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백교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김관식 조선의
■대상
어머니의 키질 / 김관식
어머니께서는 노을이 질 무렵
부엌 앞에 키를 들고 나와
쭉정이와 알곡이 섞여있는
곡식들을 키질하셨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지난날
가슴앓이 같은 붉은 노을에
가족들의 한 끼 알곡을 받쳐들고
헐떡거리며 살아온 생애처럼
까닥까닥 키질해대면
제 잘났다고
까불대는 쭉정이들
길길이 날뛰며
키 밖으로 달아났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라의 알곡들이
제 모습을 찾아
어머니의 가슴으로 다가와서
숨을 죽였다
끝까지 남은 것은 알곡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딱딱한 상처의 응어리로 남은
작은 돌멩이까지 섞여 있었다
눈물을 먹고 살아온 세월
알곡과 함께 섞여 살아온
암 조각처럼 단단한 돌 부스러기들도
말없이
어머니께서는 바가지에 함께 담으셨다
돌은 키질로 걸러낼 수 없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먹고 살아온 돌 조각들을
키질 대신
물에 담가 조리질로 길러내시곤 하셨다
■우수상
주름의 변곡점 / 조선의
어머니의 흑백사진을 자세히 바라본
그날 밤은 풀벌레 소리도 고요했다
허기처럼 번득이는 고샅길 밭고랑 사이로 어둠이 사무쳤다
주름은 흐르는 세월을 가둬놓은
불면의 늪
뜨는 해를 잡아당겨 마름질할 법도 한데
살아온 날의 기억을 붙잡아두기 위해
비어 있는 관절 안으로 바람을 꺾어 넣었다
헛기침 소리로 가라앉히는
궁색한 감정은, 다만
주먹밥 한 덩어리의 눈물
이정표 없는 길에서도
대(代)를 이어 꽃을 피웠다
그 곱던 얼굴에
문득 날아든 검버섯이 하나둘 싹을 틔우는 밤
불안한 잠이 뒤척이고
나는 무화과 속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눈대중으로 시침질해도 어긋나지 않았던
어머니의 깃털 같은 삶의 무게가
사막의 블랙홀 되어 남는다
주름의 숨구멍 같은
어머니의 독방(獨房)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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