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謠
- 李奎象
豆飯泔漿暖似春(두반감장난사춘) 콩밥에 뜨물국 봄날처럼 따뜻하고
菁根軟白作菹新(청근연백작저신) 여리고 하얀 순무로 김치 새로 담갔다
田家晩食甘如蜜(전가만식감여밀) 농촌살이 늦은 저녁밥 꿀처럼 달아
不識人間有八珍(불식인간유팔진) 인간 세상 진수성찬 알 거 없구나
菁 부추꽃 정 ① 부추꽃 ② 우거지다 ③ 무성함 ④ 순무/ 菹 김치 저 ① 김치 ② 늪 ③ 풀이 무성한 늪 ④ 젓갈
八珍:① 여덟 가지 진미(珍味) ② 진수성찬
이규상(李奎象·1727∼1799)조선조 영조, 정조 연간의 학자다.
한 평생 포의布衣로 살면서 시문을 창작하여 많은 시문을 후세에 남겼는데 그 수준이 결코 녹록치 않다. 학계에는 각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동시대의 명사들을 조사하여 기록한 저술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저술에서도 단번에 느낄 수 있듯이 그의 시와 문장은 문체가 매우 독특하다.
평범한 문장과는 호흡이 매우 달라서 그만의 독특한 구기口氣를 지닌 문장을 구사하였다.
문체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시문의 주제와 소재 역시 개성적이다.
이렇게 이규상의 문집 『일몽고一夢稿』는 18세기 명가들의 어떤 문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문학적, 사료적 가치를 지녔다. 이 문집의 잡저雜著에는 「산언散言」이라는 이름으로 필기체 산문이 실려 있다.
그의 시문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그 가운데 기奇를 기준으로 시문詩文을 논한 장편의 기사記事 한 편이 주목된다.
중국과 조선의 획기적인 문장의 변화를 기라는 입장에서 조명하였으므로 문예비평을 논한 문장에 속한다.
18세기는 신기新奇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여 그에 대한 논의도 무성하였다.
대표적으로 이용휴李用休가 기를 적극적으로 추구한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18세기 문장의 흐름을 정리한 유만주兪晩柱가 논한 글을 통해 살펴본다.
근대의 문장에는 기奇와 정正의 양대 유파가 있다.
정은 당송팔가唐宋八家로서 법도를 준수하는 것이요, 기는 시내암施耐菴과 김성탄金聖歎의 사대기서四大奇書로서 현묘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당송팔가의 여파가 흘러서 사대부의 문장이 되었고, 시내암과 김성탄의 여파가 흘러서 남인과 서얼배庶孼輩의 문장이 되었다. 남유용南有容이나 황경원黃景源은 당송의 법도를 모방하였고, 두 이씨(이용휴李容休 · 이덕무李德懋)는 시내암과 김성탄의 현묘함을 모의했다.
기를 추구하여 내달리는 자는 법도를 존중하는 자들의 공격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 『흠영欽英』 제5권, 276면.
당송팔가를 모범으로 삼아 산문을 창작하는 문인 그룹과 사대기서를 비롯한 소품문을 추구하는 문인 그룹을 정과 기의 개념으로 요약하여 파악하였다. 그는 기를 추구한 대표자로 이용휴를 거론하였다. 유만주는 다른 기사에서 연암 박지원과 이덕무 등을 거론하였기 때문에 이른바 기궤첨신奇詭尖新한 시문을 창작한 문인 그룹을 대체로 기를 추구한 작가로 간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유만주가 정과 기의 개념으로 창작의 대세를 정리한 것은 그만의 독특한 사유는 아니다. 문장에서 정과 기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그 부친인 유한준兪漢雋은 문장이론을 체계화하여 쓴 『문결文訣』에서 이렇게 정리하였다.
문장에는 기와 정이 있다. 정에 위치를 잡고서 기에 출입한다. 기하면 신이 되고, 신이 되면 변하며, 변하면 녹아들고, 녹아들면 성聖의 경지에 이른다.
유한준은 문장의 변화를 정과 기로 설명하였다. 정과 기를 병법兵法에 비유한다면 정은 정공법을, 기는 기공법을 의미한다. 두 가지 방법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여 승리를 거두듯이 문장도 이 두 방법을 유효적절하게 구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유한준은 강조하였다.
이규상은 이러한 문단의 분위기를 충분하게 인식하고 있던 작가다. 그 역시 정보다는 기에 편향한 작가로서 개성적인 문장과 시를 썼다. 그는 자신의 창작방향과 부합하는 관점을 과거 문학의 전개에 눈을 돌려 기의 시각으로 조명해보았다. 그 결과 문학사의 주요한 작가와 변화는 기의 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기奇로 해석한 문학, 이규상李奎象의 기론奇論> (안대회 문헌과해석 2005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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