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피소드- 베토벤 음악에 정통한 어느 시인의 이야기]
이 시를 본 어떤 이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32번 2악장이 연상되더라고 하더군요. 연속되는
피아노 음이 마치 강 위에 빠지는 눈처럼 뛰어드는 느낌이 일어나더라는. 그 소감이 하도 신선해서
2악장을 수없이 들었다오. 한번 들어보세요. 나는 켐프 연주가 좋던데 그 양반은 폴리니
추천하더군요. 켐프는 표정 있고 서정적이고 폴리니는 힘차고...
[ 2악장 따로 들을 수 있는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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