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창
「풍경」
포대기로 아이를 들쳐 멘
젊은 엄마,
버스정류장에서 발뒤꿈치를 든다
한 손에 보따리
한 손에 교통카드 든 지갑 있구나
저물녘의 바람이 차
아가는 엄마 등에 뺨을 붙이고
담배를 문 남자는
저만치 떨어져서 선다
착한 곳으로 가는 버스는
걸음도 느려
추수가 끝난 너른 들판이
어두워지려 한다
시_ 우영창 - 우영창은 1955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1985년 동인지 『판』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구미시 이번도로』 『사실의 실체』 등이 있다.
낭송_ 최광덕 - 배우. '만다라의 노래', '맥베드21' 등에 출연.
배달하며
서울 주변 위성도시의 한 버스정류장, 시간은 사위에 어둠이 내리는 저물녘. 시인은 포대기로 아기를 들쳐 멘 젊은 엄마 모습을 소묘하고 있는데요. 어둡고 쓸쓸하지만, 가느다란 희망이 엿보이죠. “착한 곳으로 가는 버스”라니요! 추수가 끝난 너른 들판이 한사코 어두워지려 하는데, 그걸 뒤에 남기고 버스가 가려는 곳, 이 세상 어딘가에 착한 곳이 있긴 있겠죠? 젊은 엄마와 아이가 부디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닿기를 바랍니다.
문학집배원 장석주
출전_ 『사실의 실체』(세상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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