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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단편 소설]정지아 작가 의 『목욕 가는 날』

Bawoo 2016. 6. 28. 22:35


정지아 작가 의 『목욕 가는 날』

[듣기:http://asx.kbs.co.kr/player.html?title=라디오드라마&url=rdrama$ra_20110501.wma&type=301&chkdate=20160628143522&kind=radiodrama]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엿보이는 작품.

주인공인 나는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이번 주가 어머니 목욕탕에 모시고 가는 주인데 시댁에 볼 일이 있어서 모시고 못 가니 내려와 대신 가 달라고. 나는 출근해야 된다고 사정을 이야기해보지만 결국 내려간다. 쉽사리 내려가는 설정이면 작품이 밋밋해져 갈등 국면을 집어넣은 것으로 읽힌다. 시골집에 내려간 나를 어머니는 맨발로 나와 반기고. 이때부터 세모녀-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약해진 노모를 두고 있는 자식-특히 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드리는 장면까지 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코긋이 찡해지게 만들면서...]

[사족- 정지아 작가의 어머니가 빨치산 출신이라고 하는데 작품 내용에 그런 이야기는 없지만 작중 어머니가 작가의 어머니임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 생생하게 글을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진행자와의 데담에서 자기 모친도 작중 어머니와 나이가 비슷함을 비추고] 


[참고 자료]

정지아,「목욕 가는 날」중에서

작가_ 정지아 - 1965년 태어나 1990년 자전소설『빨치산의 딸』을 출간하고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행복』『봄빛』『숲의 대화』

낭독_ 성경선 - 배우. '한여름밤의 꿈', '가내노동' 등에 출연.
천정하 - 배우. '청춘예찬', '남도1' 등에 출연.


* 배달하며

정지아는 인물의 삼각구도를 잘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품도 그렇지만 「봄날 오후, 과부 셋」이라든가 「혜화동 로타리」같은 소설은 인물 셋이 나와서 말발을 세우고 인생을 견주고 잇기도 합니다. 현대소설은 둘 사이에 하나 뛰어들어 파탄 내기를 즐겨하는 못된 버릇이 있는데 정지아 소설에서는 딴판입니다. 서로 다른 삶들이 조화롭게 만나는 진경이 펼쳐지지요. '이것이 인생이다'는 감상이 절로 솟죠. 그리고 대중목욕탕에서 때 미는 세 여자의 수다가 맛깔나서 이 소설을 더 아끼게 됩니다. 러시아 소설에서 화자들이 보드카 한 잔 놓고 쉴 새 없이 떠드는데, 어떤 화자는 몇 페이지에 걸쳐 침을 튀기잖아요. 인물에게 그렇게 말을 맘껏 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문화적 토양이 참 부러웠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니 우리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는 공중목욕탕이 있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탕에 앉은 사내들이 대여섯 쪽에 걸쳐 성생활 걱정, 정치 걱정, 우주 걱정까지 맘껏 지껄여대는 소설을 써보고 싶군요.

문학집배원 전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