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로
「지스락물」
장마 끝나고 뙤약볕 쏟아지누나
똥구멍이 찢어져라 가난한 오막살이라고
피지 말란 법 있댜
돼지울 개구랑창 흰 도라지 분홍 도라지 한창이고
저녁 새때 웬 눔의 초학에 더우까지 잡숫더니
시나브로 까부라지던 성님
썩은새 추녀 끝
장근 보름 고인 지스락물 뚜욱 뚝
맑게 듣네
굼벵이 노래기 냄새에 예미,
한 대접 벌컥벌컥 들이켜곤
씻은 듯
가운데 성님 용두질쳤네
지게작대기 잡은 참 낭구하러 갔네
시·낭송_ 윤한로 - 1956년 충북 영동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현재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교사. 최근 시집 『메추라기 사랑 노래』를 펴냄.
배달하며
‘지스락물’은 낙숫물의 전라도 사투리인데요. 전라도에는 지스락물이 댓돌 뚫는다라는 속담이 있다죠. 여름 더위 먹어 몸이 까부라질 때 이 ‘지스락물’ 한 대접 벌컥 들이키면 없던 힘도 생기나 봅니다. 비위 약한 사람은 엄두도 못 내겠지만, 썩은새 추녀에서 굼벵이 노래기 함께 썩은 물 떨어지는데, 이걸 받아 마시고 “가운데 성님 용두질쳤”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이게 참말인지 아닌지는 ‘지스락물’ 한 대접 마셔봐야 알겠죠?
문학집배원 장석주
출전_ 『메추라기 사랑 노래』(시인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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