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美術) 마당 ♣/[중국화-시와 그림]

[스크랩] 은거음(隱居吟)

Bawoo 2018. 6. 24. 12:13

근현대 중국화가 이불(李芾)<소부세이도(巢父洗耳圖)> 성선(成扇) (1949年作, 設色紙本, 18.5×48.5cm)

 

我本淸寒有一牛  輟耕閑放峽中秋
騎來不向人間路  恐飮當年洗耳流
(아본청한유일우 철경한방협중추
 기래불향인간로 공음당년세이류)


나는 본래 가난하지만 소 한 마리 있어
밭간 뒤 산골짜기에 한가로이 놓아두었다가
소 타고 돌아올 때엔 인적이 드문 길로 오나니
그 때 귀 씻은 물을 소가 마실까 두려워서라네


☞ 전만거(田滿車/朝鮮), <은거음(隱居吟)> 

 

- 철경(輟耕): 밭가는 일을 멈춤.

 

- 當年洗耳: 허유(許由)가 요(堯) 임금으로부터 천하와 구주(九州)를 맡아달라는 말을 듣고 영수(穎水)에서 귀를 씻었다는 기산영수(箕山穎水)의 고사(故事)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근현대 중국화가 소장(邵章)<계정세이도(溪亭洗耳圖)> 成扇 (設色紙本, 19×52cm)

 

 중국 하남(河南)성 등봉(登封)현 동남쪽에 있는 기산(箕山)은 요임금 때의 고사(高士) 소부(巢父)와 허유(許由)가 은둔했던 곳이라 전해온다.

 

허유(許由)는 본시 패택(沛澤)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던 은자(隱者)였다.

 

요(堯) 임금이 허유의 명성을 전해듣고 그에게 천하(天下)를 맡기고자 했다.

 

그러나 허유는 정중히 사양한 뒤 말없이 기산(箕山) 밑을 흐르는 영수(穎水) 근처로 피해버렸다.

 

요임금이 다시 그를 찾아가 구주(九州)라도 맡아 달라고 청하지만 허유(許由)는 "구질구질한 말을 들어 귀가 더러워졌다"며 영수(穎水)의 물에 귀를 씻는다.

 

청대(淸代) 화가 예전(倪田)<고사세이도(高士洗耳圖)> (1912年作, 設色紙本, 148.8×80cm)

 

이때 소부(巢父)가 조그만 망아지 한 마리를 몰고 지나가다가 이 광경을 보고 허유(許由)에게 귀를 씻는 연유를 물었다. 허유는 사건의 전말을 얘기했다.


이에 소부(巢父)는 크게 웃으며 "그대가 애당초 숨어산다고 소문을 내고 세상에 명성을 떨쳐 그리된 것 아니냐"며 질타한다. 

 

동네방네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따위가 무슨 은일자의 온전한 모습이냐는 비아냥이다.    

 

그리고는 망아지를 몰고 영수(穎水)를 거슬러 올라가 망아지에게 물을 먹이며 말했다. "그대의 귀 씻은 구정물을 내 망아지에게 먹일 수 없노라"고. 

 

청대(淸代) 화가 진숭광(陳崇光)<洗耳圖> (1884年作, 設色紙本, 131×32cm)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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