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먼 불빛」
왜 이토록이나 떠돌고 헛돌았지
남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
저물기 전에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등 떠미는 저 먼지와 바람
차마 못 버려서 지고 있는 이 짐과
허공의 빈 메아리
그래도 지워질 듯 지워지지는 않는
무명(無明) 속 먼 불빛 한 가닥
배달하며
바람과 먼지? 누가 몰랐을까. 오래 전에 다 알고 있었다.
떠돌고 헛돌고 ...이것이 전부라는 것도 다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누가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으랴.
무명(無明)속 먼 불빛 한 가닥처럼 어떤 변화, 새로움이라는 두근거림이 있을 뿐이다.
“너무 늦게 정원들의 정원에 우리는 도달했다...올리브 나무에서 나는 눈(雪) 을 기대하고 싶었으며 편도나무에서 비와 얼음을 기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종려나무가 어찌 네가 벽을 따뜻한 나무에서 끌고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 바하만의 싯귀를 겹치어 떠올려 본다. 12월이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출전_『회화나무 그늘』(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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