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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무국적자 - 구소은

Bawoo 2019. 5. 25. 22:43

 

무국적자

 
[소감]
작가의 전작 검은 모래 검은 모래 를 감명깊게 읽어  속작을 기다렸는데 때마침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하여 주저없이 선택하여 읽게 된 작품. 전작에 비하여 소재, 작품성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에 태어나 나보다 한 세대 정도 뒤인 주인공은 고모와 고모부를 어머니, 아버지로 알고 성장한다. 실제론 외삼촌이라고 알고 있는 이가 친아버지이다. 이리 된 배경에는 나라 가난하던 시절 독일에 광부로 간 친아버지가 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채로 귀국하면서 사랑하는 여인과는 헤어지고 아들만 데려와 누님 자식으로 키운 데에 원인이 있다. 아버지라는 걸 속인 배경 설명은 약하다. 독일에 혼자 남은 주인공의 친어머니는 주인공의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아들의 안부를 물으면서 지낸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프랑스 남자와 재혼을 한다. 그런대로 잘 살아가던 가족은 아버지와 외삼촌이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집안이 몰락하게 되고, 주인공은 군 특수부대에서 복무하고 제대하여 지하경제에 몸담고 있는 보스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지만 이 보스를 죽인 누명을 쓰고 해외로 도피하여 태국을 거쳐 프랑스로 가고 거기에서 외인부대에 입대하게 된다. 외인부대에 근무하면서 친어머니에게도 몰래 찾아가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는 않는다. 전투 중 입은 부상으로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이때 간호하는 여인이 친어머니이다. 둘은 서로 알면서도 아는 체를 안 하고 주인공은 귀국하게 되는데 엔딩이 생모의 죽음을 알리는 소포가 도착하고 거기에 생모의 편지가 들어있다.  혈육간의 정을 생각하게 하여 절로 눈시울이 젖게 하는 내용.
 
작가는 작품의 전반부를 우리 현대사를 촘촘히 엮어서 그 흐름속에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전개했다. 북에서 피난 와 혈혈단신인 아버지-실제론 고모부-와 남매간인 어머니-실제론 고모- 와 외삼촌-실제론 아버지-그리고 주인공과 밑으로 3남매-남동생 1명과 여동생 두 명- .
그리고 외인부대 이야기인데 구성에 인위성이 너무 들어간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온 한 가정이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여 풍비박산나는데 이런 설정을 몇 줄의 문장으로 끝내는 식의 전개는 긍정하기 어려웠다. 이 사기꾼 때문에 결국은 길러준 어머니-고모-까지 사고로 죽게 되는데 원인을 제공한이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부상을 입은 주인공을 간호하는 간호사가 생모인 설정도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생모의 편지가 든 배낭을 생모가 보관하게 되는데도 끝내 친어머니라는 걸 밝히지 않고 공항에서 헤어지는 설정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생모의 프랑스인 남편이 심성이 나쁜 설정도 아닌데 말이다.
전체적으로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현대사는 직접 겪으며 살아왔으니 복습한 기분이다. 외인부대에 관하여 알게 된 내용이 많은데 그래도 구체성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취재의 한계 때문 아니었나 싶었다.
 
[책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무국적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부모세대와 주인공을 통해 당시 서민들의 삶을 간결하면서도 생생하게 녹여낸 1부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에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는 2부로 나뉘어 있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기까지 걷는 삶의 궤적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 구소은
부산 출생. 프랑스 ISCOM에서 광고학을 전공하였으며, 6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부설 영상작가전문교육원을 수료하였고, 수년간 시나리오를 습작, 집필했다.
2008년부터 장르를 바꾸어 소설 쓰기를 시작, 5년에 걸친 구상과 현장 자료 조사 등의 치밀한 과정을 거쳐 탄생시킨 첫 소설 《검은 모래》로 2013년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세종도서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2018년 4월에는 일본 출판사인 신간사에서 번역, 출간하였다.
또한 두 번째 장편소설인 《무국적자》가 2018년 6월에 출간되었다

목차

작가의 말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출판사서평

 

≪검은 모래≫로 제1회 제주 4?3평화문학상을 수상한 구소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이 소설은 크게 1부와 2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살아가는 부모 세대와 그 가족들의 생활상을 주인공의 시점에서 엮어가는 이야기다. 이숙희와 장신자라는 두 인물의 편지와 주인공 ‘나’의 서술로 엮여 있는데, 서신이라는 형식을 빌려 현대사의 흐름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플롯을 이어간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한국 현대사가 생생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이 풍진 세월과 함께 전개되는 가족의 이야기에 역사를 녹여낸 작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2부는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보내는 10여 년의 세월이 이야기에 녹아있다. 생모를 만났으나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받는 크나큰 상실감, 외인부대라는 특수한 집단에서 갖게 되는 유대감 등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삶의 궤적을 그렸다. 외인부대 제대 후 프랑스에 정착하려 애쓰는 주인공을 통해 볼 수 있는 한인들의 생활상은 일그러진 단면에 불과하지만, 엿보는 자의 마음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담을 찾는 이브다. 그리고 남자는 세상에 하나뿐인 이브를 찾는 아담이다. (p267)

실연, 그것은 치명적인 상처였다. 내가 아는 모든 저주의 욕을 다 쏟아내도 사그라지지 않는 아픔이었다.
나는 선주를 죽이고 싶었다. 스프링이 닳은 침대에 누워 총으로 그녀의 불두덩을 쏘아버리는 꿈을 꾸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악어의 배를 가르듯 정글도로 그녀를 그어대는 상상을 했다. (p268)

주인공이 사랑했던, 사랑이라고 믿었던 선주에게 버림을 받고 시작된 방황은 그의 말대로 누추했으며 황량했다.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사의 지팡이 같은 것. 그렇다고 시간이 특별나게 무슨 방법을 동원하여 실연한 자를 치유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시간이 인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빅터 프랭클이 그랬지. 당신이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삶이 당신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물어보라. 맞아, 삶의 주체는 나 자신이야. 그게 내 신조지.” (p271)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p290)

 

신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자존감을 지켜가기 위한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개인의 신념이란 특별하거나 원대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사상누각처럼 허무맹랑해서도 안 된다.
주인공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신념이라고 여긴다. 그러다가 탈북자 출신이며 외인부대 동료인 김준에게서 빅터 프랭클과 니체의 인용구를 전해 듣는다. 소극적인 삶보다 적극적인 ...삶을 지향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국적이 뭐가 중요해? 나는 그냥 나일 뿐이야. 손에 든 패스포트는 그냥 종이일 뿐이고.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존재뿐이야. 국적은 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데 별 상관이 없는 거라고 생각해. 국적은 선택사항이야.” (p330)

개인의 삶은 역사와 무관할 수 없다. 국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사와 국적이 한 개인의 정체성에 끼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되는지, 개인의 삶에 얼마만큼 개입하는지, 나는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p332)

책을 통해 작가는 묻는다. 우리에게 역사는 무엇이며, 국적이란 어떤 의미를 내포한 것인가.

나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났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몇 구비의 전환점이 있을까. (p347)

주인공의 독백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전환점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 한 편의 장편소설이 작가에게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료를 찾고 정보를 얻기 위해 프랑스까지 먼 길을 수차례 왕래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마침내 작가는 《검은 모래》에 이어 두 번째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시킨 《무국적자》가 독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를 바란다.