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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삿포로의 여인:이순원

Bawoo 2016. 11. 30. 20:45

삿포로의 여인

[6.25전쟁 이후 출생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도서관의 우리 문학 코너를 찿았을 때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워낙 많은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단편 선집을 택해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느낀 게 이순원 작가였다. 4편 정도로 기억이 나는데 '말을 찾아서'는 책으로, '스물셋 마흔 여섯''수색 그 물빛을 찾아서''망배'는 라디오 독서실을 통헤 듣기를 했다.
말을 찾아서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였는데- 사실 작품들을 읽거나 듣다보면 글쓰기 실력의 탁월함에 불고하고 소재가 마음에 안 들어 읽기나 듣기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이 장편을 보게 되었다. 장편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작가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 궁금하여 빌려왔다. 조금 읽다가 수 틀리면 책장을 덮을 생각을 미리 하고서. 그런데 몇 시간을 들여 당일로 다 읽었다. 작품 내용이 좋다는 표현보다는 흡인력이 있어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은 있음직한 사랑 이야기인데 읽는 처음에는 그런 내용으로 감이 안 잡히다가 나중에서야  잔잔한 감동이 온,  그런 느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출판사 글로 대신.ㅠㅠ]


[출판사 소개 글]


대관령과 삿포로에 외롭게 흩날리던 첫눈 같은 고백

겨울눈처럼 운명적이고, 봄눈처럼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순원 장편소설 『삿포로의 연인』. 2015년 봄부터 1년간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원도의 자연을 닮은 담백하고 순수한 문체로 빚어내는 이순원 작가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대관령과 삿포로에 흩날리는 새하얀 눈발에 실어, 봄눈 같은 사랑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운명적’이면서도 ‘순간에 사라져버려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신문기자 박주호가 중학교 시절 처음 시라키 레이와 연희를 만났던 날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횡계 버스정류소에서 술을 마시고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던 유강표와 이국적인 얼굴의 일본여자 시라키 레이와 손목에 풍선 하나를 매달고 “아빠…” 하고 유강표를 부르던 연희를 보았던 날이다. 박주호에게 21년 전 대관령 시절을 떠오르게 한 것은 연희의 오빠 유명한의 갑작스런 연락 때문이었다. 그는 유명한을 만나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의 연애, 비운의 국가대표 스키선수 유강표, 그리고 오수도리 산장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데...





저자 이순원

저서(총 53권)
이순원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




일본여자 시라키 레이의 딸
제가 시라키 레이의 아들입니다
순정한 시간
그 아이 연희
비운의 국가대표 선수
오수도리 산장의 남자
주호와 연희의 <마음산책>
연어와 마가목
그해 크리스마스 선물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의 화려한 연애시절
주호가 몰랐던 연희
낯선 곳에서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작가의 말


6년 만에 돌아온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
대관령과 삿포로에 외롭게 흩날리는
겨울눈처럼 운명적이고, 봄눈처럼 애틋한 사랑 이야기


고백한 적은 없지만, 선생을 이룬 것 중에 내가 은밀하게 샘내는 것이 있다.
선생의 대관령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게 있다고 해도 선생처럼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 황정은(소설가)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이 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삿포로의 여인』을 출간했다. 소설의 무대는 다시 대관령이다. 강원도의 자연을 닮은 담백하고 순수한 문체로 빚어내는 이순원 작가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대관령과 삿포로에 흩날리는 새하얀 눈발에 실어, 봄눈 같은 사랑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2015년 봄부터 1년간 계간 《문예중앙》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삿포로에서 태어나 대관령에 와서 살았던 한 여자와 대관령에서 태어나 삿포로로 결국 떠나가버린 여자의 딸, 그리고 그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순원은 이 작품을 통해 ‘운명적’이면서도 ‘순간에 사라져버려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자 했다. 눈의 고장 대관령과 삿포로에 내리는, 겨울눈처럼 운명적이고 봄눈처럼 미처 눈을 돌릴 사이 없이 녹아버려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은 은근하고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나무가 새하얀 꽃을 피울 때쯤 한 번 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 대관령과 삿포로에 외롭게 흩날리던 첫눈 같은 고백


이 소설은 신문기자 박주호가 중학교 시절 처음 시라키 레이와 연희를 만났던 날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횡계 버스정류소에서 술을 마시고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던 유강표와 이국적인 얼굴의 일본여자 시라키 레이와 손목에 풍선 하나를 매달고 “아빠…” 하고 유강표를 부르던 연희를 보았던 날이다.
박주호에게 21년 전 대관령 시절을 떠오르게 한 것은 연희의 오빠 유명한의 갑작스런 연락 때문이었다. 그는 유명한을 만나 유강표와 시라키 레이의 연애, 비운의 국가대표 스키선수 유강표, 그리고 오수도리 산장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유강표는 1971년 삿포로 프레 동계올림픽에 스키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지만, 고태복, 어재식이란 동료 선수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선수 생명을 마감한다. 그 후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술에 절어 살던 유강표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시라키 레이는 딸 연희를 할머니의 손에 맡기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박주호의 대관령 시절 기억의 중심에는 연희가 있다. 이모부가 운영하는 구판장 옆 ‘미라노패션’이란 옷가게에서 일하던 연희를 만난 것은 군대를 막 제대한 후였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관령에 머물렀던 2년간의 시간. 그동안 박주호는 길 아저씨, 제일의원 최 간호사, 미옥이, 용래… 그리고 연희와 함께 대관령에 내리는 눈처럼 하나둘 추억을 쌓아간다. 그 시간의 끝자락 연희와 헤어지던 날, 연희와 나눴던 마지막의 포옹의 순간을 떠올리며 박주호는 ‘사랑’이란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삿포로에서 날아온 연희의 편지는, 대관령과 삿포로에 외롭게 흩날리는 첫눈 같은 고백처럼 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전한다. “이 나무가 새하얀 꽃을 피울 때쯤 당신을 한 번 더 만날 수 있을까요?”

눈이 내리면 오빠는 어떤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나는 첫눈이든 한겨울 눈이든 봄눈이든 내 기억 속 대관령의 어떤 눈이 떠올라요. 그 눈은 내 나이 열일곱 살 봄에 내렸어요. (…) 그때 눈 속에서 오빠가 오토바이를 타고 하늘목장으로 왔어요. 큰 이불 보통이 같은 걸 가져왔는데, 미옥이와 내가 쓸 털모자와 파카 두 벌과 스키장갑 두 켤레와 그리고 구판장에서 미옥이반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흰 장갑 한 보퉁이를 가져왔어요. 정말 그건 어떻게 알고 가져왔는지, 다들 고마워했어요. 눈 속에 아이들 모두 손을 시려 했거든요. 그땐 오빠가 흰 눈 속에 오토바이가 아닌 백마를 타고 나타난 왕자였어요.
― 본문 중에서

그 누구도 다다를 수 없는, 이순원의 ‘대관령’

황정은 작가는 이 소설의 추천사에서 “고백한 적은 없지만, 선생을 이룬 것 중에 내가 은밀하게 샘내는 것이 있다. 선생은 대관령이다.”라고 밝혔다. 이순원 작가, 그만큼 대관령에 대한 애정을, 대관령의 자연을 닮은 문체를 가진 작가가 또 있을까. 그는 195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수상했고, 「은비령」,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는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19세』,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은비령」(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한무숙문학상),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의 작품은 그 무대가 바로 강원도이고,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쓴 『19세』에서도 대관령을 무대로 하여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거둔 바 있다. 그리고 6년 만에 발표한 소설의 무대 역시 대관령이다. 이제 이순원의 대관령은, 그의 문학적 토대일 뿐 아니라 어쩌면 그가 새로이 창조해놓은, 그 누구도 쉽게 다다를 수 없는, 하늘 아래 없는 그만의 유토피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