澄心軒次韻
- 金壽童
風生珍簟翠紋流(풍생진점취문류) 바람 부니 진귀한 대자리엔 푸른 무늬 흐르는 듯 하고
竹影波光滿箔秋(죽영파광만박추) 물빛에 어린 대나무 그림자 발에 가득한 가을인데
莫遣渚禽啼夜月(막견저금제야월) 달밤에 우는 물새 쫓지 마소
樓中宿客動羈愁(누중숙객동기수) 누대에서 묵는 나그네 시름에 젖으니
簟 대자리 점 ① 대자리 ② 방문석(方文席) ③ 대 이름 ④ 삿자리
遣 내쫓다.
渚禽 물가의 짐승 -우는 짐승이니 물새.
기수 [羈愁] 객지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나 시름
動 생기다.
* 징심헌(澄心軒)은 박제상(朴堤上)이 양산태수로 있을 당시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구경(金久冏)을 필두로, 강희안(姜希顔)[1418~1465], 서거정(徐居正)[1420~1488], 김종직(金宗直)[1431~1492] 등 쟁쟁한 문사들이 시를 남겼다. 이들의 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과 각 시인의 문집 등에 전한다.
1. 김구경의 칠언절구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으며, 징심헌이 가을날 속세에서 쌓인 근심을 씻어내고자 하는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제명(題名)이 징심(澄心: 마음을 맑게 하다)인 것에 무게를 두어 천 리 경치를 조망하며 근심을 씻어내겠다고 이야기한다.
“마루와 대들보 널찍하게 맑은 물 내려다보고 있으니/ 만 줄기 대나무 바람에 노래하는 유월일네/ 굽어보고 우러러보아 천 리의 경치를 낱낱이 다 보고서/ 여기 머물면서 백년 근심을 씻고자 하네(軒楹開豁俯淸流 萬竹吟風六月秋 俛仰堪窮千里景 留連欲洗百年愁).”
2. 강희안의 칠언절구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으며, 대발 무늬가 울렁이며 물에 비치는 달 밝은 가을밤의 맑은 이미지를 잘 부각시키고 있다.
“창밖의 대발 무늬가 물속에 비치어 엉기어 흐르려 하는데/ 밤 깊어 한가로이 누워 있으니 문득 가을인가 의심나네/ 이미 소를 이룬 냇물이 이렇게 맑음을 보았나니/ 인간의 끝없는 수심도 함께 씻어 줄만 하구나(窓外簟紋渾欲流 夜深閑臥却疑秋 已看淵水澄如許 可洗人間無限愁).”
3. 서거정의 칠언율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사가집(四佳集)』에 전하고 있으며, 주위 경물을 이용하여 징심헌의 맑은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푸르고 푸르게 영롱한 만 가지 대숲에/ 구름 속에 있는 한 채 집 다시 맑은 물 위에 임했네/ 바람이 가는 물결 불어오니 옥같이 흰 물고기 뛰고/ 달이 성긴 발에 비쳐오니 금빛인 양 어른거려라/ 신선의 무리 불러서 학을 타고 가려하고/ 이미 아름다운 글귀를 가지고 용 읊는 소리 움직이려 하네/ 난간에 의지해 생각하는 것 아무도 알지 못하니/ 부질없는 떠나는 근심 밤만 깊어가네(蒼翠玲瓏萬竹林 一軒雲物更澄心 風吹細浪鱗鱗玉 月透踈簾瑣瑣金 欲喚仙曹騎鶴去 已將佳句動龍吟 憑欄有思無人識 段段離愁夜向深).”
4. 김종직의 오언고시
『점필재집(佔畢齋集)』에 「양산 징심헌에서 밤에 앉아 본 것을 적다(梁山澄心軒夜坐記所見)」이라는 제목으로 전한다. 제목처럼 김종직은 밤잠을 이루지 못해 눈과 귀에 들어오게 된 바를 시 속에 풀어 넣고 있는데, 낮의 일상에서 볼 수 없었던 섬세한 움직임과 소리가 다 포착되어 있다. 시인은 마지막에 이 기운에 동화되어 상쾌해하며 관복을 입고 정무를 보게 되는 것을 오히려 염려하고 있다.
“바람 소리는 대밭을 부순 듯하고/ 달빛은 난초 언덕에 빛나는데/ 이 나그네는 가을 잠이 적어서/ 창문 열고 솜옷을 걸치고 나가니/ 시야는 먼 들판에 어른거리고/ 천상의 맑은 기운은 파도와 같네/ 고기는 뛰며 활발하게 노닐고/ 황새는 놀라 큰 소리로 울어대며/ 은하는 맑고 푸른 강에 잠겼는데/ 한 쌍의 거룻배가 강을 횡단하누나/ 섬돌을 돌며 누각을 쳐다보니/ 하늘을 찌를 듯 높고도 조용해라/ 아침마다 매질하던 마당에는/ 여치의 실 잣는 소리만 들리네/ 문득 깨닫건대 밤기운 상쾌하여/ 머리 풀어헤치니 기분이 흐뭇해라/ 도리어 닭이 울고 날이 새면은/ 관복 입고 직무에 임할게 염려로세(風聲碎竹塢 月影晃蘭皐 客子少秋睡 開窓披縕袍 昏花落遙野 灝氣如波濤 魚跳乍撥剌 鸛駭鳴聲豪 星河蘸澄碧 橫泛一雙舠 循除瞰樓閣 岑寂攙天高 朝來敲榜地 只有絡緯繰 忽覺夜氣勝 散髮情陶陶 還恐鷄早叫 冠帶走塵勞).”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김수동 [金壽童]조선 시대의 문신(1457~1512). 자는 미수(眉叟). 호는 만보당(晩保堂). 연산군 12년(1506)에 중종반정에 참여하여 영의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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