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漢詩) 마당 ♣/- 우리 漢詩

寓興 - 崔致遠

Bawoo 2018. 1. 9. 21:34



寓興

                                         - 崔致遠


願言扃利門(원언경이문) 원하건데 이욕의 문에 빗장을 걸어

不使捐遺體(불사연유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 망가지지 말기를

爭柰探珠者(쟁내탐주자) 어찌하여 구슬 찾는 사람들은

輕生入海底(경생입해저) 목숨 가벼이 여기고 바다 밑에 들어가는가

身榮塵易染(신영진이염) 한 몸의 영화 속세에 물들기 쉽고

心垢水難洗(심구수난세) 마음의 때는 물로도 씻기 어려워라

澹泊與誰論(담박여수론) 마음 담백함을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할까나

世路嗜甘醴(세로기감례) 세상살이 비단길로만 가려고들 하니


우흥 []시에서의 영감 또는 감흥

世路 [shìlù] ① 세상을 살아 나가는 길 ② 벼슬길 ③ 세상 경험 ④ 처세의 길

감례 []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주-D001] 珠 : 
대본에는 ‘利’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아 《동문선(東文選)》 권4 〈우흥(寓興)〉에 의거하여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2] 어찌하여 …… 들어가는지 : 
어떤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서 귀한 구슬을 얻자, 그의 부친이 “천금의 가치가 나가는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사는 흑룡의 턱 밑에나 있는 법이다. 네가 그 구슬을 손에 넣은 것은 필시 그 용이 잠든 때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흑룡이 깨어났더라면 너는 가루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 而驪龍頷下 子能得珠者 必遭其睡也 使驪龍而寤 子尙奚微之有哉〕”라고 하면서 경계시킨 ‘탐주(探珠)’의 고사가 《장자》 〈열어구(列禦寇)〉에 나오는데, 보통 임금의 총애를 얻어 고위 관직에 오르는 사람의 위태로운 상황이나 벼슬길의 험난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3] 心垢水 : 
대본에는 ‘心 垢’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아 문맥을 감안하여 ‘水’를 보충하여 번역하였다.
[주-D004] 담박한 …… 원 : 
참고로 《장자》 〈산목(山木)〉에 “군자의 우정은 담박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교제는 달콤하기가 감주와 같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라는 말이 나온다.[해제: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2009]






최치원(崔致遠, 857~?)자(字)는 고운(孤雲), 해운(海雲) 또는 해부(海夫)이다.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이다. 중국 당 나라에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으로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으며, 신라로 돌아온 뒤에는 진성여왕에게 시무책을 올려 정치 개혁을 추진하였다. 유교(儒敎)ㆍ불교(佛敎)ㆍ도교(道敎)에 모두 이해가 깊었고, 유ㆍ불ㆍ선 통합 사상을 제시하였다. 수많은 시문(詩文)을 남겨 한문학의 발달에도 기여하였다. 고려 현종(顯宗) 때인 1023년(현종 14년)에 내사령(內史令)으로 추증되었으며, 문묘(文廟)에 배향되며 ‘문창후(文昌侯)’라는 시호(諡號)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