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 시를 쓴 사람을 좀 소개하고 싶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는 학교 선생님이고, 한 여인의 남편이고, 시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다면 한참 부족하다. 그의 소개에는, 나름대로 유명한 그의 어머니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이 시인은 한 어머니의 아들이다. 아들보다 더 시적이며 아들보다 더 위트 있으며 아들보다 더 심오한 세계관을 가지신, 한 어머니의 아들이다.
어머니의 삶과 말씀은 아들에게 창작의 보물창고가 되어 주었다. 하시는 말씀마다 어찌나 주옥같은지, 시가 되지 못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이 시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어느 날, 어머니는 병원으로 가시면서 아들에게 말한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인다고 말이다. 자주 앉아야겠고 힘드니까 자동적으로 의자를 찾게 되었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자를 찾아보니까, 내가 앉을 그 의자만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 의자에 앉아 있는 이치가 보였다. 꽃도 열매도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고, 사람의 인생이란 좋은 의자를 만들고 좋은 의가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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