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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쓴 6·25 전쟁 이야기]한국전쟁

Bawoo 2017. 3. 15. 21:04

[1950년 6.25일부터 53년 7얼 27일까지 약 3년간에 걸쳐 벌어진 한국전쟁에 관하여 적국이었던 중국의 입장에서 쓰여진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 우리 입장에서 쓴 책은 꽤 많지만 적국의 입장에서 쓴 책은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여 파죽지세로 압록강까지 밀고 간 유엔군이 중국 공산군이 참전하면서 형편없이 무너진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공산 중국군이 참전한 이유에 대하여 순망치한의 논리로 봐야하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지만 임진왜란 당시에도 참전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적대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자기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며 행사되는 것에 대하여

     

    

    




     






중국인이 쓴 6·25…“통조림 깡통마저 던지며 싸웠다”


중대 기관총수 량런장은 굶주린 나머지 돌멩이를 입에 넣고 갉아 먹었다”

한국전쟁 / 왕수쩡 지음, 나진희·황선영 옮김 / 글항아리

# 한국전쟁이 끝난 뒤 나온 모든 전쟁 사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1950년 11월 25일 미 2사단 베이커 중대의 219고지 전투다. 인천상륙작전과는 별개로 북진을 계속하던 베이커 중대는 최전선에서 중국군과 맞서 싸웠다. 평안북도 청천강 219고지에 도착한 부대는 중국군과 혈전을 벌였다. 베이커 중대의 박격포 소대는 중국군에게 양측 모두 포위를 당했다.

양측 모두 바위산의 움푹 파인 지대를 엄호에 이용할 수 있어 총탄이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219고지전은 곧 수류탄전으로 탈바꿈했다. 미군은 중국군이 나팔 소리가 두 번 울리면 돌진하고 한 번 울리면 수류탄을 투척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해 17세밖에 되지 않았던 크로퍼드 하사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수류탄이 비처럼 주위에 쏟아졌다. 터지기 전에 내가 차낸 수류탄만 40여 발이나 됐다.” 베이커 중대 부중대장 엘리스 윈 중위는 혼란스러운 교전 속에서 돌덩어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탄약은 이미 소진됐다. 주위의 돌덩어리마저 없어지자 그는 참호 안에서 통조림 식품을 던지기 시작했다.



# 1950년 11월 6일. 국군 7사단이 미군과 협력해 중국군이 차지하고 있던 비호산 진지를 공격했다. 중국군은 대공 방어무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미군 비행기는 미친 듯 기총소사를 퍼부을 수 있었다. 중국군이 비호산에서 저지전을 펼치는 동안 가장 곤란했던 것은 역시 먹는 문제였다. 5중대 기관총수인 량런장은 굶주린 나머지 돌멩이 하나를 입에 넣고 갉아 먹었다.

이 책에 나온 두 전황만 봐도 국군, 미군과 중국군 모두 참혹한 전투를 벌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종군기자가 마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전쟁이 50년이나 지난 뒤 생존자를 취재하고 해제된 기밀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이 책을 썼다.

4년이라는 시간을 들였고, 현장의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려 내고 있다. 전쟁의 경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반도에 진입했던 중국군 소속 15개 군이 전후에 정리한 전쟁사, 전쟁 종식 뒤 귀국한 참전 장병이 쓴 수많은 회고록, 전쟁 당시 한반도 전장에 있던 중국군 지휘부와 베이징(北京)의 핵심 지휘자들 간에 교환한 모든 문서와 전보를 열람했다.  

가감없는 필치로 한국전쟁의 결정적인 장면을 소개하는 솜씨에 숨이 막혔다. 6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지만 입체적이면서도 물샐틈없는 글의 전개가 돋보인다. 중국 최고의 전쟁 논픽션 작가다웠다. 적군이었던 중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전쟁이지만 한국전쟁 관련 수많은 전쟁사 서적, 회고록, 문서와 전보, 인물 직접 취재 등을 통해 생생한 현장 상황을 중계한다.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莫言)은 “이 책은 중국 역사 논픽션의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만들어 냈다”고 칭찬했다. 저자는 “나는 군사학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내 글은 사람과 사람의 운명에 천착하고 있다”고 썼다. 그 글은 심금을 울린다. 저자 후기에 보면 중국 선양(審陽)의 한 퇴직자는 이 책을 살 돈이 없어 신문에 연재된 부분을 일일이 오려 붙여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책은 각기 다른 신분의 참전자들이 구성한 다원화된 역사적 기억을 중심으로, 전쟁의 원인과 결과보다는 다채로운 인물 심리 묘사와 중요 전투 및 전술이 갖는 의미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왕수쩡(王樹增)이 중국 쪽 전쟁 논픽션 작가라면, 미국 쪽에서는 기자 데이비드 할버스탬(전 뉴욕타임스 베트남 주재 특파원)이 있다. 그가 쓴 ‘가장 추운 겨울’ 역시 방대한 자료 조사와 100차례가 넘는 인터뷰를 통해 참호전의 밀고 밀리는 전황까지 재현했다. 종전 60주년을 맞는 올해 두 책을 비교해서 읽어봄 직하다. 

두 책 모두 한국전 당시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확전의 계기가 됐던 마오쩌둥(毛澤東), 더글러스 맥아더 등의 기싸움과 갈등 상황 등을 심도있게 파헤치며 전쟁의 궁극적 피해자는 언제나 일반 국민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왕수쩡의 ‘한국전쟁’은 맥아더와 트루먼의 신경전, 마오쩌둥·김일성·펑더화이(彭德懷)의 각기 다른 속내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등 한국전쟁에 참여한 핵심 인물과 관계도를 두텁게 그려 내고 있다.  

중국군 사이에서 유행하던 말까지 뽑아낼 정도로 한국전쟁 상황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전선에 있는 중국군 사이에서는 ‘치약한통주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당시만 해도 치약은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병사들 중에서 사용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 문명화된 물건은 간부가 썼다. 그것도 연대상의 간부라야 가능했다. ‘치약한통주의’의 뜻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중 한 가지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예측하거나 기대하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뜻은 한반도 국토가 좁고 길어서 치약처럼 생긴 것과 관련이 있다.”(663∼664쪽)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지만 한국전쟁 당시 정보력은 약하기 짝이 없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전쟁터에 버려진 상대편의 서적 등을 통해 상대편의 모습과 심리 상태를 상상해 보는 일이다. 가령 미 제24사단은 전쟁 당시 어떤 중국군 부대가 펴낸 ‘운산전투경험 총정리’라는 책을 손에 넣었다. 책 앞부분에는 미군의 박격포와 전차, 포병 병력과 공중지원의 배합능력 그리고 보병 화력의 속사 기술에 대해 부러워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미군 병사들의 전투능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시하듯이 묘사했다. 미군이 이 책을 보고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 해병사단 병사들은 소련군 해병 대위가 저자였던 ‘피비린내 나는 역정’이라는 책을 돌려 읽으면서 야만적이고 무지막지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그린 것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줄곧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 불렀다. 말 그대로 적군을 향한 대항적 성격으로 한국전쟁을 규정함으로써 이념적·사상적 갈등을 인정하고 하나의 관점으로 유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좀 더 열린 시각에서 전쟁을 조망하려 했다.  

한국전쟁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