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역사, 정치

[우리역사-일제 강점기]봉인된 역사[대장촌의 일본인 지주와 조선 농민]/윤춘호

Bawoo 2017. 10. 29. 21:33

봉인된 역사 


[책소개]

책의 배경은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익산시 춘포면의 작은 마을 춘포리다.

책에서 춘포리는 ‘대장촌(大場村)’으로 불리운다.

 

행정지명에서는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이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 ‘대장촌’을 꺼내든 것이다.

‘대장촌’은 큰 농장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인데,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들이 이 마을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장촌이라는 마을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그리 자랑스러운 역사는 아닐 듯 싶다.

일본인들의 주도로 농장이 세워지고, 철도를 놓았으며, 학교를 열었고, 전기와 상하수도를 들여왔다.

 

뱀처럼 구부러진 만경강을 직강화한 것도, 초대형 제방을 완공해 홍수문제를 해결한 것도 일본인이었다.

그러나 패전과 함께 이 동네를 떠난 일본인 지주들의 이야기는 서둘러 봉인됐다.

그들이 살던 집과 거대한 도정공장, 그들이 세운 철로와 도로는 지금도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윤 기자는 “대장촌이라는 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슨 일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거기에 산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밝혀 보고 싶었다”면서 “이 책을 통해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의 대장촌이라는 역사적 실체를 되살리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민족에 상관 없이 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을 현재로 불러내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들 행적을 기록하고 싶었다”면서 “이제는 백골도 진토되었을 그 동네 사람들의 역사적인 실존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cafe.daum.net/seouljeonbuk/OtXN/190에서 발췌]

 

-----------------------------------------------------------------------------------------------------------


대장촌, 그 역사의 봉인을 해제하다
이 동네의 역사에서 일본인 지주들의 몫은 크다. 일본인들이 차지한 역할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이었다고 해서 이 동네의 역사를 봉인하고 묻어 버릴 수는 없다. 자랑스러운 역사만이 기록될 가치가 있고, 공동체의 역사는 늘 자랑스럽거나 적어도 자랑스럽게 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한 시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로막는 일이다. 역사 왜곡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서문 중에서).


저자 윤춘호

저서(총 1권)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고, 1991년부터 SBS 기자로 일하고 있다. 국제부장, 시민사회부장, 2017년 대통령 선거방송 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慶應義塾大學校) 방문연구원으로 1년, 도쿄특파원으로 3년 동안 활동하며 일본 사회를 경험했다. 한국 정치,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다.


[목차]

서문

제1장 동학과 함께 역사의 전면으로
부여 선비 이복영 “여기가 대장촌이냐?” / 녹두장군 명령, 군량미를 대장촌으로 옮기라 /
교주의 밀명, “음력 11월 1일, 삼례로 모이라” / 민영익과 왕실의 땅, 대장촌 /
전라감사 이경직의 침묵 / 동학 지도부의 철수 / 민이 뭉치면 관이 흔들린다

제2장 안 팔아도 뺏길 것이다
호소카와 후작, “대장촌에 농장을 세워라” / 조선으로 가라! 조선의 땅을 사라! /
구마모토의 식민지, 대장촌 / 조선 농민들의 토지 투매 / 강탈인가? 매입인가? /
대장촌의 권력 교체, 민영익에서 호소카와로

제3장 대장촌과 3·1운동
이리 4·4시위 / 총리의 훈령, 엄중한 조치로 재발을 방지하라 / 뼛속까지 친일파, 자성회 /
잇따르는 시위, 대장촌의 침묵 / 삼례 만세시위

제4장 일제와의 전쟁, 물과의 전쟁
“비상! 농민 5,000명이 전주로 몰려오고 있다” / “물난리는 일본 지주들의 욕심 때문이여” /
무기력한 회군? 강제해산? / 만경강 갑문을 파괴하라 / 만경강 제방을 파괴하자!
그들만을 위한 대간선 수로 / 일본의 쌀 폭동 / 고립된 섬 같은 존재, 일본인 지주들

제5장 모리와키 기요시의 귀향
가난한 일본 농업이민자의 아들 / 일본인의 모범마을, 대장촌 / 한 마을에 두 학교 /
흙수저 일본인 2세, 장교가 되다 / 이노우에 히로시, “제 고향은 대장촌인디요” /
금수저의 조건, 일본인일 것 / 경려대회 1등 황봉생

제6장 만경강 개수공사?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공사
대장촌 지주들의 총독부 방문 / 도쿄를 뒤흔든 공포의 5분 / 사흘간의 잔치… 얼마나 좋았으면 /
강줄기가 바뀌고 지도가 달라졌다 / 제국의 엘리트를 투입하라 /
눈물로 채운 강, 피땀으로 세운 둑 / 일본인들을 위한 일본인들의 공사

제7장 노문재와 나가하라, 18년 협력과 경쟁
면장님, 면장님, 우리 면장님! / 대장촌의 천황, 나가하라 구니히코 /
실세 농장장에 가려진 면장의 이름 / 이마무라 이치지로-대장촌의 40년 터줏대감 /
잊혀진 일본인 지주들

제8장 기차가 서지 않는 동네
대장촌의 심장-호소카와 도정공장 / 춘포역-歷史를 기억하는 驛舍 / 대장역에서 춘포역으로 /
에토 가옥-탐욕의 바벨탑 / 포획된 사슴들의 피난처-대장교회 /
일제와 서양 선교사들의 기묘한 동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는 원래 전북 익산군 춘포면 대장촌리였지만, 대장촌(大場村)이라는 지명이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1996년 춘포리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이 동네는 아직도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대장촌이라고 불린다. ‘큰 농장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대장촌은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인 지주들이 이 마을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대장촌의 영역은 전라선 철도와 만경강 사이에 있는 춘포면 남측 지역을 말한다.
일제의 조선 침탈이 시작된 을사조약 체결을 전후로 일본인 지주들이 경쟁적으로 대장촌 일대의 땅을 사들이면서, 그들은 제국주의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배로 대장촌에서 밀려날 때까지 이 동네의 완벽한 지배자로 군림하였다. 대장촌 일대 토지의 80%가 일본인 지주들의 소유였고, 대장촌 농민들 가운데 이들의 소작인이 아닌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처럼 조선인과 일본인이 이웃사촌이지만 적대적 공존관계로 살았던 이 작은 농촌마을은 저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우리가 배우고 기억해야 될 것은 저항하고 투쟁했던 역사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수치스럽고 굴욕에 찬 역사는 봉인해서 언제까지 묻어 두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저자는 첫머리를 시작한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현재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고 선택받지 못한 역사는 묻혀 버렸다. 즉 투쟁과 저항의 기억만이 남고 다른 기억들은 봉인되어 묻혀 버린 것이다. 그 시대가 총체적으로 기록되지 못하고 선택받은 사실만으로 재구성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우리가 아무리 외우고 배워도 그 시대는 손으로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숨겨진 역사적 실체를 현재로 불러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장촌이라는 마을의 역사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그리 자랑스러운 역사는 아니다. 일본인들의 주도로 농장이 세워졌고, 일본인들이 철도를 놓았으며, 학교를 열었고, 전기와 상수도를 들여왔다. 뱀처럼 구부러진 만경강을 직강화한 것도, 15년에 걸친 대역사를 통해 초대형 제방을 완공해서 이 마을의 영원한 숙제였던 홍수문제를 해결한 것도 일본인이었다. 그러나 이후 패전과 함께 이 동네를 떠난 일본인 지주들의 이야기는 서둘러 봉인되었다. 그들이 살던 집, 운영하던 거대한 도정공장, 그들이 세운 철도 역사와 도로는 지금도 남아 있지만 일본인 지주들의 존재 자체는 지워졌다. 그들의 행적이 철저히 봉인되면서, 그들의 맞은편에 서 있었던 조선인 소작인의 이야기도 함께 봉인되어 묻혀 버렸다.


“대장촌이라는 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슨 일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거기에 산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밝혀 보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의 대장촌이라는 역사적 실체를 되살리고 싶었다. 민족에 상관없이 그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을 현재로 불러내고 싶었다. 가능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백골도 진토되었을 그 동네 사람들의 역사적인 실존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라고 저자는 저작의 소회를 밝힌다.
부끄럽고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일지라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기억하여 되살려 냄으로써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계속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이 그 발걸음의 시작이 되어 줄 것이다.[다음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