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日
- 백대붕(白大鵬)
秋天生薄陰(추천생박음) : 가을 하늘엔 낮은 구름
華嶽影沈沈(화악영침침) : 화악산엔 뉘엿뉘엿 해 그림자
叢菊他鄕淚(총국타향루) : 한 떨기 국화꽃은 타향살이 내 눈물이요
孤燈此夜心(고등차야심) : 외로운 등불은 이 밤의 마음이라.
流螢隱亂草(류형은란초) : 반딧불이 풀 속에 어지러이 숨고
疎雨落長林(소우락장림) : 성긴 빗방울 숲에 떨어진다
懷侶不能寐(회려불능매) : 벗 그리워 잠 못 이루고 있는데
隔窓啼怪禽(격창제괴금) : 창 밖에선 이름 모를 산새가 우는구나.
沈沈:1.사물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빛이 매우 약하고 어둡다 2.스며 젖어서 차차 번져 들어감
[서예 습작]
백대붕(白大鵬) 임천(林川) ?∼1592(선조 25) 만리(萬里) ?∼1592(선조 25). 조선 중기의 위항시인(委巷詩人). 본관은 임천. 자는 만리(萬里). 천인의 신분으로 시를 잘 지어 이름을 날렸다.
[생애와 활동사항]
언제 출생하였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유희경(劉希慶)·정치(鄭致)와 함께 노닐었다는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을 보거나 허봉(許篈)·심희수(沈希洙) 등과 더불어 터놓고 사귀었다는 『학산초담(鶴山樵談)』의 기록을 참조한다면 아마도 1550년(명종 5) 전후에 태어났던 것 같다.
자신의 시에서 군함과 수운을 맡고 있는 전함사(典艦司)의 노예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있으나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허균(許筠)은 그가 궁궐의 열쇠와 왕명의 전달을 책임을 맡은 액정서(掖庭署)의 사약(司鑰)이 되었다고 기록하였는데, 잡직이기는 하지만 정6품의 자리였다.
그가 어떠한 경로로 그 지위까지 올랐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시를 본뜨는 시체(詩體)를 사약체(司鑰體)라 이름하였다. 대체로 만당(晩唐)의 풍을 본떠 위약(萎弱)한 시를 지었다고 일컬어졌다.
1590년(선조 23)에 통신사 허성(許筬)을 따라 일본에 갔으며, 이 때문에 일본을 잘 안다고 해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순변사 이일(李鎰)을 따라 상주에서 싸우다가 죽었다.
같은 천인으로 시를 잘 지은 유희경과 함께 유(劉)·백(白)으로 일컬어졌다. 같은 처지의 위항인끼리 모여 시를 짓는 모임인 풍월향도(風月香徒)를 주도하였다.
그의 시는 「취음(醉吟)」·「추일(秋日)」 두 편밖에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인 시세계는 알 수 없으나, 세상에 만족하지 못한 원통한 심사와 울적한 기운[불평원울지기(不平寃鬱之氣)]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문헌
- 『국조인물지(國朝人物志)』
- 『학산초담(鶴山樵談)』
-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 『일사유사(逸士遺事)』
- 『희조질사(熙朝軼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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