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sorgsky
"Night on Bald Mountain"
<전람회의 그림〉과 함께 무소륵스키의 대표적인 기악곡인 〈민둥산의 하룻밤〉은 무소륵스키 특유의 대담한 표현과 자유로운 독창성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원제는 〈민둥산의 성 요한제의 밤〉으로, 성 요한제 전야에 벌어진다는 마녀들의 연회를 묘사한 ‘음악적 회화’ 작품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사드코〉와 함께 러시아 최초의 교향시 중 하나로, 러시아 특유의 스케일과 박력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걸작이다.
비운의 걸작
〈민둥산의 하룻밤〉은 무소륵스키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친 비운의 걸작이기도 하다. 처음 무소륵스키는 고골리(Nikolaj Vasil'evich Gogol, 1809~1852)의 희곡 《성 요한제 전야》를 바탕으로 오페라를 구상하고 1867년 〈민둥산의 하룻밤〉을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에 매우 자부심을 가졌기에 발라키레프(Milii Alekseevich Balakirev, 1837~1910)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그러나 발라키레프는 이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연주를 거절했고, 결국 무소륵스키가 구상했던 오페라도 완성되지 못했다. 4년이 지난 1871년, 러시아 5인조각주1) 의 구성원들은 합작 오페라 〈믈라다〉를 기획하였고, 무소륵스키는 이 오페라에 〈민둥산의 하룻밤〉을 편곡하여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합작 오페라의 기획이 무산되면서 이 작품은 다시 묻혀버리게 되었다.
그는 다시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을 작곡하면서 술 취한 청년이 꿈속에서 본 악마의 향연을 묘사하는 장면을 위해 이 곡을 “젊은이의 꿈”이라는 합창 관현악 작품으로 편곡하였다. 그러나 결국 〈민둥산의 하룻밤〉은 그 어떤 형태로도 무소륵스키 생전에 연주되지 못했다. 이 작품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은 그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1886년이 되어서였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이 작품을 편곡하여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고,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초연된 후부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 버전은 인기 있는 관현악 레퍼토리로 사랑받아왔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니만큼, 〈민둥산의 하룻밤〉은 무소륵스키가 쓴 세 가지 판본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 그리고 1940년 월트디즈니의 《판타지아》에 수록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의 편곡 등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이 중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이 가장 자주 연주되어 왔다. 무소륵스키의 원곡은 1968년에야 출판되었으며, 원곡이 가진 매력이 재발견되어 점차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대담한 표현으로 그려지는 악마의 연회
러시아 남부 키예프의 트라고라프 산에서는 성 요한제 전야에 마녀들의 연회가 벌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무소륵스키는 악마를 위해 마녀들이 벌이는 그로테스크한 연회를 대담하고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소륵스키의 원곡판은 “마녀의 집회, 사탄의 행렬, 사탄의 저주스러운 찬사, 악마의 연회”라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후 오페라 〈소로친스크의 시장〉에 삽입된 “젊은이의 꿈”에서는 평화로운 결말을 덧붙였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은 이 결말을 채택하고 있다.
무소륵스키는 마녀들의 연회를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타악기를 확대하고 현악기와 관악기를 대비시키거나 여러 개의 음향 층으로 분리하여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 역시 이러한 기법을 따르고 있지만, 거칠고 대담한 무소륵스키의 원곡이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마녀들의 연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작품 구성
바이올린이 음산한 선율을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되면 목관이 소용돌이치는 듯 기괴한 음형을 제시한다. 마녀들과 지옥의 정령들의 출현을 묘사하듯 불길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된다. 뒤이어 트롬본이 강하고 격렬한 선율로 목관 선율을 압도한다. 시끌벅적한 소동이 더욱 고조되면서 현성부와 목관성부가 서로 대비되면서 광란의 장면을 연출한다. 혼란의 도가니에서 격렬한 화음의 연타가 극적으로 제시되면서 소동이 가라앉는다.
순간적인 정적 후에 클라리넷과 바순이 그로테스크한 선율을 제시하고, 이 선율이 크레셴도로 반복되면서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절정에서 트럼펫과 호른이 기괴하면서도 힘찬 선율을 연주하며 사탄의 등장을 묘사한다. 음악은 더욱 흥분의 도가니로 치달으면서 광기 넘치는 악마의 향연을 연출한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팡파르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현이 반음계로 하행하면서 고요히 종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이 밝아오고 지옥으로 돌아가는 정령들을 배웅하듯 현성부가 우수어린 선율을 연주한다. 뒤이어 클라리넷이 경쾌한 선율을 연주하고 플루트가 이를 반복하면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함께 목관이 조용히 화음을 연주하면서 광란의 축제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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