이던가요? 컴에서 한자 표기하는 법을 몰라서리...^^2013. 3. 3 (溫故 ㅎㅎ. 2014. 8. 7)

 

 [허난성 대기근 관련 해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